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의학자 박상철의 노화혁명
필자가 만난 수많은 백세인 중에서도 남기동(1919~2020년)옹이 가장 독보적이었다. 남옹은 우리나라 시멘트 산업을 일으켰고 해외에서도 큰 업적을 이룬 산업계 거인이다. 그의 건강 비결은 걷기다. ‘죽은 사람이 움직이지 않듯이, 움직이는 사람은 죽지 않는다’라면서 앉아 있는 동안에는 발가락이라도 꼼지락거렸다. 백 살이 되도록 송파구에서 신촌 사무실까지 항상 지하철로 출근하였다.
그런데 남옹에게는 남다른 특별한 건강 비결이 더 있었다. 바로 줄넘기다. 젊어서는 매일 오른발 왼발 도합 3000번, 중년을 넘어서는 2000번 그리고 여든 살이 넘어서도 1000번씩 줄넘기를 하였다. 그 흔한 헬스클럽 한번 찾지 않고 바쁜 일정에도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줄넘기를 선택하여 평생 습관으로 만들었다.
정작 남옹이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하여 평생 지니고 다닌 상비약이라고 자랑한 것이 있었는데, 기상천외하였다. 바로 치약, 구두약, 모기약이었다. 구강 관리를 철저하게 하였고, 구두를 깨끗하게 닦는 등 자신의 외모 관리도 깔끔하게 하였고, 벌레가 많은 시멘트 공장이라는 외진 현장에 살아야 했기 때문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모기약이 필수품이었다고 했다.
남옹은 96세가 된 해 어느 행사에서 “저는 겨우 아흔여섯밖에 안 먹었습니다. 내년에 또 봅시다”라고 건배하였고, 백 세가 되어서는 “아직 백 살밖에 안 먹었습니다만”이라는 자서전을 발간했다. 특정한 약이나 보약에 의지하지 않고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최선을 다해 건강 장수를 이룬 남옹의 삶은 초고령 장수 사회에 필요한 나침반이 아닐 수 없다.
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교수 조선일보 입력 2023.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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