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두뇌 설계社 ARM 시거스 사장
"영업이익률 50%, 매출 25% R&D 투자"
- 사이먼 시거스 ARM 사장이 자사의 프로세서 기술이 들어간 모바일 기기들을 펼쳐 놓았다./ 김지호 객원기자
그는 ARM의 프로세서 기술이 들어간 4가지 모바일 기기를 보여줬다. "여기 25달러(약 2만6000원)짜리 스마트폰이 있습니다. 차이나모바일의 OEM 제품인데, 중국에서 만들었습니다. 이 65달러짜리는 대만 미디어텍 프로세서를 탑재했는데 가격 대비 성능이 꽤 좋습니다. 이것은 모토롤라 대표 모델 모토G입니다. 200달러짜리입니다. 마지막 제품은 영국 수퍼마켓 체인 테스코가 중국에서 주문 생산해 들여온 태블릿PC입니다. 100파운드(약 17만원)짜리지만, 구글의 넥서스7과 비교할 만한 성능을 갖고 있습니다."
ARM 같은 회사가 있는 한 저가품을 만드는 중국 업체도 최신 기술 트렌드를 따라가는 게 어렵지 않다는 의미다.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한태희 교수는 "삼성전자도 중국 신생 업체도 OS는 구글 안드로이드, CPU 핵심 기술은 ARM에 의존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처지"라면서 "결국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 핵심에서 삼성전자가 기술 우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사이먼 시거스(Segars) 사장은 나중에 한국에서 만났다. 그는 ARM 설립 이듬해인 1991년 입사했으며, 작년 7월 45세 나이로 CEO에 임명됐다.
―공장이 없는데, 비용은 어디에 들어가나요?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고 교육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가장 큰 비용이 드는 부분입니다. 대략적으로 보면, 저희 매출 가운데 영업이익이 절반입니다. 그리고 비용 가운데 R&D 비용, 즉 인건비가 25%, 그 외 비용이 25%쯤 되겠네요."
―ARM이 어떻게 독점적인 지위에 오를 수 있었을까요?
"저희는 반도체 회사로서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뭔지 아주 긴 관점에서 생각하고 결정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공장은 만들지 않기로 했어요. 반도체라는 제품 자체를 생산하는 것은 포기한 겁니다. 대신 마이크로프로세서 칩을 만드는 데 필요한 핵심적인 라이선스 기술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프로세서 설계를 하는 데 공통 부분을 묶어 최고의 성능과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다면, 그만큼 규모가 커질 것이고 비용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설립 당시 스마트폰의 초기 형태에 해당하는 애플 '뉴턴'이라는 PDA의 프로세서를 개발해야 했는데, 휴대용 기기이기 때문에 프로세서를 작고 저전력이면서 싸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거기에서 저희 기술력의 강점이 시작됐습니다."
―그래도 95%라는 시장점유율이 말이 되나요?
"꼭 ARM 기술을 써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기술을 선택하는 건 고객사에도 이익일 겁니다. 가장 저렴하고 전력 소모도 적고 가장 작은 프로세서를 설계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바일에 특화된 저전력, 소형, 저가격인 ARM 기술을 쓰는 게 스마트폰 회사가 직접 내부 개발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고 효율적입니다. 그러다 보니 점점 많은 스마트폰 회사가 ARM 기술을 채택했고, 소프트웨어도 ARM 기술에 최적화된 형태로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ARM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가 늘어나니 더 많은 스마트폰 회사가 ARM 기술을 채택하는 선순환 생태계가 만들어진 것이죠.
우리가 성공한 또 다른 이유는 경쟁자에 비해 개방적이었다는 겁니다. 스마트폰 회사들은 설계 기술을 외부에 제공하는 데 아주 폐쇄적이었지요. 반면 저희는 모든 고객이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기술을 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케임브리지(영국)·서울=최원석기자 입력 : 2014.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