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극한까지 끌어올린 NASA 정화 기술…“소변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정화”

해암도 2023. 6. 22. 14:10

 

 
유럽우주기구(ESA)의 우주비행사 마티아스 마우러가 국제우주정거장의 염수처리장치(BPA)의 특수 필터를 교체하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는 우주비행사의 소변을 정화해 식수 수준의 깨끗한 물을 얻을 수 있는 BPA를 개발해 물 재활용률을 98%까지 끌어 올렸다./NASA 제공
 
 

미 항공우주국(NASA)이 국제우주정거장(ISS)의 물 재활용률을 획기적으로 끌어 올리는 기술을 개발했다. 우주비행사가 보급 없이도 우주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향후 심해 우주 탐사 등에도 관련 기술이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NASA는 생명유지시스템(ECLSS)을 개선해 물 재활용률을 98%까지 높였다고 20일(현지 시각) 밝혔다. 기존에는 우주에 유입된 물의 93.5%만 재활용할 수 있었다. 이를 98%까지 끌어 올리면서 우주를 더 멀리, 더 오래 탐사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개발된 기술은 달 유인 탐사를 위한 ‘아르테미스 계획’에도 적용된다.

 

물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었던 이유는 우주비행사의 소변을 더 많이 정화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우주에서는 소변처리장치(UPA)를 활용해 진공 증류 방식으로 소변을 물과 소변 염수로 분리한다. 소변 염수에도 미량의 물이 섞여 있지만 지금까지는 더 이상 정화할 수 없어 폐기해왔다. NASA는 소변 염수에 남아 있는 물을 뽑아내기 위해 염수처리장치(BPA)를 개발했다.

 

소변 염수에 따뜻하고 건조한 공기를 불어 넣어 증발한 뒤 특수 필터로 오염물을 걸러내 수증기만 내보내는 것이다. NASA의 ECLSS 물 시스템 관리자 질 윌리암슨은 “이제껏 전체 물 재활용률이 93%에서 94% 사이였는데, BPA 덕분에 98%의 물을 재활용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NASA는 물 재활용률을 극한까지 끌어 올리기 위해 우주인의 호흡과 땀으로 배출되는 수분까지도 활용하고 있다. ISS에 설치된 고성능 제습기는 공기 중의 모든 수분을 빨아들여 수처리장치(WPA)로 보낸다. 한 대 모은 수분은 특수 필터로 오염물을 거른 뒤, 센서를 통해 물의 순도를 확인하면서 기준치에 맞을 때까지 정화를 반복한다. 이후 미생물 성장을 막기 위해 물에 요오드를 첨가해 저장한다. 우주비행사는 요리나 양치질 등 일상 생활을 위해 한 명당 하루에 약 3.8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윌리암슨은 “소변과 땀을 정화해 재활용된 물은 지구에서 생산되는 물보다 더 깨끗하다”면서 “우주선에 실을 물과 산소가 적어 질수록 임무에 필요한 더 많은 과학 장비를 실을 수 있다”고 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우주비행사 카일라 배런이 국제우주정거장에 설치된 염수처리장치(BPA)의 필터를 교체하고 있다. 우주비행사가 소변을 배출하면 BPA를 통해 물과 오염물을 걸러 식수로 활용할 만큼 정화된다./NASA 제공
 
 

황규락 기자     조선일보      입력 2023.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