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0일 방영된 ‘히든싱어-이수영편’. 가수 이수영(오른쪽)의 목소리를 빼닮은 남자 모창자 김재선씨가 출연해 흥미를 더했다. 목소리만 들으면 둘을 구분하기가 매우 어려울 정도였다. [사진 JTBC]
JTBC ‘히든싱어’가 화제다. 온갖 오디션 프로그램이 난무하는 가운데 음악 프로그램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그것도 외국 프로그램 형식을 빌려온 게 아니라 국내 자체 개발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잡는다.
그런데 방송 포맷은 간단하다. 가수와 5명의 모창자가 한 무대에서 대결을 펼친다. 100인의 청중단은 이들이 한 소절씩 부르는 노래를 잘 듣고 진짜 가수를 찾으면 된다. 블라인드 뒤에 숨어 노래 부르는 진짜 가수만 찾으면 되는데 객석에선 비명 섞인 탄성이 터져 나온다.
무대 위의 가수와 모창자는 함께 웃고 운다. 방송이 주는 감동은 다양하다. 정답을 맞추는 짜릿함(퀴즈쇼)과 가수가 부르는 옛 노래의 감동(나는 가수다+불후의 명곡), 일반인의 빼어난 노래 실력(슈퍼스타K)을 한번에 감상할 수 있어서다. “진짜 가수의 노래를 들으며 어려운 시기를 이겨냈다”는 모창자의 사연과 이에 자극받고, 감동하는 가수의 모습까지 더하면 꼭 ‘힐링캠프’ 같다.
지난달 30일 방영됐던 이수영 편의 가수 이수영은 방송에서 “‘내 노래를 아무도 듣고 싶지 않아 하는데 왜 노래를 해야 하나’하는 슬럼프가 왔었다. (모창자에게) 계속 노래해야 하는 이유를 목소리로 표현해 줘서 감사하다”며 울먹였다.

회가 거듭할수록 승부는 박빙이다. 조승욱 PD는 “프로그램의 가장 기본이 되는 힘은 노래”라고 말했다. 모창자들은 선발 이후 평균 3주 가량의 트레이닝 기간을 필수적으로 거친다. 훈련 지도는 국내 1호 보컬학원인 보이스펙트팀이 맡고 있다. 명지대 성악과 출신의 조홍경(43) 원장은 10여 년간 JYP·스타제국과 같은 연예기획사 보컬 마스터를 지내며 SG워너비·양파·박화요비·옥주현 등을 지도했다.
“가장 비슷한 모창자를 찾아내도 실제 노래를 시켜보면 진짜 가수의 60%에 못 미칩니다. 실제 경합 때 혼선을 주기 위해선 이들의 노래 실력을 80~90%로 끌어올리는 게 관건입니다.”(조홍경)
방송에선 4라운드까지 총 4곡의 노래를 소화해야 한다. 곡에 따라 모창자들의 노래 편차는 심하다. 그래서 총 10여명의 트레이너가 투입된다. 가수의 창법부터 목소리 주파수 대역까지 유사하게 맞춘다. 조 PD는 “모창자들의 기본 노래 실력에 노력이 더해져 만들어진 무대고 여기에 감동 포인트가 있다”고 말했다.
모창자를 배려한 약간의 트릭도 있다. 완창을 했을 경우 티가 날 수 있어 모든 출연자들이 한 소절씩 돌아가며 노래를 부른다. 코러스음도 넣어 목소리의 편차를 감춘다.
제작진은 ‘처음 발표했던 원곡에 충실한 노래 부르기’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가수의 경우 세월이 흐르면서 노래를 부르는 스타일이 조금씩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옛 CD를 들으며 노래를 다시 연습해서 나오는 가수도 있다. 조 원장은 “최근 라이브 동영상을 참고해 바뀐 부분을 조금씩 반영하며 대응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보는 노래’에서 ‘듣는 노래’로=기획단계에서 반발도 있었다. ‘현란한 춤도 없고, 노래하는 가수의 모습도 보여주지 않는 무대가 과연 승산이 있을까’라는 의구심 때문이다. 조 PD는 “시청자에게만은 누가 노래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보여줘야 하는 게 아닌가 고민하다, 시청자도 현장의 관객처럼 소리에 집중하라는 취지에서 모습을 가렸다”고 전했다.
제작진의 승부수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시청자들은 가수의 목소리, 창법, 발음 등에 집중해 노래를 들으면서 가수가 가지고 있는 음악성에 몰입하게 된다. 조 PD는 “프로그램이 단순히 누가 더 모창을 잘하느냐에 머물러 있지 않고, 모창자와 가수의 사연이 노래 속에 섞여 들어가면서 새로운 감동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은화 기자
조홍경 원장의 ‘노래 잘 부르는 법’
①첫 구절을 놓치지 마라=문장 첫 마디를 놓치면 노래 전체가 엉키게 된다. 노래가 한번 엉키게 되면 발음도 어눌해지고, 음정도 불안해진다.
②‘후’ 또는 ‘이’ 소리만으로 애국가를 불러라=애국가 가사를 ‘후’로 바꿔 부르면 횡경막을 움직이는 음이 나온다. 즉 복식호흡을 하면서 노래를 부르게 된다. 이렇게 몇 번 연습하면 호흡이 정리되고 노래가 편안해진다. 애국가 가사를 ‘이’로 바꿔 부르면 고음 연습이 된다. ‘후’와 ‘이’ 연습만 많이 해도 진성과 가성을 섞는 노래를 잘 부르게 된다.
③목 푸는 노래를 만들어라=쉽게 부를 수 있는 중저음 노래를 연습곡으로 지정해 놓는다. 반복해서 연습하다 보면 발음, 음의 흐름과 같은 곡의 전체 구성이 익숙해진다. 다른 노래를 부를 때도 연습곡의 구성이 적용돼, 좀 더 편하게 노래할 수 있다.
④야호~ 소리 질러라=고음을 길게 끄는 연습이다. ‘야호~’하고 할 수 있는 만큼 호흡을 내뱉으면 고음영역에서 끝처리 할 때 도움된다.

중앙 2013.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