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영의 '내 몸속 시계' 되돌리는 법]
미국 보건부 단백질 권장량 2배로 상향
저칼로리·저지방 신화 붕괴...노화 속도 좌우
최근 미국 백악관과 보건부(HHS)에서 새로운 식생활 지침 개선안을 발표했다. 곡물 위주 식단에서 벗어나 ‘단백질’을 최우선에 두고, 섭취 권장량을 체중당 0.8g 수준에서 1.2~1.6g으로 2배 가까이 상향했다. 동시에 설탕과 첨가물이 많이 첨가된 초가공식품은 퇴출했다. 금기시되던 전지방(Full-fat) 유제품과 동물성 지방은 허용했다. 수십 년간 정석이라 믿어왔던 영양학적 상식을 뒤흔들 정도다.
이 개선안은 그동안 만성 질환 ‘관리’에 머물렀던 미국 보건 의료 체계가, 이젠 ‘건강 수명 연장’과 ‘가속 노화 예방’으로 그 무게 중심을 옮겼음을 시사한다. 저지방·저칼로리를 외치며 시리얼·저지방 우유를 권장했던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인들은 오히려 더 뚱뚱해졌고 더 빨리 늙어갔다.
노화 속도는 식탁 위에서 결정된다
“왜 같은 나이인데 누구는 청년처럼 활기차고, 누구는 쇠약한 노인이 되는가?” 유전자의 힘도 무시할 수 없지만, 현장에서 목격하는 가장 큰 차이는 바로 ‘매일 반복되는 식사의 구성’에 있었다.
많은 사람이 건강을 위해 혹은 살을 빼기 위해 ‘칼로리(식사량)’를 줄이는 데 집착한다. “소식하면 오래 산다”는 말을 금과옥조처럼 여긴다. 하지만 이는 반만 맞는다. 현대인의 문제는 칼로리의 총량이 아니라, 칼로리의 ‘질(Quality)’, 즉 영양소 구성 비율이 무너져 있다는 데 있다.
깡마른 체형이지만 지방간·당뇨병·고지혈증을 앓는 ’40대 마른 비만' 환자가 있는가 하면, 다소 통통해 보이지만 근육량이 충분하고 대사 지표가 예상외로 나쁘지 않아 활력 넘치게 생활하는 80대 노인도 있다.
소식으로 ‘살아남은’ 사람이 있는 반면, 소식하다 일찍 쇠약해져 요양원에서 긴 시간을 보내다 떠난 사람도 많다. 현실은 노화를 결정하는 속도 요인 중 ‘총열량 중 단백질 비율’이 의외로 핵심 요인이라는 걸 보여준다.
단백질 비율: 건강을 위한 생활 습관
누구나 한 번쯤 혈당 스파이크, 인슐린 저항성, 비만, 혈관 질환, 그리고 고혈압·고지혈증 같은 대사증후군과 지방간도 들어보았을 것이다. 모두 중요한 개념이고 심뇌혈관 질환과 대사성 질환을 촉발하여 치매, 암과 같은 중증 질환까지 앞당기는 원리다. 그러나 혈당 스파이크, 마른 비만과 같은 생체 시계 변화는 탄수화물, 더 세밀하게는 빵·과자·면·아이스크림과 같은 초가공 식품들로 촉발된다. 강한 단맛과 함께 급격한 혈당 상승, 인슐린 폭증, 장기별 대사 변화로 이어져 가속 노화 트랙에 올리는 가장 흔한 경로이다.
그런데 탄수화물을 저격하기보다 단백질 비율을 외치는 이유는 단백질 역할을 과소평가하는 습성이 노화를 촉진한다는 점 때문이다. 몸은 수분을 제외하면 단백질 덩어리라고 봐도 될 정도로 거의 모든 장기와 혈액, 호르몬, 면역, 효소 모두가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다. 이 장기들은 모두 매일 고쳐 쓰고 새로운 세포로 바꾸어가며 생명을 유지해 간다.
그런데 이 회복 과정들이 위 가속 노화 트랙에 올라탈수록 상당한 방해를 받는다는 점이다. 단백질은 끊임없이 필요한 영양소인 반면 특별히 몸에 저장되는 형태는 없기 때문에 안정적인 공급과 흐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우리 식단을 되돌아보자. 한식이 분명 대사적 이점이 있지만, 반찬별로 충분히, 골고루 먹지 않으면 해당 끼니에서 단백질 섭취량은 쉽게 부족해진다. 밥이나 후식을 많이 먹거나, 면이나 간식으로 끼니를 대체하면 단백질 공급은 불안정하기 쉽다.
단백질로 채워야 할 공간을 탄수화물(보통 초가공 음식들)로 대체하는 순간, 칼로리는 높지만 단백질 함량은 낮은 ‘단백질 희석(Protein Dilution)’ 상태가 발생한다. 탄수화물은 소화가 빠른 데다, 흔히 보는 빵이나 과자 등은 과당 비율이 높아 그 자체로 인슐린 과부하를 준다. 또 뇌는 부족한 단백질을 채우려고 식욕을 멈추지 않도록 신호를 보낸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탄수화물 중독, 과일 중독, 습관적 음주에 빠진다. 불필요한 탄수화물과 지방을 과잉 섭취하게 된다. 악순환이 시작한다.
단백질 비율을 높이는 순간 변화
만약 먹는 총량에서 단백질 비율을 높이면 어떻게 될까? 탄수화물 양을 줄이고 그 자리를 단백질로 채우면 단백질 공급이 원활해질 뿐만 아니라, 소화 과정상 탄수화물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태워 없애는 효과도 더해져 대사가 활발해진다. 소화 속도가 느린 편이라 혈당 스파이크도 사라진다. 염증도 줄어드는 대사적 이득도 있다. 포만 호르몬이 충분히 나와 식후 군것질 생각도 사라진다. 의지가 아니라 호르몬이 자연스러운 절제를 유도한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젊더라도 스트레스 상태가 높을수록 근육 유지를 위해 단백질이 더 필요하다. 나이를 불문하고 근육은 가속 노화 상태라 소모는 빨라지고 합성은 더디다. 젊을 때는 단백질을 조금만 먹어도 근육이 반응하지만, 노화된 근육은 수용체가 무뎌져 반응하지 못한다.
실제 최근 수천 명 노인을 대상으로 한 다국적 메타 분석 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근감소증을 앓는 노인들은 공통적으로 단백질 섭취 비율이 현저히 낮았다. 근육이 무뎌져 반응이 느린데 원료마저 적게 들어오니 근육이 속절없이 사라진다. 근육은 우리 몸 전체 단백질을 공급하는 최후 보루다. 단순 근육 문제에서 끝나지 않고 전신 회복 장애와 면역력 저하로 이어진다.
따라서 늙어가는 근육을 깨우려면 젊은 시절보다 더 강력한 신호가 필요하다. 평소처럼 먹어선 근육이 듣지 못한다. 미국이 단백질 권장량을 파격적으로 높인 배경에는, 바로 이 ‘귀 먹은 근육’에 더 큰 소리를 질러 깨우려는 과학적 절박함이 깔려 있다. 식품을 통해 단백질을 섭취할 때 순수 단백질만 먹는 방법은 사실상 어렵고 결국 일부 지방을 섭취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먹는 총량을 고정하고 단백질 비율을 높인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게 되고, 정제 탄수화물 절제의 이점을 함께 취할 수 있게 된다. 단순히 고기를 많이 먹는 게 아니라, 이 비율 조정을 통해 몸이 대사증후군 쪽으로 가는 경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저탄고지 식사 패턴의 약점도 극복한다.
칼로리 계산 대신 ‘비율’을 재설계하라
적게 먹고 절식해야 건강하다고 믿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건강 상식은 진화한다. 60년 전만 해도 담배가 해로운 줄 다들 몰랐다. 몸의 장기들이 이토록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도 몰랐다.
그동안 ‘단백공복’과 ‘상대적 결핍’을 경고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환자들이 왜 단순한 질병을 너머 ‘가속 노화’의 궤도에 빠져들었는지 목격했다. 그들의 식탁에는 ‘진짜 필요한 것’이 빠져 있었고, 그 빈 자리를 가공된 음식이나 단 과일이 채우고 있었다.
100세 시대, 단순히 숨만 쉬며 오래 사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내 발로 걷고 명료한 정신으로 ‘젊게’ 사는 게 목표라면 하루빨리 식탁 위의 비율부터 재설계해야 한다.
- 식탁의 주도권을 ‘곡물’에서 ‘단백질’로 넘겨줘라. 식사를 할 때 밥 한 공기를 먹겠다가 아니라, 얼마만큼 단백질을 먹겠다는 목표로 임하자. 필요한 단백질 양을 충족하는 과정에서 탄수화물을 줄일 수밖에 없다. 밥보다 고기, 생선, 계란, 콩과 같은 반찬을 먼저 집어라.
- 가공식품 대신 자연 상태 음식을 선택하라 가능한 자연 상태 원형이 살아있는 ‘진짜 음식’으로 단백질을 섭취하길 권한다. 이번 미국 지침도 같다. 단백질이든 탄수화물이든 가공식품을 피하고, 인위적으로 맛을 낸 느낌이 나는 음식 또는 재료는 자제하자.
- 건강한 조리법으로 요리하자 파괴보다 무서운 건 조리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탄 음식), 그리고 정체 불명 첨가물들이다. 자연 상태 음식과 천연 조미료로 찌기, 삶기 등 건강한 조리 습관을 들이자.
- 단백질은 항상 신선한 채소를 곁들여 섭취하자 단백질·지방 섭취에 따른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 단백질을 더 먹었으면 그만큼 탄수화물을 덜어내라. 기존 식사에 고기만 추가하면 과잉이 된다. 늘어난 단백질 양만큼 밥이나 면 양을 과감히 줄여 전체 ‘비율’을 변화시켜야 한다.
주의할 점도 있다. 신장 기능이 많이 저하된 환자 등 일부는 대사 질환 지표를 주기적으로 관찰해 자신에게 맞는 비율을 찾아야 한다. 몸을 알고 실천하는 단백질 위주 식단은 득은 극대화하고 실은 최소화할 수 있다. 노화의 시곗바늘을 늦추는 가장 강력한 도구는 비싼 영양제도, 최첨단 시술도 아니다. 바로 오늘 당신 밥그릇에 담긴 ‘단백질 비율’이다. 심지어 소식으로 장수한 사람들조차 단백질 ‘비율’은 부족하지 않았다.
장일영 교수 조선일보 입력 2026.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