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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코인을 아시나요?" - 한국 첫 사이버화폐 ‘독도코인’ 개발자 김철호

해암도 2014. 5. 7. 09:42

“미·유럽 사이버화폐 400~500개 IT강국 한국에 필수”

    
photo 이경호 영상미디어 차장
한국 최초의 사이버화폐 ‘독도코인’을 만든 김철호(28)씨는 “한국은 지금까지 한 번도 사이버화폐를 만들지 않았다. ‘독도코인’이 사이버화폐의 토대가 되고 문화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한 외국계 시장분석 기업에서 일하는 직장인이다. 그가 만든 ‘독도코인’은 지난 3월 1일 세상에 나왔다.
   
   지난 4월 25일 주간조선과 만난 김씨는 독도코인 개발 이유에 대해 “개성이 담긴 화폐를 만들고 싶다는 IT 개발자로서의 호기심이 크게 작용했다”며 “IT와 사이버화폐를 공부하면 할수록, 사이버화폐가 경제와 IT강국인 한국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이버화폐는 2008년 일본계 미국인 ‘사토시 나카모토’ 정도로만 알려진 베일 속 인물에 의해 개념이 소개됐다. 2009년 정확한 신분이 밝혀지지 않은 IT 개발자들이 사토시 나카모토가 공개한 개념을 응용해 세계 최초의 사이버화폐 ‘비트코인’을 만들었다. 이후 비트코인의 개발 설계도와 프로그램은 공개(오픈소스)됐다. 이 오픈소스를 바탕으로 전 세계의 개발자들이 ‘라이트코인’ 등 또 다른 사이버화폐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현재 약 400~500개의 사이버화폐가 개발¡¤통용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에서 약 다섯 개 정도의 사이버화폐가 개발돼 통용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2년 사이버화폐란 걸 처음 알았다. 2013년 초에 그 설계도가 누구에게나 공개된 ‘오픈소스’임을 알게 됐다. 오픈소스를 이용해 누구나 사이버화폐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 또 이렇게 만든 사이버화폐를 전 세계 누구와도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던 것이다. IT 기술만으로 화폐를 만들 수 있고 세상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다는 매력에 끌렸다. 그때부터 정보를 모으며 공부했다. 그리고 그해 8월부터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했다.”
   
   그렇게 일곱 달 만인 올 3월 1일 웹사이트 ‘Dokdocoin’(독도코인·www.dokdocoin.or.kr)을 만들어 세상에 선보였다. 김씨는 “독도코인은 비트코인의 오픈소스를 바탕으로 한국 실정에 맞게 수정·재개발한 것”이라며 “기술적으로는 비트코인과 차이가 있지만 일반인들이 온라인에서 사이버화폐를 채굴(확보)하고, 사이버화폐 거래소에서 현금으로 교환하거나 식당·상점에서 실제 물건·서비스를 구입하는 방식은 비트코인과 같다”고 했다.
   
   독도코인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독도’란 이름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김철호씨는 “개발이 끝날 때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여러 사이버화폐 시장과 커뮤니티·포럼에 개발 내용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생각을 했었다”며 “이때 이름을 고민하다가 떠오른 것이 독도코인”이라고 했다.
   
   김씨에 따르면 사이버화폐 시장은 미국과 유럽인이 주도한다. 한국에선 금융 시장은 물론, IT 업계에서조차 사이버화폐에 대한 개념과 정보가 거의 없다. 때문에 독도코인을 많이 접하고 쓰는 사람이 당분간은 외국인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들에게 한국에 관한 의미 있는 뭔가를 알려주고 싶었다. 그때 떠오른 것이 ‘독도’였다.”
   
   독도코인은 출생지인 우리나라에서보다 일본에서 반응이 더 크다. 그는 “일본의 사이버화폐 사용자와 관계자들에게 독도코인은 유쾌한 존재가 아닌 것 같다”며 “욕설은 자제하고 있지만 몇몇 일본인이 독도코인과 한국을 비꼬는 반응을 공개적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인의 반응에 대해 “많은 사람이 격려하고 축하해 줬다”면서도 “간혹 ‘당신의 개인 이익을 위해 왜 소중한 우리 영토 독도를 팔아먹느냐’거나 ‘투기해서 돈 벌려고 이런 걸 만든 게 아니냐’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그는 사이버화폐 개념이 한국에는 거의 없기 때문에 일부 사람들이 ‘독도코인을 투기 대상이나 사기의 도구’로 오해하는 것 같다며 독도코인이 이 같은 오해와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독도코인의 개발 과정은 한국에선 선례가 없던,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김씨는 “한국 실정에 맞게 수정·재개발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정보 수집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사이버화폐 설계 프로그램이 오픈소스이긴 하지만 애초 서구, 특히 미국적 사고로 만들어진 것이다. 한국인의 IT 문화와 온라인 사용 습성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이를 우리 사정에 맞게 수정해야 했는데 우리말로 된 관련 논문이나 리포트 등 정보가 전혀 없었다. 또 지금껏 이 작업을 해본 한국인이 없었기에 조언을 구할 만한 이도 없었다. 해외에 소개된 관련 논문과 리포트 등의 정보를 수집하는 데 상당한 노력과 시간을 써야 했다. 이를 혼자 공부해 한국 상황에 맞는 기술을 찾아내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김씨에 따르면 현재 독도코인 사용자는 200명(채굴자 기준) 정도고 총 96만3300여개의 독도코인이 발행됐다고 한다. 각종 사이버화폐거래소에서 1독도코인은 3.9원(4월 24일 기준)의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그는 “독도코인 사용자가 1000~1만명 정도로 증가하면 온라인 기반의 소액의 물품 거래 등에서 실제 화폐처럼 통용할 수 있다”며 “최근 서울 홍익대 근처 한 식당에서 스마트폰용 안드로이드 결제 앱 개발이 이루어지면 결제수단으로 독도코인을 이용하겠다는 제안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