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국 비트코인 투자자 로저 버
비트코인의 전령 다운 호기로운 예언이었다. ‘비트코인 예수(Bitcoin Jesus)’라 불리는 미국의 비트코인 투자자 로저 버(Roger Ver·35)가 한국을 찾았다. 15일 그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비트코인에 투자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자신했다. 15일 오후 6시(한국시각) 현재 일본 마운트곡스(Mt.Gox) 거래소 기준으로 1비트코인은 934.6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그는 비트코인 가치가 지금보다는 한참 낮았던 2011년 초, 비트코인 투자에 뛰어들어 세계적인 ‘비트코인 갑부’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뒤 그는 100만달러(약 10억6300만원)어치의 비트코인을 기부해 유명세를 타게 됐다고 작년 12월 2일 CNBC가 보도했다.
버는 현재 전자부품업체 메모리딜러의 최고경영자(CEO)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비트코인을 알리는 ‘에반젤리스트(복음 전도사·Evangelist) 활동에 더 힘쓰고 있다. 그는 세계 최대 비트코인 사이트 ‘블록체인’을 비롯해 비트페이, 비트코인스토어, 비트코인칩인, 비스인스탄트 등 다양한 비트코인 관련 업체의 주요 투자가이기도 했다. 연중 대부분을 전세계 비트코인 사업장을 오가며 비트코인 생태계를 넓히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가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비트코인 신도가 된다는 뜻에서 ‘예수’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지난해 11월 30일자 비트코인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버는 2011년 말 “앞으로 2년 안에 비트코인 가치가 금값을 추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자신의 내기에 비트코인 1000개를 판돈으로까지 걸었다. 하지만 당시 사람들은 그의 주장을 ‘헛소리’로 치부했다. 당시 1비트코인 가치는 약 10달러에 불과한 반면, 금은 1온스(31그램)에 1200달러였기 때문.
하지만 2년 2개월 만에 버의 예언은 현실이 됐다. 1비트코인 가격이 금 1온스의 가격을 추월했던 것. 그러고도 버는 비트코인 가격 상승 시기가 자신의 예상보다 2개월 늦었다며 판돈으로 걸었던 비트코인 1000개를 경제교육재단(FEE)에 기부했다. 버의 기부 결정은 지난해 11월 30일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다. 현재 시세로는 100만달러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가 이번에 한국에 온 것도 비트코인 교환소 크라켄의 한국사이트 오픈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조선비즈는 서울 역삼동의 한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비트코인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물어봤다.
◆ 라디오에서 비트코인 알게돼 매료… ‘현존 최고의 화폐’
- ▲ 비트코인
“약 3년 전 유명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그 뒤 호기심이 생겨 비트코인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알면 알수록 너무 재미있었다.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하고 공부했다. 결국 건강까지 나빠져서 병원까지 실려갈 정도였다. 병원에 가서도 스마트폰을 통해 비트코인 공부를 계속했다. 친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기까지 했다.”
-비트코인에 매료된 이유는.
“비트코인은 현존하는 최고의 화폐라고 생각한다. 두 가지 특성 때문이다. 우선 비트코인은 다른 화폐와는 달리 각국 중앙은행에서 마음대로 발행을 할 수 없다. 따라서 인플레이션 발생 위험이 없다. 비트코인의 발행 총량은 2100만개로 한정돼 있다. 또 비트코인은 전세계 어디에서나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거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반 화폐의 경우 일정 규모 이상을 다른 나라에 송금하려면 수수료를 비롯해 여러 절차와 정부 허가를 거쳐야 한다. 반면 비트코인은 수수료가 거의 안 들고 쉽게 거래할 수 있다. 이는 (세수를 얻지 못하는 정부를 제외한) 개인, 상점, 기업 등 모두에게 이득이다.”
-비트코인 갑부라던데, 현재 보유량은.
“신변 위험이 따를 수 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밝힐 수는 없다. 알려진 수치로 이해해 달라. (작년 10월 ‘비트코인 포럼’에서 조사한 세계 비트코인 부자 순위에서 로저 버는 6위를 차지했다. 추정 보유량은 30만 비트코인. 1위는 비트코인 창시자인 사토시 나카모토(98만 비트코인)이었고, 미 연방수사국(FBI)도 9위(17만4000 비트코인)에 올랐다.)
◆ “아마존도 비트코인 결제 허용할 수 밖에 없을 것”
-최근 전 세계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긍정적인 뉴스와 부정적인 뉴스가 교차하고 있다. 오버스톡닷컴 같은 대형 온라인 유통회사가 비트코인 결제를 받아들인 소식 같은 경우는 긍정적이다. 각국의 분위기는 어떤가.
“비트코인은 세계 각국에서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가장 많이 쓰이는 지역은 미국, 유럽 등지다. 비트코인 사용 현황을 알려면 비트코인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을 깔면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오버스톡에 이어 아마존도 곧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오버스톡이 비트코인 결제를 받는데 아마존이 받지 않을 경우, 수많은 비트코인 이용자들이 아마존 대신 오버스톡으로 이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타겟 등 다른 대형 유통업체들도 현재 기프트카드 정도를 비트코인으로 구매할 수 있게 했는데, 올해 말 정도면 모든 결제 허용 수준까지 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세계 최대 비트코인 거래지로 떠올랐던 중국의 경우, 정부가 금융기관의 비트코인 취급을 금지했다.
“중국 정부가 은행 등의 비트코인 취급을 금지한다고 해서 개인과 개인 간의 거래까지 막을 수는 없다. 비트코인이 다른 화폐 거래보다 이점이 있는 한 비트코인 거래는 계속 일어날 것이라는 뜻이다. 현재 내가 운영하는 메모리딜러 회사도 중국 부품업자에게 물건을 살 때 여전히 비트코인으로 거래한다.”
-비트코인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은 앞서 언급한 정치적인 규제 외에도 해킹 같은 보안을 우려한다.
“사실 해킹 문제가 정치적인 규제 우려보다 더 심각하다. 정부의 규제로는 내가 보유한 비트코인을 빼앗아 갈 위험은 없지만, 해킹은 빼앗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킹 문제도 보안 기술 발전에 따라 점차 사라지고 있다. 최근 비트코인을 해커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주는 ‘트레저(trezor)’라는 보안 키도 등장했다. USB처럼 생긴 트레저를 구매하면 해킹 우려를 없앨 수 있다. 바이러스에 걸려도 괜찮고 분실해도 백업이 가능하다.”
- ▲ 세계 최대 비트코인 사이트 '블록체인'이 집계한 비트코인 총 유통량.
-비트코인 투자 전망은 어떻게 보나.
“비트코인은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 따라서 비트코인의 사용자는 점차 늘어갈 것이고 가치도 계속해서 올라갈 것이다. 지금까지 추세를 보면 비트코인 가치는 1년에 10배씩 상승했다. 따라서 올 연말에는 1비트코인 가치가 1만불, 내년 말에는 10만불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내가 비트코인에 투자한 이유기도 하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무엇인가.
“정부가 비트코인을 압수하는 상황이 가장 위험하다. 유럽 국가 중 하나인 키프로스가 정부 사정이 어려워지자 은행 돈을 가져간 적이 있다. 그런 사태가 비트코인에서도 일어날 수도 있다. 이런 우려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안전한 비트코인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 앱’의 경우 가장 대중적이고 이용이 쉽기는 하지만, 앱을 지우면 들어있던 비트코인도 함께 사라진다. 하지만 ‘블록체인 앱’의 경우 이용 방법이 좀 더 복잡하기는 해도, 앱을 지운다고 해서 보유한 비트코인까지 사라지지는 않는다. 정부 등이 억지로 빼앗아 가는 것도 어렵게 돼 있다.”
-비트코인이 돈세탁, 마약거래 같은 검은 거래에 활용된다는 우려도 있다.
“지난 2012년 영국 최대 은행인 HSBC가 이란 돈세탁 혐의 등과 관련해 19억달러(약 2조1350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은 적이 있다. 당시 HSBC가 한 것으로 추정되는 돈세탁 규모가 전체 비트코인 발행액보다도 많았다. 공식적인 화폐와 은행 역시 검은 거래에 쓰인다는 증거다. 비트코인을 불법 거래 전용 화폐로만 단정짓기에는 발행 규모가 대단히 적다. 아울러 비트코인이 검은 거래보다는 좋은 거래로 사용되는 비율이 훨씬 더 높다. 비트코인을 이용한 마약 밀거래가 일어났던 온라인 사이트 ‘실크로드’가 폐쇄된 일도 있긴 했지만, 이 사건은 오히려 비트코인을 세상에 더 알리고, 가치를 높이는 기회가 됐다.”
-비트코인에 대한 정부 규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비트코인 사용자들이 많아질수록 정부는 세금 등을 부과하는 규제를 만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가 평소 하는 방식대로 세금통지서를 비트코인 사용자에게 보내고, 세금을 내지 않고 버틸 경우에는 총을 가진 사람을 보내 위협하고(공권력을 행사하라는 뜻), 그래도 내지 않을 경우 감옥으로 보내는 일 말이다.”
-비트코인을 직접 채굴하는 데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일반인이 비트코인을 직접 채굴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채굴에 드는 비용이 채굴 가능한 가치보다 높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것은 금이 나오는 광산에 가서 곡괭이를 들고 금을 캐는 것과 비슷하다. 차라리 직접 비트코인을 거래소에서 사는 편이 낫다.”
정선미 기자 입력 : 201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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