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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외우내환…거래소 잇단 업무 마비에 단속 강화까지

해암도 2014. 2. 13. 10:29


비트코인 가치 일주일새 40% 넘게 하락

온라인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이 외우내환의 위기를 맞았다. 비트코인 생태계의 핵심인 거래소들의 기본 업무가 잇따라 마비된 데다 각국 금융 당국의 단속과 규제 고삐도 점점 조여오고 있다. 가상 화폐가 가상 세계 밖으로 나오면서 본질적인 문제에 직면했다는 경고가 나온다.

지난 7일 도쿄의 마운틴곡스(Mt.Gox) 거래소가 예고 없이 화폐 인출과 환전 업무를 중단한 데 이어, 11일(현지시각)에는 슬로베니아의 비트스탬프(bitstamp) 거래소가 관련 업무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비트코인차트에 따르면, 두 거래소의 비트코인 거래량은 전 세계의 56%를 차지한다.

비트코인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정부나 중앙은행의 통제 없이 거래가 이뤄진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통제로부터 자유롭다는 잇점이 ‘통제 불능’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비트코인 거래를 대상으로 해킹 시도가 잇따르는가 하면, 기본 기능이 수일 넘게 멈춘 상황에서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이에 따른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비트코인의 가치는 일주일새 40% 넘게 추락했다. 지난달 900달러선에서 거래를 이어가던 달러화 대비 비트코인의 가격은 12일 오후 3시30분 기준 535달러까지 떨어졌다.

최근 일주일 간 달러화 대비 비트코인 가격 변화 /출처: 비트코인차트
최근 일주일 간 달러화 대비 비트코인 가격 변화 /출처: 비트코인차트
통제받지 않는 비트코인…책임지는 사람도 없어

비트코인 거래소들이 업무를 중단한 것은 거래소에 저장된 비트코인을 다른 사람에게 옮길 때 비트코인 거래 정보를 조작하려는 시도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기술적인 구멍을 통해 해커들이 거래 정보를 왜곡할 여지가 있다는 게 마운틴곡스 측의 설명이다.

가령 거래 정보를 조작해 비트코인을 인출해 두고서도 비트코인을 인출한 적이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는 것. 비트코인 기술자들이 ‘거래의 순응성(transaction malleability)’이라고 부르는 이 기술적 오류는 비트코인 거래소의 현재 보안 시스템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지적된다. 비트코인 탄생 때부터 지적돼온 문제지만, 최근 거래 정보를 왜곡하려는 해커들이 늘어나면서 업무 정지 사태까지 불러온 것이다.

비트코인 플랫폼 운영회사인 코인세터의 재런 루카스위츠 최고경영자(CEO)는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업무가 정지된 두 거래소는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최근 거래소들의 잇따르는 업무 중단은 비트코인의 생태계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경고했다. 비트코인의 홍보단체인 비트코인기금의 개빈 앤더슨 선임 기술연구자도 “누군가가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흔들어 거래를 왜곡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보다 근본적으로 비트코인의 기본 설계에 결함이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전(前)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출신의 마크 윌리엄스 보스톤 대학교 재무학과 교수는 1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쓴 ‘비트코인의 설계에는 위험한 실수가 있다’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비트코인의 기술적 우월성은 박수를 쳐줄만 하지만 현 자본주의 시스템을 대체하려 한다면 분명히 틀렸다”며 “알고리즘에 따라 움직이는 비트코인 시스템은 복잡한 경제 상황에 대처하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캐나다도 비트코인 단속 의지…러시아·인도네시아·중국은 이미 금지

비트코인이 마약 거래와 돈세탁에 악용되는 사례도 속출하면서 전 세계 금융 당국의 단속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맨처음 비트코인 자동인출기(ATM)를 도입한 캐나다에서도 당국의 경고음이 나왔다. 캐나다 정부는 11일 하원에 제출한 예산안 보고자료에서 “비트코인은 돈세탁과 맞서는 캐나다 정부의 노력에 위협을 주고 있다”며 “캐나다 정부는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위험요인을 줄여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7일 러시아와 인도네시아 정부도 법인과 개인의 비트코인 사용을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12월 금융기관의 비트코인 취급을 금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부도 올해 봄까지 비트코인과 관련된 규제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영국 금융당국도 각국의 동향을 참고해 이른 시일 내에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겠다는 방침이다.   :남민우 기자  2014.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