유기농, 자연농

CITY FARMER'S STORY - 日 방사능 때문에 먹거리 걱정된다면? 도시 농부의 먹거리

해암도 2014. 8. 31. 06:39

등산과 익스트림 스포츠 등 아웃도어 라이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무기력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이 직접 흘리는 땀에 대한 가치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능 물질의 해양 방류 문제 때문에 안전한 먹을거리, 해독을 위한 식품에 대한 관심은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두 가지를 모두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도심에서 텃밭을 가꾸는 도시농부들이 늘어나고 있다.


	도심에서 텃밭을 가꾸는 도시농부들이 늘어나고 있다.

2000년부터 서울시에서는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도심텃밭 분양을 시작했는데 2011년을 기준으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회색 도시에서 10인치가 채 안 되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것이 일상인 현대인들에게 도심텃밭은 생물과 교감하며 안정을 찾고 또 건강한 먹을거리까지 얻을 수 있는 보물 같은 곳이다. <여성조선>이 만난 3명의 도시농부들은 이미 텃밭이 주는 즐거움을 알고 있었다. 또한 수확물로 더없이 신선한 음식을 만들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프랑스 가정식 르끌로
최연정 셰프


	프랑스 가정식 르끌로 최연정 셰프

서교동에 위치한 르끌로는 오래된 주택을 개조해서 만들었다. 구입 당시 주택에 딸린 작은 텃밭은 그대로 두었고, ‘밭을 둘러싼 작은 담 또는 담장’이라는 뜻을 담은 르끌로를 이름으로 선택했다.


“부모님이 취미 삼아 텃밭을 가꾸시기 때문에 텃밭을 시작하는 데 부담은 없었어요. 언제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웃음) 하지만 막상 직접 부딪쳐보니 그 어려움이 너무나 생생히 다가왔어요. 초기에는 벌레가 생겼을 때 그냥 두었다가 옆의 채소까지 피해를 입어 밭 전체를 갈아엎은 적도 있었어요. 그렇게 시행착오를 거치다 보니 이젠 장마가 오려고 하면 얼른 비닐을 덮어두는 것이 자연스럽게 됐죠.”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천연비료를 사용하기 때문인지 그녀의 텃밭의 식물은 유독 푸름이 짙고 신선해 보였다. 초보 농사꾼인 그녀는 날씨를 예측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4~5월에서 10월까지만 작물을 키우고 겨울에는 잠시 농한기를 가진다. 그녀의 텃밭에는 토마토와 가지, 청경채, 비타민, 각종 허브 등 다양한 작물이 자라고 있다. 이는 모두 샐러드와 소스 재료로 사용된다.


	프랑스 가정식 르끌로의 살라드 리오네즈.

르끌로에서 만날 수 있는 ‘살라드 리오네즈’는 수란과 블랙올리브, 토마토, 베이컨에 새콤한 드레싱을 곁들인 프랑스 리옹식 샐러드다. 텃밭에서 직접 기른 비타민, 로메인, 치커리 등을 넣고 만든다. 여기에 화이트 비네거에 디존 머스터드를 곁들인 드레싱을 곁들이고 수란을 얹어 완성한다. 신선한 채소와 노른자가 섞여 고소한 맛을 낸다. 유리창 너머 텃밭을 볼 수 있는 자리도 있어 그 신선함을 눈으로 한 번, 입으로 한 번 즐길 수 있다.


“직접 농사를 짓다 보니 씨앗에서 열매가 될 때까지의 과정을 지켜보게 되는데, 그 사소하지만 즐겁고 뿌듯한 기분은 직접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 같아요. 실패를 거치더라도 화원에서 모종을 사서 키워보면 그 기분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집에서 기른다면 20일 만에 수확할 수 있는 래디시를 추천합니다. 아삭거리는 식감이 샐러드용으로 그만이죠.”

매일 같이 트렌디한 숍이 생겨나고 없어지는 홍대에서 르끌로는 계절이 바뀌듯이 그렇게 천천히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다.


슬로푸드 카페 에이블
서경석 슈퍼바이저


	슬로푸드 카페 에이블 서경석 슈퍼바이저

가로수길에 위치한 에이블은 카페 옥상에 도심텃밭과 정원을 가지고 있다. 예쁜 카페안에서 내려다보는 거리 풍경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오픈된 옥상에서 직접 햇빛과 바람을 맞으며 싱그러움을 눈에 담을 수 있다. 에이블은 처음 카페를 기획할 때부터 버려진 옥상 공간이나 건물 빈터가 포함된 장소를 찾았다. 그곳에 텃밭을 가꾸어 버려진 공간을 쓸모 있는 공간으로 변화시킨 것인데, 그저 눈으로만 즐길 수 있는 예쁜 정원이 아닌 식용으로 사용하는 허브와 채소들이 자라는 공간이다.


“바질과 루꼴라, 케일, 토마토 등의 채소와 애플민트와 파인애플민트, 로즈메리 등의 허브 등 바로 식재료로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을 키우고 있어요. 샐러드와 주스, 각종 차에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죠.”


	정원으로 변신한 슬로푸드 카페 에이블의 옥상.

텃밭을 처음 시작했을 때 유기농 거름을 너무 많이 준 탓인지 도심 텃밭보다는 도심 속 정글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토마토, 가지 등이 무성하게 자랐다. 거름을 주는 것부터 물을 주는 양까지 초보 농사꾼은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배우는 수밖에 없었다. 근무시간에도 틈틈이 올라가 물을 줘야 하는 등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앞으로 식용 채소 재배를 늘리려고 한다.


지금은 꽃과 텃밭이 반반으로 나뉘어 있어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보는 즐거움을 준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좀 더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할 생각이다. 에이블의 카프레제 샐러드는 구운 가지에 모차렐라치즈 슬라이스를 겹쳐 올리고 방울토마토를 2등분해 베이비채소와 함께 데커레이션한다. 그리고 바질페스토드레싱을 올려 먹는다. 에이블에서 직접 키운 채소들이 많이 들어가 신선하게 즐길 수 있다.


베이커리 카페 베이커스 더즌
김애숙 대표


	베이커리 카페 베이커스 더즌 김애숙 대표

안산의 분기점 근처에 위치한 베이커스 더즌은 한적한 교외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특별한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카페 뒤편에 위치한 그녀의 텃밭이다. 텃밭이라고 하기엔 수목원을 연상시키는 규모지만 그곳에서 자라는 작물들은 모두 김애숙 대표의 손길이 닿아 있다.


“어렸을 때 시골에서 살아서인지 자연에 대한 향수가 있어요. 빵이랑 샌드위치를 만드는 카페를 하고 싶었는데 기왕이면 직접 가꾼 채소와 과일로 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계획을 세우고 텃밭을 가꾸기 시작했죠.”

그녀의 텃밭에는 가지와 단호박, 브로콜리, 콜라비, 양상추 등 각종 채소부터 참외, 포도 등의 과일, 해바라기, 맨드라미 등의 꽃까지 자라고 있다.


관리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지만, 매일 새벽 5시면 텃밭에 나와 작물을 돌봐야 한다. 카페에서 만드는 메뉴의 대부분이 그녀의 텃밭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농사라는 것이 매번 잘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때그때 수확량이 많은 것들로 메뉴 구성을 하기도 한다.


	베이커리 카페 베이커스 더즌의 리코타치즈 샐러드

“최근에는 양파와 감자를 많이 수확해서 그걸 갈아 넣은 식빵을 만들고 있어요. 단호박이 잘되면 그걸 넣은 메뉴를 많이 만들고요. 처음에는 장마에 대한 대비가 미흡해서 고추나 피망 농사를 다 망치기도 했어요. 그래서 비닐하우스도 만들었어요. 무엇을 심어야 한다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 농사를 망치는 것에서도 배울 것이 있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지금은 수확량이 많은 편이에요.”


그녀가 만든 리코타치즈샐러드는 구운 가지와 단호박, 피망과 양파, 근대잎과 어린 무 잎 등에 견과류와 크랜베리를 넣고 리코타치즈를 군데군데 올렸다. 여기에 발사믹소스드레싱을 살짝 곁들여 먹는다. 하지만 굳이 소스를 곁들이지 않아도 싱싱한 채소의 아삭함과 리코타치즈의 담백함만으로도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심어본 것 중에 양상추가 가장 맛있었어요. 어린잎부터 따기 시작해서 먹을 수 있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죠. 또 당근이나 무 등의 채소에서 피는 꽃을 보는 것도 텃밭을 가꾸는 즐거움 중 하나예요. 직접 키우지 않으면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이니까요.”


/ 여성조선 (http://woman.chosun.com/)    입력 : 2014.08.29


  진행 이채영 기자 | 사진 강현욱 | 참고서적 <트렌드 코리아 2014>(김난도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