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네덜란드 튤립/네덜란드관광청
“지금의 비트코인 열풍은 21세기판 네덜란드 튤립 거품과 같다.”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점점 실물 경제에서도 활동 범위를 넓혀가면서, 동시에 투자 위험성에 대한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17일자에는 비트코인을 17세기 네덜란드 튤립에 비유한 칼럼이 실렸다. 기고자는 프랑스 중앙은행 부총재를 역임한 장 피에르 랑도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 교수. 그는 비트코인의 태생적 결함을 들어 비트코인이 과거 네덜란드의 튤립 거품과 같은 파국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비트코인 광풍이 오래갈수록 더 많은 투자자가 큰 화를 입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랑드 교수가 비유한 튤립 거품은 세계 거품 경제의 시초로 불린다. 17세기 초 네덜란드는 튤립 광풍에 휩싸였다. 16세기 말 아시아에서 건너온 튤립이 인기를 끌자 튤립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특히 바이러스에 의해 꽃 색깔이 변한 희귀종 가격은 폭등했다. 너 나 할 것 없이 튤립 투기에 뛰어들면서 가격 거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지만, 결국 거품이 터져버렸다. 튤립 가격은 최고치의 수천분의 1로 폭락했고 전 재산을 튤립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파산했다.
랑도 교수는 “비트코인은 현대판 튤립”이라고 단언했다. 비트코인이 인기를 얻은 이유로는 두 가지를 들었다. 우선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탈세와 돈세탁에 이용하기 쉽다는 것. 또 하나는 과거 튤립처럼 투기 바람을 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 ▲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가상 이미지/블룸버그
랑도 교수는 “나카모토는 신뢰를 바탕으로 성립되는 돈의 본질을 이해하고 비트코인을 만들었지만, 좋은 화폐는 오랜 시간 가치가 유지돼야 하고 바로 물건과 서비스로 교환될 수 있어야 한다는 중요한 특성을 놓쳤다”고 썼다. 랑도 교수는 시카고학파를 대표하는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학설을 인용, “통화 공급량은 일정한 비율로 증가해야 하는데, 나카모토는 이를 무시해 비트코인이 화폐로서 성공할 기회를 잃었다”고 썼다.
랑도 교수에 따르면, 화폐 발행량이 너무 적으면 유통량이 충분치 않아 화폐의 결제 기능이 떨어진다. 이렇게 되면 디플레이션(물가 하락)과 경제 침체가 일어날 위험이 크다. 반대로 화폐 발행량이 넘치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일어나고 화폐 가치가 떨어진다.
랑도 교수는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비트코인 공급은 연평균 0.6%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는 “비트코인을 이용한 경제가 이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 비트코인 수가 부족해져서 비트코인으로 매겨지는 물건값이 하락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비트코인 공급이 실물화폐 공급보다 더 적게 이뤄질 경우에는 비트코인 가치가 급격히 오르는 상황이 온다”고 썼다.
랑도 교수가 특히 우려하는 것은 후자의 경우다. 그는 “비트코인은 결제수단으로서 자리를 잡기도 전에 가치가 치솟았으며, 이는 비트코인을 교환 수단으로서 부적합하게 만들었다”고 썼다. 그는 “내일 가치가 더 오를 거라고 생각하면 당장 오늘 비트코인을 쓰려는 사람이 없게 되고, 아무도 비트코인을 쓰려 하지 않으면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받아들일 동기도 없어진다”고 설명했다.입력 : 김남희 기자 201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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