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영의 '내 몸속 시계' 되돌리는 법]
입속 세균, 뇌와 심장 공격한다
노년내과 진료를 하면서 건강 문제가 잘 설명되지 않으면 입 속을 자주 들여다본다. 단순히 치아가 몇 개 빠진 결손 문제를 넘어, 충치나 잇몸이 여기저기 부어있는 만성 염증 상태가 방치되어 있는 경우를 자주 본다.
이런 분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근육량이 적고, 혈당 조절이 안 되거나, 인지 기능이 조금씩 떨어져 있는 등 전신 건강이 미묘하게, 그러나 동시다발적으로 무너지고 있다.
구강 건강은 단지 ‘입안의 청결’ 문제가 아니다. 구강 염증은 우리 몸의 생물학적 시계를 빠르게 돌리는 강력한 노화 가속 요인이다. 구강의 상태는 미래 노화도의 청사진으로 봐야 한다.
전신 노화를 가속하는 입속 세균
구강은 우리 몸에서 미생물이 가장 활발하게 서식하는 생태계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기전은 노화(Aging)와 염증(Inflammation)의 합성어인 ‘인플라메이징(Inflammaging)’이다. 나이가 들면서 사람의 면역 체계는 정교함을 잃고 만성적인 저강도 염증 상태에 놓인다. 염증과 관련, ‘장내 미생물’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구강 내 미생물에 대해서는 여전히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구강은 염증이 전신으로 퍼져 나가는 주요 통로 역할을 한다.
- 혈류 침투. 잇몸에 염증이 생기면 혈관 벽을 보호하는 장벽이 약해진다. 이때 구강 내 유해균(대표적으로 포르피로모나스 긴기발리스·Porphyromonas gingivalis 등)이 느슨해진 장벽을 타고 혈관으로 직접 들어간다. 세균이 혈관에 올라타 전신을 순환하게 되는 것이다. 이 때 세균은 혈관 내피세포를 자극해 만성 저강도 염증과 혈관 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 노화 세포의 축적. 구강 미생물의 불균형, 즉 유익균이 줄고 유해균이 우세한 상태는 주변의 건강한 세포들에도 영향을 준다. 노화 세포가 축적되고 전신 염증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특히 노화 세포는 염증 유발 물질을 확산하는 특성이 있어, 근감소증이나 신경 퇴행성 질환을 앞당기는 근거가 된다. 노화로 침 분비가 줄면 이러한 유해균을 제거하는 자정 능력도 떨어진다. 세균이 더욱 증식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구강 노쇠… 가속 노화의 신호
최근 노화 연구들은 구강 건강이 뇌와 심장의 나이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구체적인 숫자로 입증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개념은 ‘구강 노쇠(Oral Frailty)’다. 구강 노쇠란 치아 개수가 적은 것뿐만 아니라 음식을 씹고 삼키는 힘이 약해지고, 입술과 혀의 움직임이 둔해지며, 침 분비가 줄어드는 전반적인 기능 저하 상태를 포괄한다.
일본에서 진행된 대규모 코호트 연구 결과를 보면 구강 노쇠 위험성이 명확히 드러난다. 구강 기능이 저하된 노인은 같은 조건의 건강한 노인보다 전신 노쇠(Frailty)가 발생할 확률이 2.4배 높았으며, 근감소증 발생률과 사망률도 각각 2배 이상 높이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영국에서 50세 이상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구강 내 특정 박테리아인 네이세리아(Neisseria)가 많고 프레보텔라(Prevotella)가 적은 환경이 인지력 유지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다. 치주염 환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인지 기능 저하 속도가 약 6배나 빨랐다. 또 알츠하이머로 사망한 환자의 뇌 조직 검사에서 잇몸병 유발균 독소가 공통적으로 발견되었다는 연구는 구강 건강이 뇌 건강의 방어선임을 보여준다. 심혈관 질환 또한 마찬가지로, 잇몸 질환자는 심장마비 발생률이 일반인보다 2배가량 높으며 이는 구강 염증 물질이 여러 경로로 혈관 건강을 악화하기 때문이다.
입마름…위생 불량이 부르는 악순환
특히 입마름은 단순한 노화 현상이 아니다. 입이 마르면 구강 위생이 나빠지는 건 맞지만, 역으로 구강 위생이 불량해서 입이 더 마르기도 한다.
- 치태는 입안을 더 마르게 한다 구강 위생이 불량해 치아와 잇몸 사이에 치태(齒苔·바이오 필름)가 두껍게 형성되면 그 속에 서식하는 유해균들이 대사 과정에서 산성 물질과 휘발성 황화합물을 분비한다. 이 부산물은 구강 점막을 지속적으로 자극해 미세한 염증을 일으키고, 점막이 수분을 머금는 능력을 떨어뜨린다.
- 치주염은 침 분비를 교란한다 침 분비는 입안 자극이 뇌로 전달되어 일어나는 정교한 반사 작용이다. 그러나 만성적 치주염으로 잇몸과 점막의 신경 말단이 손상되거나 염증 물질에 노출되면 뇌로 전달되는 신호가 왜곡된다. 결과적으로 침샘에 ‘침을 분비하라’는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물리적인 분비량 자체도 감소하게 된다.
- 구강 건조증도 악화시킨다 침 안에는 수분을 붙들어두고 점막을 코팅하는 뮤신(Mucin)이란 성분이 있다. 구강 위생이 나빠져 유해균이 증식하면 이들이 뮤신을 분해하는 효소를 내뿜는다. 보호막이 사라진 구강 점막은 수분이 훨씬 빠르게 증발하며, 이는 결국 점막이 위축되고 갈라지는 심한 구강건조증으로 이어진다. 이때는 통증도 심한 편이다.
치아는 건강을 지키는 ‘장기’
건강한 노년을 위해서는 치아를 단순히 음식을 씹는 도구(기관)가 아닌, 우리 몸의 전신 건강과 연결된 ‘장기’로 인식해야 한다. 치아는 아플 때 고치거나 갈아 끼운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장기는 평소에 그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치아는 그 자체로 회복력을 결정짓는 영양 상태와 직결될 뿐만 아니라 치아와 잇몸을 뇌와 심장에 직결된 ‘면역 장기’다.
치아를 지탱하는 뿌리인 잇몸이 염증으로 무너져 있으면 그곳을 통해 노화를 가속하는 염증 물질이 끊임없이 유입된다. 잇몸병은 초기 자각 증상이 없어 방치되기 쉽기에, 거울을 볼 때 치아 색깔(흰색)뿐만 아니라 잇몸 색깔(선홍색)도 함께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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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일영 교수의 노년기 구강 건강 관리법
구강 관리를 위한 기본 수칙
-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손거울로 자기 입안을 깊숙이 관찰해보자. 매일 열심히 양치를 하면서도 정작 자기 잇몸이 어떤 색인지, 어디에 궤양이 났는지 수개월 동안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 칫솔질을 ‘개선’의 대상으로 바라봐야 한다. 우리는 어릴 때 배운 칫솔질을 평생 습관적으로 반복한다. 하지만 칫솔질만으로는 구강 면적의 60%밖에 닦이지 않는다. 나머지 40%인 치아 사이 유해균과 설태를 방치하면 안 된다. 칫솔질 방법이나 치간 칫솔 사용법을 검색해보는 것만으로도 구강 위생 수준은 향상될 수 있다. 나이나 상황에 맞는 칫솔질 요령은 유튜브 같은 소셜미디어에 내용이 많다.
- 전문 관리와 영양을 병행해야 한다. 혈관 수치나 혈당에는 민감하면서 정작 그 원인이 될 수 있는 입속 세균 관리(스케일링 등)는 소홀히 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충분한 단백질 섭취로 씹는 근력을 유지하는 건 필수다. 턱 근육이 유지되어야 다양한 음식을 섭취할 수 있고, 장내 미생물 생태계까지 건강하게 관리할 수 있다. 씹는 기능이 떨어지면 전신 근감소증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입이 자주 마르는 분들
임상 경험에 기반하여 입마름으로 고생하는 분들에게는 세 가지를 꼭 확인해보시라 말씀드리고 싶다.
- 밤에 입을 벌리고 자는지 확인해보자. 구강 호흡은 밤새 입안을 건조하게 만들어 충치와 잇몸염 직통로가 된다.
- 복용 중인 건강보조식품이나 약물을 점검해야 한다. 진료 경험상 특정 비타민이나 항산화제, 유산균도 농도에 따라 입마름을 얼마든지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면 침샘 기능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 화학적 보호와 물리적 자극을 늘려야 한다. 치약을 고를 때는 가격보다는 잇몸 보호와 재광화에 필수적인 불소 함량을 먼저 따져보자. 또 침 분비가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하루 5분 정도 껌을 씹거나 타액선을 마사지하는 구강 운동을 병행하길 권한다.
입안을 정결하게 관리하는 습관은 10년 뒤 당신의 뇌와 근육을 보호하는 든든한 초석이 된다. 가장 일상적인 이 행위가 사실은 가장 근본적인 건강 관리 축인 셈이다.
건강, 뇌와 심장 나이를 결정하는 '급속 노화' 발화점이다
입속 건강, 뇌와 심장 나이를 결정하는 '급속 노화' 발화점이다
장일영 성균관대 삼성융합과학원 겸임교수 조선일보 입력 2026.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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