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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지고 금강산 오른 '지게 효자'…중국에서 전화가 왔다

해암도 2025. 5. 14. 09:12

지게 효자 이군익씨가 2006년 중국 산둥성의 태산을 오르고 있다. 아버지(당시 92세)가 지팡이를 잡고 지게 의자에 앉아 있다. [이군익 제공]



 '당신은 나의 찬란한 빛이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당신은 누구일까. 바로 아버지·어머니이다. 엊그제 맞은 53회 어버이날의 주제다. 잘났든 그렇지 않든 어버이는 누구에게나 찬란한 빛이다. 이날 52명(단체 포함)의 효자가 크고 작은 상을 받았다. 수상자 중 부모에게 효를 다하는 방식이 독특한 자녀가 포함됐다. 게다가 비교적 젊은 축에 드는 사람이 눈에 띄었다. 대통령 표창을 받은 이군익(59·인천광역시)씨는 정부가 배포한 자료에 '지게 효자'로 소개됐다. 또 부부가 어머니(장모)에게 간을 기증한 수상자가 있다.

어버이날 빛낸 효자들
대통령 표창 수상은 '지게 효자'
중국 태산, 덕유산·팔봉산 올라
부모에 장기 기증 6년간 5781명

 56㎏ 짊어지고 3시간 등정
 지게 얘기는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년 반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아버지(당시 92세)가 실의에 빠졌고 석 달 만에 백발로 변했다. 이씨는 아버지를 위해 금강산 관광을 결정했다. 산 근처에서 보는 것보다 올라가는 게 좋을 것 같아 방법을 고민했다.

 해답이 지게 의자였다.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알루미늄 지게를 사다 팔걸이·안전벨트·발받침 등을 붙였다. 아버지를 지게에 태우고 두어 시간 올랐다. 아버지는 아들 걱정에 "그만 가자"를 연발했다.

 비가 와서 돌아섰고, 한 시간 만에 내려왔다. 지게 끈이 누른 탓에 어깨와 팔이 검은색을 띠었다. "힘들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안 힘들 수 있었겠느냐"고 했다. 그래도 아버지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아픔이 사라졌다고 한다. 당시 아버지 몸무게는 43㎏, 지게는 13㎏였다. 이씨는 내친김에 그해 9월 덕유산 정상(향적봉)에 다녀왔다.

 중국 등산객 "보고 배워야" 

'지게 효자' 이군익씨의 지게. 알루미늄으로 만든 지게에 의자, 안전벨트, 발받침 등을 붙였다. 대전의 한국효문화진흥원에 전시돼 있다. [KBS 캡처]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중국에서 초청장이 왔다. 그해 10월 산둥성으로 향했다. 공자 사당에서 지게 효자 노릇을 했고 다음 날엔 산 중의 산이라는 태산에 올랐다. 1시간 올랐는데 안개가 짙어지고 바람이 세져 하산했다. 아버지는 "좀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좋다.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그날 산행에 산둥성 지역방송 제노TV가 따라붙었다. 당시 방송을 보면 태산의 한 등산객은 "오늘 무척 감동했다. 저들을 보고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진행자는 "저 한국인처럼 연로한 부친에게 효를 행하는 사람이 있다. 불효를 행하는 사람은 배우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저 사람은 밥도 못 먹고 아버지를 모시고 태산에 올랐다"고 소개했다. 이씨는 이듬해 아버지의 고향인 충남 서산 팔봉산에서 지게 등정을 했다. 그리고 아버지는 2 [출처:중앙일보]

 

 

신성식 기자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입력 2025.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