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건축

치약 짜듯 시멘트 쌓는다… 3D프린터로 집 한 채 찍어내는데 12시간

해암도 2022. 1. 5. 15:11

 

지난달 21일 미국 버지니아주 윌리엄스버그에 사는 싱글맘 에이프릴은 방 세 개, 화장실 두 개 딸린 주택에 입주했다. 저소득층인 그가 이 집을 가질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3D프린터. 시민단체와 3D 프린터 업체가 함께 지은 이 집은 3D프린터를 이용해 12시간 만에 만들어졌다.

 

목재와 철근을 이용하는 전통적인 미국 건축 공법과 달리 시멘트로만 지어져서 건축 시간뿐만 아니라 비용까지 절감하면서 싼값에 공급이 가능했다. 에이프릴은 시민단체에서 300시간 봉사하는 조건으로 이 집을 얻을 수 있었다.

 

◇치약 짜듯 시멘트 쌓아서 집 지어

 

올해는 집을 짓지 않고 찍어내는 3D프린터 주택이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되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안으로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3D프린터 기술을 활용해 지은 대규모 주택단지가 조성된다.

 

미국의 대형 주택 건축 업체인 레나와 건축 기술 업체인 아이콘은 3D프린터로 찍어낸 벽체와 지붕을 조립해 만든 186㎡(56평)짜리 단층 주택 100채를 건설할 예정이다. 미국에서 3D프린터로 만든 주택이 대단지로 조성되는 것은 처음이다.

대단지를 짓는 데 쓰이는 3D 프린터는 아이콘의 ‘벌컨’이다. 벌컨은 높이 11.5m, 폭 33m 초대형 장비로 최대 높이 8.5m, 폭 28m 규모의 건축물을 만들 수 있다. 출력 속도는 초당 5∼7㎝ 수준으로 56평 크기 주택의 내외부 벽체를 일주일 만에 찍어낼 수 있다.

 

3D프린터가 마치 치약처럼 콘크리트를 여러 겹으로 짜내서 주택 골격을 만들기 때문에 벽면을 곡선으로도 만들 수 있다. 아이콘에 따르면 기존 주택 공사에는 인부 6~12명이 필요하지만 3D프린터로 만든 주택은 현장에 작업자 3명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노동력도 덜 든다.

 

◇노동력⋅비용⋅시간 모두 절감

 

일본에서도 올해부터 3D프린터로 만든 소형 주택을 판매한다. 3D프린터 스타트업인 세렌딕스는 3D프린터를 사용해 지은 10㎡(약 3평)짜리 원형 주택 ‘스피어’의 구매 예약을 받고 있다. 내부 전기 설치와 인테리어를 빼고 집을 짓는 데 걸리는 시간은 3일, 건축 비용은 300만엔(약 3100만원)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인건비⋅재료비⋅물류비가 다 줄어 기존 주택보다 저렴하다”라고 했다. 지난해 말까지 스피어의 구입을 희망하는 기업은 40개에 달하고, 개인 구매 희망자도 100명이 넘는다.

 

3D프린터 주택이 세계 곳곳에서 지어지는 것은 전 세계 주택 부족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WSJ에 따르면 미국의 주택은 수요가 공급보다 380만채 많은 것으로 추산된다. 코로나 사태가 불러온 공급망 정체와 노동력 부족으로 주택 공급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자 빠른 시간 안에 적은 인력으로 지을 수 있는 3D프린터 주택이 각광을 받게 된 것이다.

 

 

변희원 기자      조선일보    입력 2022.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