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대박투자수단으로만 여겨졌던 비트코인은 이제 인터넷으로 연결된 사회에서 보다 쉽고, 편리하고,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디지털 화폐로서 재조명 되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비트코인 거래소들이 나오고 있는가 하면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한 커피숍, 학원, 미용실, 병원까지 생겼다. 일부 스타트업은 비트코인을 활용한 문화사업을 벌이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기자는 최근 '비트코인 전도사(Bitcoin Jesus)'라는 별명을 가진 벤처투자자 로저 버와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에서 로저 버는 "비트코인에 흥분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이것을 모르는 것"이라는 다소 도발적인 화두를 던졌다. 그는 비트코인 전도사 답게 비트코인은 이미 세계적인 트렌드가 됐고 앞으로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을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 듯 보였다.
▲ 비트코인 전도사 로저 버. |
비트코인은 암호학, IT기술, 경제학 등이 뒤섞여 있기 때문에 그 구조를 정확하게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저 버는 비트코인이 앞으로 디지털 세상을 이끌어 갈 미래라고 확신했다.
■100억대 매출 기업에 비트코인 결제 최초 도입
무슨 자신감일까. 그가 비트코인에 관심을 갖게 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 봤다. 미국에서 경제학, 컴퓨터 과학을 전공한 로저 버는 10년 넘게 메모리딜러스닷컴이라는 온라인 네트워크 기기, 전용 장비 판매 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그의 회사는 한해 1천만달러(약 100억원) 매출을 올릴 정도로 규모가 있는 편이다.
주목할만한 점은 비트코인을 사랑하게 된 로저 버가 2011년부터 자신의 회사에서 파는 제품에 대해 비트코인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것이다.
당시만 해도 미국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일부 매장들만 비트코인 가맹점으로 참여하던 유지되고 시절이다. B2B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회사가 현금 대신 비트코인을 받기 시작한 것은 처음이었다.
로저 버는 비트코인에 대한 가능성을 실험한 뒤에는 실제로 비트코인 관련 벤처회사를 차렸다. 비트코인 거래정보와 함께 비트코인 월렛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블록체인이 그것이다.
심지어 로저 버는 "회사 직원들 월급도 비트코인으로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는 자기들 생활을 위해 직접 쓰기도 하고 대부분은 투자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저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미국 내에서 비트코인만으로 의식주가 해결되는 생태계가 구축됐다고 보기는 힘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화폐만으로 생활하는 일에 대한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한 메모리딜러스닷컴. |
■비트코인 대신 라이트코인이 뜬다? 글쎄...
현재 비트코인은 더이상 채굴로서 수익을 얻기는 힘든 시대가 됐다고 말한다. 전문 채굴꾼들이나 기업형 채굴집단이 등장하면서 일반 사람들에 의해 비트코인 생태계가 돌아가기는 어려워졌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 틈에 나온 것들이 라이트코인, 도기코인과 같은 유사 비트코인이다. 채굴 난이도를 낮춰 일반 사람들도 자신이 가진 PC나 노트북 등을 활용해 가상화폐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와 관련 로저 버는 "라이트코인 등이 등장한다고 하더라도 비트코인이 사라질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수년째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한 많은 소프트웨어들이 개발됐고, 인프라가 갖춰지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라이트코인 등 또 다른 가상화폐들은 비트코인과 연동돼 가격이 산정된다.
■벤 버냉키의 말 실수
사실 비트코인은 달러화 등 주류 통화나 기존 경제시스템과는 대척점에 있다. 정부에 얽매이지 않는 가상화폐를 만들어보자는 것이 비트코인이 시도하고 있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금융거래에 비트코인 금지령을 내린 것이나 미국 50개 주 중에 법적으로 5개 주에서만 비트코인을 활용한 거래가 승인된다는 사실이 이러한 어려움을 반영한다.
지난해 11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은행(FRB) 의장은 "비트코인은 돈세탁에 악용될 위험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유망하며 더 빠르고 안전하면서 효율적인 결제 시스템을 촉진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미국 상원이 주최한 비트코인 청문에게 보냈다.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FRB 수장이 기존 통화체계에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비트코인에 대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낸 것은 상당히 의외의 반응이다.
이를 두고 로저 버는 "벤 버냉키를 포함한 정부 시각에서는 반대를 해야한다고 보는데 찬성한 것을 보면 내가 비트코인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 말은 비트코인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정부 관료들이라면 도입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은데 버냉키 의장이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비트코인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게 아니냐는 의견을 낸 것이다.
■비트코인, 얼마나 오를까
그는 비트코인 전도사이자 관련 스타트업 투자자로도 유명하다. 그가 투자한 블록체인, 비트페이 등은 이미 성공해 정상궤도에 올랐다. 앞으로 투자계획에 대해 로저 버는 "온라인에 비트코인과 관련 12개 회사에 투자했기 때문에 다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비트코인은 얼마나 오를까. 현재 비트코인은 가격변동성이 크다는 점이 시장에서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 그는 "1비트코인(BTC)가 수년 내로 5만달러~10만달러가 될 때까지는 계속 오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카톡, 라인 연동 아직은 무리수
비트코인 생태계는 현재로서는 기존 비트코인 월렛, 비트코인 거래소, 비트코인 결제 대행 서비스 프로바이더, 비트코인의 급격한 가격변동으로 인한 손해를 보상하기 위한 보험 등의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앞으로 발전방향에 대해 로저 버는 "건물, 부동산 등에 대한 결제에도 비트코인이 활용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저 버가 한국 내 비트코인 비즈니스에서 가장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 것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라인에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할 가능성에 대해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미 미국 내에서 주로 사용되는 '그리프(Gliph)'라는 모바일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 안드로이드 버전에서는 비트코인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기능을 탑재했다. 애플은 약 2달전까지만 해도 그리프를 통한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해왔으나 지난달 이를 금지했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현재로서는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태다. 카카오톡은 '초코', 라인은 '코인'이라는 사이버머니를 자신들의 플랫폼 내에서 결제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굳이 비트코인에게 주도권을 내줄지에 대해서는 아직 미지수다. 손경호 기자/ sontech@zdnet.co.kr 2014.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