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식

30분 달리기와 맞먹는다…뇌박사도 놀란 '1분 운동법'

해암도 2024. 8. 16. 05:15

 뇌과학자가 추천하는 최적의 운동 루틴은? 



40대를 지나고 있는 뇌과학자 장동선(궁금한뇌연구소 대표) 박사에게 노화가 느껴지는 순간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장 박사는 ”일주일에 일정 시간 운동을 하지 않으면 뇌 능력치가 떨어지는 걸 느낀다”고 했습니다. 신체 운동과 뇌 기능, 나아가 뇌의 건강 사이에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 걸까요? 

오늘 ‘뉴스 페어링’은 운동의 뇌과학을 파헤쳐 봤습니다. 30분 동안 숨이 찰 정도로 뛰었을 때, 우리 뇌엔 어떤 일이 생길까요? 뇌의 변화를 알면 일상 계획도 더 효율적으로 짤 수 있다는데요. 나에겐 아침 운동이 좋은지, 아니면 일과를 마치고 저녁에 운동을 하는 게 적합한지 장동선 박사의 이야기를 듣고 한번 따져보세요. 또 기껏 운동을 열심히 한 뒤에 뇌에 좋은 영향을 주는 걸 방해하는 최악의 생활습관도 짚어봤습니다.

운동을 해야 하는 것도, 하면 좋은 것도 알지만 실천이 어렵진 않으신가요? 이런 마음도 ‘뇌’ 때문이라는데요. 장 박사는 억지로 내 몸을 끌고가야 하는 ‘강제 모드’가 아닌 ‘자동 모드’로 바뀌는 타이밍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뇌 건강까지 챙기는 운동, 1분으로도 충분하다고 하는데요. 자세한 내용은 영상으로 확인해보세요.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궁금한뇌연구소 대표)는 '1분 운동'으로 뇌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내용을 담았어요

📍1. 내가 뛸 때 뇌 안에선...
-30분 격렬한 운동, 효과는 48시간까지?
-'1분 운동'에 주목하세요✳️
-작심삼일도 괜찮은 이유

📍2. 뇌 건강까지 챙기는 운동법 
-실내 러닝머신 vs 야외 달리기🏃🏻‍♂️
-뇌 건강 해치는 운동 후 최악의 습관❌
-말다툼하는 부부, 같이 뛰면 뇌가 달라진다

※ 아래 텍스트는 인터뷰 영상 스크립트입니다.

🎤진행 : 최하은 기자
🎤답변 :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

운동이 뇌 건강에도 좋다는 거는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면 우리 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가?
뇌는 우리 몸에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모하는 장기다. 전체 에너지의 20~25%를 뇌가 혼자 소모한다. 우리가 외국어를 많이 들은 날이나 공부를 열심히 했던 날은 되게 피곤하지 않나. 운동장을 몇 바퀴 뛴 것보다 에너지 소모량이 많을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뇌가 에너지를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면 제 기능을 다 못할 수 있다.

운동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정기적으로 운동을 해줘야 몸의 대사량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칼로리를 태워서 살이 빠지는 그런 효과의 문제가 아니다. 숨이 찰 정도로 30분 가까이 운동을 했다면 몸 자체의 대사량이 올라간 효과가 24시간에서 48시간까지도 유지된다. 운동을 하면 뇌에 더 원활하게 산소와 에너지를 공급해주는데 이 효과가 48시간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심혈관 질환에 걸릴 확률이 줄어들고, 집중력 향상에도 좋고, (알츠하이머성) 치매 예방에도 좋고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일반적으로 Zone 2 운동(최대 심박수의 60~70%)이라고 하는 유산소 운동을 하면 뇌 안에선 도파민이나 노르에피네프린, 아세틸콜린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고 BDNF라고 하는 신경성장인자의 분비가 촉진된다. 이런 신경전달물질들은 새로운 신경세포가 자라나게 하고, 동기 부여가 더 잘 되게 만들고, 기억력 향상과 기분 전환에도 도움이 된다.

강도 높은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야 이런 효과가 나타나는 건가?
물론 한 번에 최소한 30분 동안 숨이 찰 정도로 유산소 운동을 해주는 것이 좋다. 이런 운동이 힘들 수 있다. 그럴 땐 하루에 4~5번 나눠서 진짜 짧게는 1분이라도 운동을 해주면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 매일 격렬한 운동을 한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도 유의미한 차이가 안 날 정도로 말이다. 사실 ‘1분 운동’은 아주 짧다. 스쿼트 20번, 제자리에서 뛰기 30번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30분, 1시간마다 1분씩 운동하면 효과가 매우 크다는 것을 밝혀낸 논문들이 최근에 많이 나오면서 주목받고 있다.


장동선 박사가 우리가 숨이 찰 정도로 운동 할 때 뇌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뇌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박사님은 어떤 운동을 하나?
저도 알면서도 잘 못 한다. ‘머리로 운동하냐’ 이런 댓글도 많이 본다. 하하. 그래도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수영을 하고 있다. 최근엔 일주일에 한두 번이라도 나가서 5㎞를 뛰겠다고 마음을 먹고 시작한 지는 얼마 안 됐다.

운동해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실천하는 게 어렵고, 시작하더라도 작심삼일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운동을 미루고 싶고, 망설이는 것도 우리 뇌와 연관이 있나?
우리 뇌는 기본적으로 안 하던 걸 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게 책을 읽든 운동을 하든,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든 굉장히 힘들어한다. 그런데 한 달 정도 어떠한 것을 꾸준히 하면 뇌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나를 끌고 가서 하게 되는 모드가 아니라 뇌가 ‘자동 모드’로 실행하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이 악물고 딱 3주, 한 달 정도만 해내면 그 이후엔 갑자기 편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저는 작심삼일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3일 뛰었다면 일주일 쉬었다가 또 작심삼일 하면 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작심삼일이 힘들어서 3주 참고 버텨낸다는 ‘자동 모드’로 들어갈 수 있다.

쥐를 미로 안에 가둬 놓고 먹이를 찾게 하는 과제를 준 실험이 있다. 처음 미로에 들어가면 쥐의 뇌가 바쁘게 일한다. ‘어디로 가야 하나? 위험하지 않나?’ 쥐가 매번 조심조심 가는데 20일 정도 과제를 반복하면 쥐가 뇌의 에너지 소모량을 확 낮춘다. 에너지를 적게 쓰면서 행동하는 모드로 바뀌는 것이다. 흥미로운 건 내가 깊게 생각하지 않고 뭔가를 할 수 있는 수준에 오르면 나중에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걸리더라도 이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누군지 기억 못 하고 언어 능력이 사라지더라도 춤추고 노래하고, 피아노를 치거나 자전거를 타는 이런 능력은 남아 있는 것이다.


일러스트 김지윤

요즘 러닝을 취미로 하시는 분들이 매우 많다. 구체적으로 달리기는 뇌 기능을 높이는 데 어떤 도움이 되나?
일단 몸의 기본적인 대사량이 올라가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심폐 기능 등이 좋아진다. 그러면 뇌에 혈류와 산소가 원활하게 공급되면서 뇌 안의 노폐물이 잘 제거되고, 뇌에 필요한 영양소가 훨씬 잘 전달된다고 볼 수 있다.

뇌 안에선 굉장히 많은 일이 일어난다. 넘어지거나 다치지 않고 뛸 수 있게 하기 위한 프로세스들이 가동되는 것이다. 몸의 자세와 균형을 잡기 위해 전정기관에서 오는 신호들과 시각적으로 변화하는 것들에 반응하려면 뇌가 동시에 많은 일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뛰면서 운동할 때 뇌가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그래서 잡생각이 사라지고, 집중력 향상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들이 있다. 운동의 뇌과학을 오래 연구한 하버드대 정신의학과 존 레이티(John J. Ratey) 임상 교수는 ADHD 환자나 ADHD와 비슷한 문제를 겪는 사람들이 달리기와 같은 종류의 운동을 했을 때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또 학습 능력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운동 직후에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라고 하는 뇌 성장 인자가 분비되면서 새로운 신경세포가 많이 만들어진다. 운동 직후에 공부하면 뇌에서 새로 생겨난 신경세포들의 연결을 통해 운동을 하지 않고 공부하는 것보다 더 기억이 잘 되는 메커니즘도 있다. 물론 운동에 모든 에너지를 다 쓰면 피곤할 수 있는데, 30분~50분 사이에 격렬한 운동을 한 뒤 공부하거나 일을 하면 오히려 각성 상태라서 집중하기 더 쉽다.

실내에서 러닝머신을 뛰는 것과 야외·밖에서 달리는 것을 뇌가 다르게 받아들이나?
매우 다르다. 야외에서 달리는 게 사실 긍정적인 효과가 훨씬 많다. 물론 미세먼지 같은 오염 물질이 가득한 날은 추천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러닝머신에서는 속도도, 발이 면적에 닿는 것도 굉장히 단조롭다. 밖에 나가서 뛰게 되면 아스팔트라 할지라도 일관된 기울기나 울퉁불퉁함을 가진 게 아니기 때문에 매 순간 내디딜 때마다 뇌가 새롭게 맞춰야 하는 부분들이 있다. 특히 비포장도로 같은 곳에서 러닝을 할 경우에는 근육 자극을 더 다양하게 줄 수 있다. 그래서 똑같은 거리를 뛰더라도 운동 효과가 훨씬 높다.

무엇보다도 하늘에서 우리 눈에 들어오는 빛이 다르다. 이 빛의 파장이 어떠한 실내 LED 조명도 줄 수 없는 자극을 준다. 구름으로 가려져 있다 할지라도 하늘에서 오는 빛이 눈에 주는 자극은 다르다. 이 빛이 우리의 시세포에 주게 되는 자극을 통해 각성 효과가 일어나게 되고, 그러면 뇌 안에서는 하루의 생체 시계를 관장하는 메커니즘 자체가 자극을 받아 밤에 깊이 잘 수 있다. 그래서 불면증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사진 pxhere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운동을 하는 게 좋다” “아니다, 일과를 마치고 밤에 하는 게 좋다” 의견이 분분한데 박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
운동 후 내가 뭘 하는지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한다. 아침에 운동한 뒤 어떤 일을 해야 하면 아침에 운동하는 게 효과적이고, 저녁 운동을 하고 나서 책을 읽거나 공부해야 할 게 있으면 저녁 운동이 효과적이다. 새로운 신경세포의 연결을 만들고, 뇌 성장인자들이 분비된 상태에서 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운동 직후엔 잠이 바로 안 올 수도 있다. 오히려 아침 운동을 해주는 게 밤에 잠이 잘 올 수 있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기껏 운동한 다음 뇌에 좋은 영향을 주는 걸 방해하는 습관이나 행동이 있나?
운동한 뒤에 그냥 쉬는 것도 괜찮다. 운동 직후에 뭔가 중독될 수 있는 행위를 하거나 뇌의 일부만 사용하는 행동, 심지어 내게 꼭 필요한 수면에 방해가 되는 종류의 행동을 하는 건 좋지 않다. 예를 들면 다 하고 돌아와서 밤새도록 쇼츠 보고 게임을 하고 출출하니까 폭식하는. 저도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뇌과학자인 내가 이러면 안 되는 데’ 많이 찔리기도 한다.


사진 송봉근 기자

타인과 함께 운동할 때 우리 뇌는 어떻게 반응하나?
여러 사람이 스텝을 맞춰가면서 걷거나 뛰는 행동은 심박 수와 호흡도 동기화하지만, 뇌파도 동기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한 연구들이 있다. 다르게 적용해 보면 부부 싸움도 달라질 수 있다. 대화 전에 같은 종류의 운동을 하거나, 같이 뛰고 돌아와서 이야기를 나누면 뭔가 자연스럽게 더 잘 통하거나 서로 이해가 잘 되는 그런 효과를 볼 수도 있다. 왜냐하면 뇌파가 기본적으로 동기화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서로 느끼거나 받아들이는 게 비슷한 것이다. 서로 다른 관점을 갖고 말하는 방식이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할 정도로 함께 운동할 때 서로 간의 연대감이 증가한다.

그래서 러닝 크루처럼 누군가와 같이 뛰게 되면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는 느낌 자체가 안정감을 주고, 세로토닌과 옥시토신 분비량도 늘려주면서 내가 사람들과 연결되는 느낌을 강화할 수 있다. 이런 심리적인 안정감과 정신 건강에 굉장히 중요하고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건강한 정신이 건강한 육체에서 나온다는 그리스 로마인들의 말이 틀리지 않다.



에디터   최하은    최미연    권다빈       [출처:중앙일보]     발행 일시2024.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