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식

하루 커피 두세잔, 치매 위험 낮춘다

해암도 2026. 2. 10. 16:19

[100세 과학] 

하버드대, 13만명 40년 이상 추적 결과
카페인 있는 차도 인지 기능 저하 늦춰

 
하루 두세잔 커피가 치매 위험을 18%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Pixabay
 

하루에 커피 2~3잔 또는 차 1~2잔을 마시면 치매 위험을 줄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정도 커피와 차에 들어 있는 카페인이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추며 뇌 기능을 보존한다는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의 대니얼 왕(Daniel Wang) 교수 연구진은 "40년 이상 장기 추적 조사에서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를 적당량 섭취한 사람들이 카페인을 거의 섭취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9일(현지 시각) '미국의사협회저널(JAMA)'에 발표했다.

 

◇커피가 치매 위험 18% 낮춰

이번 연구는 하버드대 의대 산하 매사추세츠 종합 브리검병원과 하버드대 공중보건대, MIT-하버드 브로드 연구소의 연구진이 진행했다. 이번에 분석한 대상은 여성 대상의 간호사 건강 연구(Nurses' Health Study)와 남성 보건 전문가 추적 연구(Health Professionals Follow-Up Study)에 참가한 13만1821명이었다.

 

연구가 시작될 때 4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이었던 참가자 중 8%가 조금 넘는 1만1033명이 조사 기간에 치매에 걸렸다. 분석 결과 카페인이 들어 있는 커피 섭취량이 많은 참가자들은 카페인 함유 커피를 거의 또는 전혀 섭취하지 않는 그룹에 비해 치매 위험이 18% 낮았다. 카페인이 없는 디카페인 커피는 그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카페인이 있는 차를 하루 최소 1잔 이상 마신 사람들도 치매 발병 위험이 15% 낮았다.

 

치매는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기억과 언어, 판단력 등 여러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후천적 장애를 말한다.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이 환자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노인성 치매를 부른다. 중풍이나 뇌졸중으로 인한 혈관성 치매도 있다. 최근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으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제거하는 항체 치료제들이 나왔지만 증상이 나타난 후에는 효과가 크지 않다.

 

연구진은 치매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조기 예방이라고 보고 식습관이 치매 발병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보건대의 알라딘 샤디압(Aladdin Shadya)b 교수는 "이번 논문은 남녀 모두를 대상으로 장기간 엄격하게 진행된 대규모 연구 결과로, 하루에 커피 2~3잔을 마시는 것이 치매 위험 감소와 연관됐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70세 이상 여성 1만7000여 명을 대상으로 주기적으로 인지 기능 변화도 점검했다. 기억력과 사고력이 떨어졌다고 느끼는 주관적 인지 기능 저하는 치매 진행의 초기 징후인 경우가 많다. 왕 교수는 "카페인을 더 많이 섭취한 참가자들은 연령대에 비해 인지 기능 조사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했으며, 이는 그들의 인지 기능 저하 속도가 약 7개월 정도 느려졌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커피와 차에는 폴리페놀과 카페인 같은 생리 활성 성분이 들어있다. 앞서 이런 물질이 염증과 세포 손상을 줄이고 인지 기능 저하를 예방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지만, 관찰 기간이 짧고 일관성이 없었다. 이번 연구는 장기 추적 조사로 그런 한계를 극복했다.

 

◇구체적 작용 원리는 밝히지 못해

 

다만 하루 2.5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면 치매 위험을 낮추고 인지 기능을 강화하는 이점이 더 나타나지 않았다. 왕 교수는 "적정량 이상을 마시면 커피와 차에 함유된 생리 활성 화합물을 더 이상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라며 "카페인이 신경을 보호하는 작용 원리를 검증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터프츠대 영양과학정책대학의 팡팡 장(Fang Fang Zhang) 교수도 지난해 커피를 통한 카페인 섭취와 사망률 감소 사이의 연관성을 밝힌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당시 연구에서도 커피가 3잔을 넘어서면 추가적인 이점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유나 설탕을 첨가해도 카페인의 사망률 감소 효과가 사라진다"고 밝혔다. 이번 치매 연구에서는 우유나 설탕 섭취량을 추적하지 않았다.

 

왕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카페인 다량 섭취로 인한 부정적 영향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터프츠대의 장 교수는 "일부 연구에 따르면 카페인 섭취가 적정량을 초과하면 수면 장애나 불안 증상을 악화시켜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치매 위험을 낮추기 위해 카페인 섭취를 시도해 볼 수 있지만 카페인에 민감하다면 소량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고 했다.

 

영국 신경과학학회장을 역임한 타라 스파이어스-존스(Tara Spires-Jones) 에든버러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다년간 대규모 인구를 대상으로 데이터를 분석한 잘 수행된 연구지만 한계도 있다"며 "차·커피 섭취 습관과 관련된 다른 요인들이 치매 위험 감소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스파이어스-존스 교수는 예를 들어 수면 장애나 심혈관 질환이 있으면 치매 위험이 높아지는데, 이런 경우 카페인 섭취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이를 카페인을 섭취하지 않아 치매 위험이 높아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 치매 초기 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카페인 섭취량을 정확히 보고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카페인을 섭취했는데도 치매에 걸린 사람이 통계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말이다.

 

참고 자료

JAMA(2026), DOI: https://doi.org/10.1001/jama.2025.27259

The Journal of Nutrition(2025), DOI: https://doi.org/10.1016/j.tjnut.2025.05.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