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식

다리 저리면 늦었다, '척추의 神'이 전하는 디스크 예방 운동법

해암도 2024. 5. 30. 05:1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허리·목 디스크 환자는 292만여 명이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2년). 척추의 신(神)이라고 하는 정선근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도 한때 허리 디스크로 오래 고통 받았다. 논문을 탐독했고, 별다른 수술이나 힘든 운동 없이도 그의 허리 통증은 사라졌다. 정 교수는 “척추 질환은 잘못된 자세나 습관이 누적돼서 생긴 퇴행성 질환”이라며 “올바른 자세를 알고 실천하면 스스로 나아질 수 있다”고 했다.

 

흔히 디스크라고 하는 질환의 정식 명칭은 ‘추간판 탈출증’이다. 척추뼈와 척추뼈 사이를 이어주는 물렁뼈인 추간판(디스크)이 터져 나오는 증상이다. 추간판은 중심에 있는 젤리성 물질 수핵(髓核)을 질긴 외부층인 섬유륜이 둘러싼 형태다. 수핵이 힘을 받아 섬유륜 일부를 찢고 나오면서 화학적 염증과 요통이 생겨난다. 증상이 심해지면 수핵이 섬유륜 전체를 찢고 신경을 압박하면서 다리 등 넓은 부위로 퍼지는 방사통까지 유발한다.

 

정 교수는 “방사통이 생기고 다리가 저려야 디스크에 걸렸다고 생각하는 일이 흔하지만, 이미 늦은 것”이라며 “요통은 허리 디스크 통증의 시작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통증을 유발하는 디스크에 난 상처를 치유하는 자세가 허리를 뒤로 쭉 펴는 ‘신전(伸展) 운동’이다. 손을 칼에 베였을 때 상처 부위에 반창고를 붙이는 것처럼, 찢어진 섬유륜을 붙이기 위해 허리를 뒤로 젖혀주는 것이다. 정 교수는 “디스크의 찢어진 부분을 붙여주는 ‘반창고 자세’라고 볼 수 있다”며 “가능하면 허리를 구부리지 않고 쭉 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처음 이 자세를 잡으면 허리가 뻐근하다. 상처가 난 부위가 서로 맞닿으면 아픈 것과 같은 원리다. 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통증이 줄어들고 증상이 호전된다.

 
 
그래픽=백형선
 

신전 운동은 일상생활에서 간단히 할 수 있다. 서 있을 때는 발을 어깨 너비로 벌린 뒤, 두 손을 허리에 대고 허리를 내밀면서 상체와 목을 뒤로 젖히면 된다. 앉아 있을 때는 엉덩이를 의자 깊숙이 집어넣고 앉아 두 팔을 뒤로 뻗으면서 똑같이 몸을 젖히면 된다. 잠에 들 때는 하늘을 보고 똑바로 눕되, 척추 신전을 위해 허리에 쿠션을 받치는 것이 좋다.

 

이미 증상이 악화돼 방사통까지 왔으면 올바른 자세만으로는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 염증과 통증 모두 심하기 때문에 소염제 등을 먹어야 한다. 척추에서 신경이 지나가는 공간인 경막외에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는 방법도 있다. 정 교수는 “염증과 통증을 줄여 놓은 상태에서 ‘반창고 자세’를 하면 튀어나온 디스크가 줄어든다”고 했다. 그는 “디스크 탈출이 너무 커 신경 뿌리를 눌러서 신경을 손상할 수 있는 때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디스크가 터지기 전이라면 꾸준한 운동으로 허리 근력을 키우는 게 예방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미 디스크가 찢어졌는데 무턱대고 근력 운동을 해서는 안 된다. 정 교수는 “디스크에 문제가 있는 상황은 팔로 따지면 팔뼈가 부러진 것”이라며 “팔뼈가 튼튼할 때는 운동해서 근육을 키우면 좋겠지만, 팔뼈가 부러졌는데 아령을 든다고 뼈가 붙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했다. 디스크 예방을 위한 근력 운동은 디스크가 터지기 전에, 혹은 다 붙고 나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로 60세인 정 교수는 주 3~4일은 근력 운동을 하고, 수영이나 걷기 등으로 척추 건강을 지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