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영 국립암센터 비뇨기암센터장이 20일 전립샘암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전립샘암은 정부가 암 등록 통계를 내기 시작한 99년 이후 처음으로 남성 1위 암이 됐다. [사진 국립암센터]
사단법인 미래복지경영 최성균(84) 이사장은 18일 낮 기자가 전화했을 때 종친회를 하는 중이었다. 전립샘암 4기 환자인데도 친구나 제자들과 자주 어울린다. 수시로 회의·교육·연수를 주재한다. 음식은 기름기가 많거나 튀긴 것은 피한다. 돼지고기 목살을 먹는 식이다. 자기 전 다리가 좀 저리다고 한다. 그의 일상에서 4기 암의 흔적이 별로 안 보인다.
그는 2022년 7월 쉬 피로해지는 걸 느꼈다. 밤에 여러 차례 소변을 봐야 했고, 소변을 볼 때 온몸에 전기가 오는 것처럼 찌릿찌릿했다. 병원에 갔더니 골전이성 전립샘암 진단을 받았다. 뼈로 전이돼 말기와 다름없는 4기였다. 수술은 불가능. 주기적으로 항암제·호르몬제 주사를 맞고 매일 알약을 먹는다. 그는 "이렇게 걸을 수 있는 게 얼마나 좋으냐. 신나게 산다"고 말한다.

극한생존자 최성균 회장이 2024년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4기 환자 절반이 5년 생존
최 이사장이 4기(원격 전이) 암에도 불구하고 좋은 상태를 유지하는 건 특유의 긍정적 사고에다 평생 복지에 헌신해온 덕분일지 모른다. 의학적으로 보면 다른 면이 있다. 2023년 전립샘암이 남성 1위 암이 됐지만, 독성은 그리 강하지 않다. 최 이사장처럼 4기에 발견돼도 51.2%가 5년 넘게 산다. 반면 원격 전이된 췌장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은 2.4%에 불과하다. 간암(3.5%), 위암(7.5%), 폐암(13.9%), 대장암(20.4%)도 낮다.
전립샘이 폐암을 추월
육식·비만 증가, 고령화 탓 급증
암 진단 후 관리하니 더 오래 생존
50세부터 매년 PSA 검사 권고
암의 병기는 보통 1~4기 나누지만, 국립암센터는 미국식 분류법인 국한-국소 진행-원격 전이로 나눈다. 국한은 암이 발생한 장기를 벗어나지 않은 상태다. 국소 진행은 암이 옆 장기, 인접 조직, 림프샘을 침범한 상태다. 원격 전이는 멀리 떨어진 곳(폐·뼈·뇌 등)에 번진 경우다. 정재영 국립암센터 비뇨기암센터장(대한전립선학회 회장)은 "국한은 1, 2기로 본다. 국소는 3기, 원격은 4기로 보면 된다"고 말한다.

신재민 기자
전립샘암은 빠른 속도로 증가한다. 고령화, 비만, 식습관의 서구화 등이 원인이다. 1999년 남성 암 9위에서 2019년 4위, 2022년 2위로 올랐다가 1년 만에 1위가 됐다. 한국은 다소 늦은 편이다. 미국·영국·독일 등 선진국에선 1위가 된 지 오래다. 일본도 2020년 위암을 제치고 1위가 됐다. 185개국 중 118개국에서 남성 1위 암이다(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 2022년).
놀라운 사실은 국한·국소 전립샘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이다. 국한은 103.6%, 국소는 101.1%이다. 상대 생존율은 성·연령 등의 조건이 같은 비(非) 전립샘암 환자와 비교한다. 1~3기일 경우 암에 안 걸린 사람보다 더 오래 산다는 뜻이다. 순한 암의 대명사인 갑상샘암(국한 100.7%, 국소 100.3%)보다 높다. 왜 그럴까.

국립암센터 정재영 비뇨기암센터장. [사진 국립암센터]
75~84세에 집중 발병
2023년 발생한 65세 이상 남성 암 환자 열 중 둘(20.1%)이 전립샘암이다. 가장 많다. 5세 단위로 쪼개면 75~79세가 가장 많고, 다음이 80~84세이다. 정 센터장은 "70, 80대는 고혈압·당뇨병·심장병·뇌혈관질환 등의 위험 요소를 갖고 있다. 전립샘암 환자는 병원에서 관리를 받게 되고 본인이 건강을 관리하기 때문에 급성·만성 질환으로 숨질 가능성이 일반인(비암환자)보다 낮다"고 설명한다. 50대 환자는 전립샘암 진단을 받은 후 술·담배를 끊었다. 정 센터장은 "진단 당시 4기라고 해도 짧게 3년, 길게 약 7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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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이 병은 선진국 암이다. 다국적 제약회사가 신약을 많이 내놓는다. 곽철 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1년 반 전 본지 인터뷰에서 "좋은 약이 많지만 완치되지는 않는다. 안 아프고 오래 사는 기간이 늘었다"고 말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도 뼈에 전이된 4기
순하지만 일부에게는 독한 놈일 수 있다. 환자의 11%가 원격 전이 상태에서 발견되는데, 이들의 약 절반(51.2%)만 5년 생존한다. 갑상샘암(원격 전이 비율 0.8%), 유방암(4.7%)보다 상당히 높다. BRCA 유전자 변이라는 게 있으면 예후가 매우 안 좋다. 미국 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이 변이가 있다고 예방 차원에서 유방을 절제했다. 사망자도 적지 않다. 2024년 전립샘암 사망자는 2839명이다. 폐-간-대장-위-췌장에 이어 6위이다. 사망자는 2005년 904명에서 매년 늘고 있다.

곽철 비뇨의학과 교수가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모든 암이 그렇듯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이 암은 증세가 별로 없다. 조기 발견 수단은 전립샘 특이항원(PSA) 지수 검사이다. 곽철 교수는 "50세가 넘으면 매년 PSA 검사를 하는 게 좋다. 가족 중 이 암에 걸린 사람이 있으면 40세에 시작하는 게 좋다"고 권한다. 정 센터장은 "국가암검진 대상에 55세 이상 남성의 전립샘암 검사를 넣되 수년 주기로 시행하자"고 말한다. 지금은 위·대장·간·자궁경부·유방·폐 등 6대 암만 시행한다.
75세 이상 무증상이면 검사 권하지 않아
조 바이든(83) 미국 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전립샘암 4기 진단을 받아 세상을 놀라게 한 적 있다. 뼈로 암세포가 전이됐다. 정 센터장은 "미국 국가암검진에 전립샘암이 포함돼 있다가 빠졌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그때부터 검진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미국 비뇨의학회는 55세 이상 남성의 검진을 권고한다. 한국 국가암정보센터에는 75세 이상 남성이 아무 증상이 없을 경우 정기적인 검진을 권고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대한비뇨기종양학회는 매주 5회 이상 신선한 과일·채소·콩류를 먹고 30분 이상 운동하며 지방이 많은 적색육을 덜 먹으라고 권고한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중앙일보 입력 2026.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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