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박사’라는 닉네임으로 알려진 서효석 원장. 그는 편도선염과 아토피피부염·비염·천식이 모두 오장육부의 중심인 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새로운 치료 이론을 제시하며 한의학계의 스타가 됐다. 그가 연구·개발한 탕약은 이제 그보다 더 유명한 상황. 하지만 여전히 그는 진료실에서 환자들과 함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예순아홉의 나이가 무색하다.
처음부터 한의사가 될 요량은 아니었다. 서효석(69) 원장의 시작은 부친의 남다른 취향에서 비롯됐다. <한의학통신강의록>을 구해
수십 번 반복해 읽을 정도로 ‘한의학 팬’이던 서 원장의 부친은 어릴 적부터 아들에게 늘 한의사가 돼라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정작 나는 별로
마음이 없었다. 한의대를 갈 바에야 의대를 가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의대 시험에 떨어지자 ‘이때다’ 싶으셨는지 부친은 지인인 한의대 교수님과
내 모교 선생님을 동원해 나를 설득하셨다. 결국 그 설득에 넘어갔다. 지금 생각하면 의대 떨어진 게 얼마나
다행인지(웃음).”
따지고 보면 편도선염은 작은 병이다. 그러나 ‘작은 병도 못 고치면서 큰 병을 어떻게 고치겠나’ 하는 생각이 서 원장의 의지를 자극했다. 이것이 그가 편도선염을 비롯한 폐 관련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편강탕’이란 탕약을 연구·개발한 계기다.
스스로를 실험 대상으로 탕약 완성
한의원을
개원한 이듬해인 1973년, 서 원장은 곧바로 연구에 착수했고 1년여 후 최초 형태의 편강탕이 탄생한다. 이를 위해 밤낮 몸을 사리지 않고
연구에 매달렸다는 그다. “독성이 강한 반하(半夏)를 생으로 깨물어 먹다 입안이 완전히 헐어 사흘 동안 아무것도 입에 대지 못한 일도 있고,
한겨울에 방 안에서 지네를 볶아 가루를 내려다 냄새가 너무 독해 줄행랑을 친 일도 있다.”
자신의 몸을 대상으로 수차례 임상시험을
거친 결과 탄생한 편강탕은 이후 지속적인 연구를 거듭한 끝에 편도선염 뿐 아니라
아토피피부염·비염·천식 치료에 탁월한 효능을 보이게 된다. 완성 형태의 편강탕이
탄생한 것이 2008년이니, 35년 이상 연구가 지속된 셈이다. 편강탕에는 더덕, 금은화 같은 청폐 작용이 뛰어난 약재들이 배합돼 있다고 서
원장은 귀띔한다.
그런데 전혀 다른 질병으로 보이는
편도선염·아토피피부염·비염·천식을 어떻게 한 가지
약으로 치료한다는 것일까. 이에 대해 서 원장은 “열쇠는 바로 폐”라고 말한다. “편도선염·아토피피부염·비염·천식은 뿌리가 같은 한 가지
병이다. 뿌리인 폐가 건강하면 이들 질병은 절로 치료된다”는 것. “호흡기의 중심인 폐가 건강하면 면역 체계의 중심인 편도선이 튼튼하고,
편도선이 바로 서면 면역체계가 바로잡혀 아토피·비염·천식이 치료”되는 이치다. 서 원장에 따르면, 편강탕은 만성질환에는 천천히 효과를 보이는
반면, 폐가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는 굉장히 빠른 효과를 보이는 게 특징이다. 이와 관련한 드라마틱한 사례가 많아 주변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고.
서 원장의 역작 편강탕은 2006년 미국 FDA 유관기관에서 ‘무독성 식이제품’임을 판명,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반향을
일으켰다. 전 세계 31개국 환자들이 편강탕으로 효과를 봤다고 한다. 편강한의원 자체 집계에 따르면, 2000년 이후 편강탕을 복용하고 효과를
본 환자는 편도선염 3만 명, 비염 5만 명, 아토피 4만 명, 천식 3만3000명에 이른다.
‘한의학의 세계화’ 위해 힘쓸 것
현재
서 원장이 가장 주력하는 일은 ‘한의학의 세계화’다. 이미 일본 오사카의 ‘아토피 편강탕 한약연구소’, 미국 LA의 ‘스탠톤 한의과대학 부속
편강한방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서 원장은 동양의술의 중심인 중국에서도 한의학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지난해 3월부터 올 초 2월까지 중국 NTD TV에서 방영하는 52부작 의학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중국 명의와 대결을 펼치거나(1~7부)
주요 질병에 대해 자문하는(8~52부) 방식으로 진행된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는 자신의 의술은 물론 한의학의 우수성을 널리 알릴 수 있었다.
“아토피피부염을 주제로 한 회가 특히 인상적이다. 아토피피부염 치료를 받다 스테로이드에 중독된 20대 젊은 여성이 출연했는데, 함께 출연한 상대
중국 명의는 ‘스테로이드에 중독된 환자는 고칠 수 없다’며 항복했다. 하지만 나는 그 환자를 1년 이내에 완치시키겠다고 장담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는 지금까지 편강탕으로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스테로이드로 인해 녹아내린 골반뼈가 아무는 등 많이 회복된 상태다.” 방송 덕분인지 지난해를
기점으로 중국인 환자 수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앞으로 서 원장의 계획이라면 ‘편강 100세 탐험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
90세 이상의 시니어 33명을 모집, 그들이 건강한 100세를 맞을 수 있도록 폐를 관리해주는 프로젝트다. “지금 말로는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막상 내 주변에서 100세 이상 산 사람을 본 일이 없다”며 안타까움을 표하는 서 원장은 직접 이번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폐를 깨끗이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폐만 깨끗하다면 100세 이상 사는 건 아무 문제없다.” 서 원장은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대중이 진정한 100세
시대를 실감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 밖에도 여러 대외 활동을 계획 중인 서 원장은 “나야말로 한 200세쯤 살아야 할 것
같다. 계획한 일을 다 하려면”이라며 웃는다. 40년이란 시간 동안 ‘인류의 건강’이라는 의사로서의 신념을 차근차근 실천해온 서 원장은 말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휴일도 없이 일했다. 주말이나 공휴일 다 반납했다. 지금은 일요일에는 쉰다. 그게 요새 내 큰 자랑이다.” 그런
그의 사전에 ‘은퇴’는 없는 말이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