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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탁구’를 아시나요

해암도 2026. 8. 17. 05:30

‘테크볼’ 종목 탄생 14년만에 내달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길이 3m 테이블서 ‘축구+탁구’
메시 등 즐기는 모습 퍼지며 화제
韓대표팀 “초대 챔피언에 도전”

한국 테크볼 대표팀 김은준이 경기 이천시 호법레포츠공원에 위치한 훈련장에서 오버 헤드킥으로 공을 차 넘기는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이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내달 19일 일본에서 개막하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는 ‘테크볼(teqball)’이란 생소한 종목이 첫선을 보인다. 테크볼은 축구와 탁구를 결합한 구기 종목으로 일명 ‘발로 하는 탁구’다. 곡면의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손과 팔을 제외한 신체 부위를 이용해 상대테이블로 공을 넘겨 득점하는 종목이다.

이준석(27), 이태빈(25), 김은준(24), 장은서(21) 등 이번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한국 대표팀 선수 4명을 최근 훈련장인 경기 이천시 호법레포츠공원에서 만났다. 이들은 “테크볼을 보시는 분들은 익숙함과 생소함을 동시에 느낄 것이다. 초대 아시안게임 챔피언에 도전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축구와 탁구를 결합한 테크볼은 다음 달 개막하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치러진다.작은 사진은 한국 대표팀을 구성하는 장은서, 김은준, 이태빈, 이준석(왼쪽부터). 이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대표팀은 6월 중국에서 열린 ‘테크볼 투어 더저우’에서 남자복식 8강, 혼합복식 16강에 오르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는 남녀 단식과 복식, 혼합복식 등에 5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남자단식에 나서는 이준석은 남자복식에서는 이태빈과 호흡을 맞춘다. 김은준과 장은서는 혼합복식에 출전한다.

 

테크볼은 헝가리 출신 프로축구 선수였던 가보르 보르사니(49) 등이 어린 시절 탁구대에서 축구공을 주고받던 놀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고안했다. 2012년 탄생한 테크볼은 축구 선수들 사이에서 기술 훈련 도구로 주목받았다. 2016년 브라질 축구 스타 호나우지뉴가 홍보대사로 나선 데 이어 리오넬 메시(39·아르헨티나)와 네이마르(34·브라질) 등 세계적인 축구 선수들도 즐기면서 인지도를 높였고, 이후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테크볼은 족구, 세팍타크로와도 비슷한 점이 있다. 실제로 한국 대표팀 선수들도 모두 축구와 족구, 세팍타크로 등을 경험했다. 축구 선수였던 주장 이준석은 세미 프로리그인 K4리그에서 뛰었고 족구도 병행했다. 이태빈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족구 선수로 활동했고, 김은준 역시 축구를 거쳐 족구 실업팀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장은서는 한국체육대에 재학 중인 세팍타크로 선수다.

다만 테크볼만의 고유한 기술과 감각이 필요하다. 이준석은 “그리 크지 않은 테이블 위로 공을 떨어뜨려야 하기 때문에 섬세한 기술과 볼 컨트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테크볼’이란 이름도 ‘기술(technique)’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테크볼은 길이 3m, 폭1.5m로 탁구대와 크기가 비슷한 테이블을 사용하지만 탁구공보다 부피가 약 160배 큰 5호 축구공을 쓴다. 테이블은 아래쪽으로 휘어진 곡면 형태여서 공이 튀는 방향과 낙하지점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국내 저변이 아직 넓지 않은 탓에 대표팀의 훈련 환경도 녹록지 않다. 5월 선발전을 통해 꾸려진 대표팀은 실내 체육관을 구하지 못해 약 두 달간 하남종합운동장에서 무더위를 견디며 야외 훈련을 했다. 비가 내리면 테이블을 접고 차나 카페에서 기다렸다가 비가 그치면 다시 테이블을 펴 훈련을 이어갔다. 현재는 이천시의 도움으로 실내구장에 테이블을 설치해 훈련하고 있지만 저녁에는 동호인들을 위해 자리를 비워야 한다.

“모두가 인생을 걸었다”는 이준석은 대기업 계약직으로 일하다 대표팀 도전을 위해 퇴사했다. 이태빈도 주얼리 디자인 관련 일을 그만두고 대표팀에 합류했다. 김은준은 족구 선수 생활을 접은 뒤 대리운전과 배달 일을 하면서 하루 4∼5시간만 자고 버틴 시기도 있었다. 한국체대 세팍타크로팀 주장이던 장은서도 전국체전 출전을 포기하고 테크볼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김은준은 “반드시 메달을 따서 우리 종목을 꼭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천=조영우 기자     동아일보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