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컴퓨터

스마트폰 중독자녀 단계별 대응 요령

해암도 2013. 3. 20. 05:15

 

 

 

"불필요한 검색·수다 확 줄고 메모 습관 정착… 학업·생활 '스마트'해졌죠"

조선일보 | 최민지 맛있는공부 기자

2013.03.17 15:13

 

중고생 3인 "스마트폰 없이 살아보니…"

아침마다 노랫소리로 주인을 깨운다. 밥 먹을 땐 뉴스를 보여주고 길 잃으면 지름길을 알려준다. 늦은 밤, 잠 못 드는 주인 곁을 든든히 지켜주기도 한다. '내 손 안의 세상'으로 통하는 스마트폰 얘기다. 온종일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현대인이 늘고 있다.

 

올 1월 방송통신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자 4000명 중 77.4%는 "특별한 이유 없이 스마트폰을 확인한다"고 답했다. 이 같은 현상은 청소년도 예외가 아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다음 달 8일까지 일선 교사를 대상으로 '인터넷·게임·스마트폰 중독 예방을 위한 원격 연수'를 실시한다.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 실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방증하는 사례다. 맛있는공부는 지난 10일과 12일 '스마트폰 프리(free·없는)'를 선언한 중고생 3인을 각각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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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오강석(서울 영동고 3년),김예원(서울 건국대사범대부속고 3년), 이원준(서울 신천중 3년)./염동우 기자
변화1  성적 오르고 부모·친구와 대화 늘어

오강석군은 스마트폰을 끊고 반년이 지난 고 2 2학기 중간고사에서 난생처음 전교 1등을 차지했다. “고 2 1학기 중간고사를 망치고 전교 10등 아래로 떨어진 성적표를 받아들었어요. 곰곰이 생각한 후 ‘내 학습 습관을 망친 주범은 스마트폰’이란 결론을 내렸죠. 영화 감상, 페이스북 열람, 포털 검색 등으로 한두 시간은 우습게 지나가곤 했거든요. 결국 약정 위약금 30만원을 물고 2G폰으로 갈아탔습니다.”

늘 전교 3등 내외의 성적을 유지하던 김예원양 역시 올 들어 스마트폰을 없앴다. ‘집에 오면 휴대전화만 붙들고 있는다’는 엄마의 지적을 받아들인 것. 처음부터 스마트폰 사용을 뚝 끊은 건 아니었다. 대신 고 1 때부터 시험 기간에 한해 한 달간 2G폰을 사용했다. 스마트폰 내 유심(USIM·범용가입자식별모듈)칩을 2G폰에 바꿔 끼웠더니 전화번호부 등 기본 정보는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이원준군의 스마트폰은 2년째 책상 위에서 잠자고 있다. 이군은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곤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다닌다. “현재에 집중하는 삶을 살고 싶어서”다. 눈 뜨자마자 스마트폰부터 찾는 여느 아이들과 달리 이군은 매일 아침 식사 중 아버지와 라디오를 들으며 토론을 벌인다. 학교 쉬는 시간엔 친구와 이런저런 얘길 나눈다. “친구 대부분이 ‘친교’에 필요하다며 스마트폰을 갖고 다녀요. 하지만 ‘스마트폰은 오히려 인간 관계를 단절시킨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서로 할 얘기가 없으면 으레 스마트폰에 손이 가거든요. 감정을 나눌 기회 자체가 사라지는 거죠.”

변화2  '꼼꼼 기록' 등 자습 실력 업그레이드

김양은 “공부하다 보면 스마트폰이 아쉬울 때가 종종 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스마트폰이 없으면 모르는 영어 숙어나 역사 용어가 나왔을 때 궁금증을 즉각 해결할 수 없다. 학교 게시판에 평소 관심 있던 대회 정보가 나붙었을 때 고해상도 사진으로 담지도 못한다. 김양은 이 같은 불편을 ‘꼼꼼한 메모’로 해결했다. 그가 다니는 독서실 책상엔 다양한 크기의 접착식 메모지가 준비돼 있다. 모르는 단어나 개념이 나왔을 때 적어뒀다가 집 PC로 확인하기 위한 용도다.

이군 역시 철저한 메모 습관을 갖고 있다. “일정이 생기면 방 달력에 곧바로 기록해둡니다.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빡빡한 학생부 활동을 계속할 수 있었던 건 그 덕분이에요. 제 방 벽엔 학교 책상 크기만 한 칠판도 하나 있어요. 발명이 취미인데 그때그때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적어놓기 위해서죠.”

꽤 많은 편리를 포기했지만 세 학생은 “스마트폰 없는 지금 삶에 200% 만족한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좋은 건 ‘확 업그레이드된’ 자습의 질(質)이다. 요즘 오군의 일과는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규칙적으로 짜여 있다. 툭하면 새벽 4시까지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던 1년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풍경이다. “혼자 스마트폰 갖고 노는 시간을 없앴더니 취침 시간이 당겨졌어요. 저녁 자습을 줄인 만큼 아침엔 1시간 일찍 일어나 수학 문제 풀이로 잠을 깨죠. 늦잠 자는 일이 없어지니 학교로 헐레벌떡 뛰어가는 일도 줄었고요.”

김양은 2G폰의 특성상 요즘 유행하는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지 못한다. 하지만 오히려 그 덕에 친구와의 불필요한 수다가 줄었다. 이군은 “스마트폰을 버렸더니 내가 스마트해지더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기능은 다른 단품으로도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어요. 제겐 최신 스마트폰 대신 성능 좋은 MP3 플레이어와 전자사전이 있거든요. 그 정도면 학교 다니고 일상 생활 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습니다.”


‘스마트폰 중독 자녀’ 단계별 대응 요령

①자녀와의 관계 회복하기:
스마트폰 사용을 조절할 줄 아는 아이는 ‘부모와의 관계가 친밀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②성공 경험 축적하기: 더 큰 만족을 위해 눈앞 즐거움은 미룰 줄 아는 능력을 길러준다. 과제에 성공했을 때 적절한 방법으로 칭찬해주는 게 중요하다.
③자녀 결정 지지·응원하기: 자녀가 스마트폰 사용 중단을 결정했다면 적극적으로 호응해준다. 기껏 내린 결정도 알아주는 이가 없으면 실천 동력을 잃는다.

도움말: 김판수 숭실대 CK교수학습계발연구소 교수


인터뷰 참가자
△오강석(서울 영동고 3년)
중 3 때 스마트폰 구매, 고 2 1학기 중간고사 이후 2G폰으로 교체

△김예원(서울 건국대사범대부속고 3년)
중 3 때부터 스마트폰 사용, 지난해 12월 2G폰으로 교체

△이원준(서울 신천중 3년)
초등 6학년 말 스마트폰 구매, 중학교 입학 후 스마트폰 집에 두고 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