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판교신도시에 있는 단독주택 I-ZIP 야경./박완순 사진작가
이 소장은 자신의 강점으로 외국 유학을 안 간 대신 학부 졸업 후 계속 주택 설계에 매진해온 점을 꼽았다. 이 소장은 “현장 경험이 또래 건축가보다 훨씬 많은 것이 내 장점이자 강점”이라고 말했다.
집 건축은 마음이 치유되는 과정
“입소문이 나면서 일감이 갑자기 몰렸다. 그러나 12개의 주택 모두 제각기 개성이 다르다. 건축주마다 개성이 다르고 생활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집도 그것에 따라 고유의 정체성을 갖는다.”
이 소장의 설계사무소는 판교신도시에 있다. 이곳에 조성된 단독주택단지에 이 소장의 작품은 시공 중인 것까지 포함해 총 12개. 한 건축가의 작품이 한 지역에 이 정도 쏠려 있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 개인 작업실에서 설계 중인 이재하 건축가.
이 소장은 집은 함부로 지어선 안 된다는 말을 많이 했다. 아파트 일색인 수도권에서 사는 많은 사람에게 단독주택을 짓는다는 것은 ‘평생의 꿈’을 실현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소중한 가족과 함께 만들어갈 추억이 아로새겨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50대 초반의 건축주가 있었다. 그는 부인을 잃고 나서 단독주택을 짓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그분은 딸과 함께 살 집을 나와 매일 같이 의논하며 직접 설계했다. 그는 설계가 마무리될 때쯤 집을 설계하는 과정이 자신이 치유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때 굉장히 엄숙하고 애틋한 마음이 들었다. 집이란 그런 것이다. 나는 그것에 대한 책임감을 사랑한다.”
미술관 같은 집 판교의 ‘I-ZIP’
경기 성남시 판교 단독주택 단지에는 아름다운 집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이 소장이 설계한 ‘I-ZIP’은 조형적으로 단연 눈에 띈다.
- I-ZIP의 계단 모습. 원목을 벽에 그대로 박았다./박완순 사진작가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거실이 보이지 않고 좁은 통로를 뒀다. 주택 외관과 마찬가지로 즉각적으로 일반적인 집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한 것이다.
거실로 들어서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오는데 보통 계단과 방식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계단을 지탱하는 기둥을 세우지만, 이 집의 계단은 벽에 수평으로 박은 나무를 밟고 올라가는 형식이다. 원목을 수평으로 벽에 박고 계단 마감은 오래된 나무를 덧대 클래식한 분위기를 살렸다.
“나는 고요, 영원, 숭고, 고귀라는 단어를 품고 설계를 한다. 그러나 늘 그 건축물에는 지루함을 깰 수 있는 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 건축물에 1~2가지 재미있는 요소를 넣어주면 건축물에 생기가 돈다. 완벽한 대칭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대칭에 살짝 깨진 대칭들을 겹쳐 놓는 것을 좋아한다.”
- 충남에 있는 마로니에 팬션 전경. 1층 로비로 통하는 길에 일부러 다리를 놓았다./박완순 사진작가
이 소장은 “모든 건축물에는 드라마틱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칭과 비대칭을 넘나들고, 소재 사용도 다양하고 자유롭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 허성준
- 조선비즈 건축 담당기자
- E-mail : huh@chosun.com
- 허성준 기자는 서른 중반의 외모에 외국인을 연상시키는 짙은 쌍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