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편강한의원 서효석 대표원장

해암도 2014. 5. 22. 05:04

편도선염 앓던 소년은 한의사가 되었네


‘숨 박사’라는 닉네임으로 알려진 서효석 원장. 그는 편도선염과 아토피피부염·비염·천식이 모두 오장육부의 중심인 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새로운 치료 이론을 제시하며 한의학계의 스타가 됐다. 그가 연구·개발한 탕약은 이제 그보다 더 유명한 상황. 하지만 여전히 그는 진료실에서 환자들과 함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예순아홉의 나이가 무색하다.

처음부터 한의사가 될 요량은 아니었다. 서효석(69) 원장의 시작은 부친의 남다른 취향에서 비롯됐다. <한의학통신강의록>을 구해 수십 번 반복해 읽을 정도로 ‘한의학 팬’이던 서 원장의 부친은 어릴 적부터 아들에게 늘 한의사가 돼라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정작 나는 별로 마음이 없었다. 한의대를 갈 바에야 의대를 가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의대 시험에 떨어지자 ‘이때다’ 싶으셨는지 부친은 지인인 한의대 교수님과 내 모교 선생님을 동원해 나를 설득하셨다. 결국 그 설득에 넘어갔다. 지금 생각하면 의대 떨어진 게 얼마나 다행인지(웃음).”

부모님의 뜻에 따라 걷게 된 길이지만 서 원장은 이내 한의학에 남다른 집념을 보였다. 여기에는 사사롭지만 특별한 이유가 숨어 있다. “어려서부터 편도선이 약했다. 1년에 몇 차례씩 편도선염으로 이비인후과를 찾아야 했는데, 한의사가 되면서는 이비인후과 가기가 불편해졌다. 병원 신상기록서에 ‘한의사’라고 쓰는 것도 부끄러웠고, 진료를 기다리면서 아는 환자를 만날까 두렵기도 했다.” 그때 이 자존심 강한 청년 한의사는 결심했다. ‘내 손으로 편도선염을 고쳐봐야겠다’고.

따지고 보면 편도선염은 작은 병이다. 그러나 ‘작은 병도 못 고치면서 큰 병을 어떻게 고치겠나’ 하는 생각이 서 원장의 의지를 자극했다. 이것이 그가 편도선염을 비롯한 폐 관련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편강탕’이란 탕약을 연구·개발한 계기다.

스스로를 실험 대상으로 탕약 완성

한의원을 개원한 이듬해인 1973년, 서 원장은 곧바로 연구에 착수했고 1년여 후 최초 형태의 편강탕이 탄생한다. 이를 위해 밤낮 몸을 사리지 않고 연구에 매달렸다는 그다. “독성이 강한 반하(半夏)를 생으로 깨물어 먹다 입안이 완전히 헐어 사흘 동안 아무것도 입에 대지 못한 일도 있고, 한겨울에 방 안에서 지네를 볶아 가루를 내려다 냄새가 너무 독해 줄행랑을 친 일도 있다.”

자신의 몸을 대상으로 수차례 임상시험을 거친 결과 탄생한 편강탕은 이후 지속적인 연구를 거듭한 끝에 편도선염 뿐 아니라 아토피피부염·비염·천식 치료에 탁월한 효능을 보이게 된다. 완성 형태의 편강탕이 탄생한 것이 2008년이니, 35년 이상 연구가 지속된 셈이다. 편강탕에는 더덕, 금은화 같은 청폐 작용이 뛰어난 약재들이 배합돼 있다고 서 원장은 귀띔한다.

그런데 전혀 다른 질병으로 보이는 편도선염·아토피피부염·비염·천식을 어떻게 한 가지 약으로 치료한다는 것일까. 이에 대해 서 원장은 “열쇠는 바로 폐”라고 말한다. “편도선염·아토피피부염·비염·천식은 뿌리가 같은 한 가지 병이다. 뿌리인 폐가 건강하면 이들 질병은 절로 치료된다”는 것. “호흡기의 중심인 폐가 건강하면 면역 체계의 중심인 편도선이 튼튼하고, 편도선이 바로 서면 면역체계가 바로잡혀 아토피·비염·천식이 치료”되는 이치다. 서 원장에 따르면, 편강탕은 만성질환에는 천천히 효과를 보이는 반면, 폐가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는 굉장히 빠른 효과를 보이는 게 특징이다. 이와 관련한 드라마틱한 사례가 많아 주변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고.

서 원장의 역작 편강탕은 2006년 미국 FDA 유관기관에서 ‘무독성 식이제품’임을 판명,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반향을 일으켰다. 전 세계 31개국 환자들이 편강탕으로 효과를 봤다고 한다. 편강한의원 자체 집계에 따르면, 2000년 이후 편강탕을 복용하고 효과를 본 환자는 편도선염 3만 명, 비염 5만 명, 아토피 4만 명, 천식 3만3000명에 이른다.


‘한의학의 세계화’ 위해 힘쓸 것

현재 서 원장이 가장 주력하는 일은 ‘한의학의 세계화’다. 이미 일본 오사카의 ‘아토피 편강탕 한약연구소’, 미국 LA의 ‘스탠톤 한의과대학 부속 편강한방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서 원장은 동양의술의 중심인 중국에서도 한의학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지난해 3월부터 올 초 2월까지 중국 NTD TV에서 방영하는 52부작 의학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중국 명의와 대결을 펼치거나(1~7부) 주요 질병에 대해 자문하는(8~52부) 방식으로 진행된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는 자신의 의술은 물론 한의학의 우수성을 널리 알릴 수 있었다. “아토피피부염을 주제로 한 회가 특히 인상적이다. 아토피피부염 치료를 받다 스테로이드에 중독된 20대 젊은 여성이 출연했는데, 함께 출연한 상대 중국 명의는 ‘스테로이드에 중독된 환자는 고칠 수 없다’며 항복했다. 하지만 나는 그 환자를 1년 이내에 완치시키겠다고 장담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는 지금까지 편강탕으로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스테로이드로 인해 녹아내린 골반뼈가 아무는 등 많이 회복된 상태다.” 방송 덕분인지 지난해를 기점으로 중국인 환자 수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앞으로 서 원장의 계획이라면 ‘편강 100세 탐험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 90세 이상의 시니어 33명을 모집, 그들이 건강한 100세를 맞을 수 있도록 폐를 관리해주는 프로젝트다. “지금 말로는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막상 내 주변에서 100세 이상 산 사람을 본 일이 없다”며 안타까움을 표하는 서 원장은 직접 이번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폐를 깨끗이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폐만 깨끗하다면 100세 이상 사는 건 아무 문제없다.” 서 원장은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대중이 진정한 100세 시대를 실감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 밖에도 여러 대외 활동을 계획 중인 서 원장은 “나야말로 한 200세쯤 살아야 할 것 같다. 계획한 일을 다 하려면”이라며 웃는다. 40년이란 시간 동안 ‘인류의 건강’이라는 의사로서의 신념을 차근차근 실천해온 서 원장은 말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휴일도 없이 일했다. 주말이나 공휴일 다 반납했다. 지금은 일요일에는 쉰다. 그게 요새 내 큰 자랑이다.” 그런 그의 사전에 ‘은퇴’는 없는 말이나 다름없다.

박철진 시니어조선 객원기자  입력 : 2014.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