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간 5배 폭등…코빗도 "투기는 안돼"
"발행량 제한돼 통화 보급 가능성 희박"
온라인 가상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등 세계적 투자 붐이 이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관련 투자가 느는 추세다.
그러나 단기간 지나치게 폭등해 거품 위험성이 큰데다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아 투기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일 일본 마운트곡스거래소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 개당 약 1천136달러(약 120만원)로 지난달 4일 약 224달러의 다섯 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지난달 말에는 한때 1천242달러까지 급등해 온스당 금값을 웃돌기도 했다.
한국 내 거래소인 코빗(korbit.co.kr)에서는 4일 현재 약 125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초 10달러대에서 지난달 초 100달러 중반 대까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다가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미국 의회가 청문회를 열어 비트코인의 장래성을 검토한 것을 계기로 폭등했다.
여기에 중국 BTC차이나거래소가 세계 최대 거래소로 떠오르는 등 중국에서 비트코인 붐이 일고 리처드 브랜슨 영국 버진그룹 회장 등 유명 기업인·투자자들이 비트코인 투자에 나서면서 열기가 한층 더해졌다.
비트코인 정보 사이트 비트코인 에버리지(bitcoinaverage.com)에 따르면 세계 비트코인 거래량 중 중국 위안화 거래 비중은 70%에 이른다.
국내에서도 비트코인 '채굴'(발행) 작업에 필요한 PC장비 관련업체인 제이씨현[033320], SGA[049470] 등 이른바 비트코인 테마주가 '묻지마 급등'을 하는 등 투자 바람이 솔솔 일고 있다.
이러한 비트코인 투자 붐의 뿌리는 비트코인 발행량이 엄격히 제한돼 있다는 사실이다.
비트코인은 설계 단계부터 발행량이 최대 2천100만개로 정해져 있으며 이 중 약 1천200만개가 지금까지 발행됐다.
투자·거래 등 수요는 느는 반면 수량은 제한돼 있으므로 자연히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투자 붐의 원동력이다.
그러나 오히려 이 점이 비트코인의 통화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때문에 비트코인의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수요가 늘어도 공급이 제한돼 있어 비트코인 소유자가 이를 소비하지 않고 투자 목적으로 쌓아두는 것이 합리적이므로 갈수록 통화로 유통되기 어려워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귀금속 등 실물로서 수요가 있는 금과 달리 비트코인은 실물 수요가 없고 국가의 법적 보장도 없다.
그 결과 시장 참가자들의 심리 변화에 따라 가격이 널뛰기를 하는 경향이 있어 통화의 기본 요건인 가치의 안정성을 갖추기 힘들다는 것이다.
미국 시사지 애틀랜틱은 최근 기사에서 비트코인은 수요에 맞춰 공급을 늘릴 수 없으므로 가격이 폭등했다가 초기에 비트코인을 모은 소유자들이 팔아서 차익을 실현하면 급락하는 폭등-폭락 주기를 일으키기 쉽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비트코인 소유자는 이를 소비할 이유가, 그렇지 않은 사람은 가치를 예측하기 어려운 비트코인을 받아줄 이유가 없다며 1인승 스쿠터 '세그웨이'만도 못한 반짝인기에 그칠 것이라고 애틀랜틱은 혹평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도 비트코인이 통화를 금에 연계한 금본위제와 같이 디플레이션을 일으키고 불황에 매우 취약한 '사이버 시대의 금본위제'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주립대 및 조지메이슨대의 세라 마이클존 등 연구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트코인 발행량의 약 64%가 한 번도 사용되지 않고 개인 계좌 속에 잠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유영석 코빗 대표는 "비트코인이 투기 대상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그보다는 실제로 널리 보급되고 사용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잃으면 안 되는 돈은 비트코인에 투자하지 말라"고 밝혔다.
유 대표는 그러나 "비트코인은 오픈소스 금융플랫폼으로서 이를 기반으로 기존에 불가능했던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서비스가 나와 사회에 혜택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향후 전망을 반영해 비트코인 가치가 오르고 있지만 앞으로 관련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이 생기면 지금보다 가치가 좀 더 안정될 수 있다"며 "아직 실험이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두고 볼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