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건축

“집값폭등은 토지 문제, 고층 압축개발로 극복 가능”

해암도 2022. 3. 6. 13:18

[차학봉의 부동산 봉다방] 천의영 한국건축가협회장 인터뷰

 

기본 건축비는 평당 500만원 정도, 토지 부족이 집값 폭등시켜
층수 용적률 완화 대신 개발 이익은 청년층과 공유해야
신도시 개발로는 수요 분산 한계, 도심 고밀 개발이 교통 수요 줄이는 친환경
대장동 사건 , 도시계획 결정에 전문가 시민 참여 공개 심의하면 예방가능
비용만 중시하는 건축 관리시스템이 아파트 붕괴사고 초래,

 

“아파트의 기본 건축비는 평당 500만~600만원 정도이다. 그런데도 아파트 가격이 천문학적으로 치솟는 것은 적절한 택지공급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요가 급증하는 지역의 용적률 규제완화, 압축도시 등 유연한 정책을 펼치면 토지 공급 확대 효과를 낼 수 있고 집값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천의영 한국건축가협회장은 “용적률 완화를 통한 택지 등 토지 공급, 개발사업의 공공기여 확대를 통해 집값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활력도 높이자”고 제안했다. 경기대 교수인 천 회장은 하버드대에서 석사,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디자인올림픽2009 총감독, 광주폴리Ⅲ 총감독 등을 역임했고 ‘열린 공간이 세상을 바꾼다 - 포용 공간 혁명’이라는 책을 냈다. 1957년 설립된 한국건축가협회는 건축가, 교수, 건축관련 예술가, 연구 인력 등 5000여명이 회원이다.

천의영 한국건축가협회장은 압축도시와 개발이익공유제로 집값 폭등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집값 폭등으로 젊은이들이 절망하는 등 사회적 갈등까지 빚어지고 있다. 해결책이 없나?

“아파트의 기본 건축비는 평당 500만~600만원 정도이다. 5억원하는 아파트와 20억원하는 아파트도 내장재와 설비 등을 제외한 기본 건축비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집값이 치솟는 것은 건축비의 문제가 아니라 토지의 문제이다. 토지를 효율적으로 공급하는 정책과 방법을 찾았다면 집값 폭등 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정책의 실패가 집값 폭등의 중요한 원인중 하나였다.”

 

-서울의 토지 자체를 늘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토지를 늘릴 수는 없지만, 토지에 대한 규제를 풀면 사실상 토지 공급을 늘리는 효과를 낼 수 있다. 토지 규제는 수십년전의 낡은 제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대표적인게 획일적으로 용적률(대지 면적 대비 건물연면적 비율)을 규제하는 제도이다. 런던, 뉴욕,도쿄 등은 수요가 늘어나는 지역에 대해 용적률을 높이는 등 초고층 개발을 허용하고 있다. 미국 등 다른 나라처럼 역사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어서 재건축이 불가능한 건물의 여유 용적률을 사들여 더 높게 건물을 짓도록하는 ‘용적률 거래제도’를 활성화하면 토지공급을 늘리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정부와 계획가들이 철 지난 낡은 도시계획과 평등주의에 집착해서 주택문제를 더 악화시켰다.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와 기존 틀에 얽매이지 않는 창의적 아이디어만 있다면 얼마든지 다양한 정책을 펼 수 있다.”

 

-용적률을 대폭 높이자는 주장이 제기되지만 개발이익을 특정인이 갖는다는 비판도 있다.

“용적률을 높여서 주택공급을 늘리는 대신 늘어난 용적률에 상응하는 공공기여와 이익공유를 하도록 하면 된다. 이익을 재건축 아파트 소유자만 모두 갖는 방식이라면 사회적 반발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개발 이익의 상당부분을 사회가 공유하는 제도를 도입하면 된다. 런던 도심부에서도 용적률, 건물 높이 제한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대신에 부족한 인프라 투자 등 사회적 기여를 하도록 한다. "

 

-어떤 식의 사회적 기여가 가능한가?

“재건축 용적률을 높여주는 대신에 더 늘어난 주택을 포용적으로 주식화 또는 블록체인 토큰화해서 무주택 청년들이 부분 구입할 기회를 주는 것도 방법이다. 아파트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하는 분양가 상한제에서는 당첨된 사람만 이익을 본다. 청년들에게 당장 집을 줄 수 없다면 개발이익을 공유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증권화 기법과 블록체인 토큰화 기법 등을 활용, 100만원이하의 소규모 투자단위로 청년층에게 기회를 주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서울시내를 고밀개발하면 경관이 훼손되고 교통난이 가중된다는 비판도 있다.

“고층 개발이 경관을 파괴한다는 것은 선입견이다. 시야를 가리는 빡빡한 판상형 아파트와 홀쭉하게 치솟은 고층 아파트, 어느 쪽이 좋은가. 주거와 오피스, 상업시설을 함께 갖춘 고밀도 압축도시로 개발하면 교통난을 오히려 줄일 수 있다. 누가 맨해튼과 홍콩을 실패한 도시라고 주장하는가. 오히려 교외에 신도시를 개발하는 것이 도심으로 향하는 교통수요를 늘리고 녹지를 파괴하는 등 환경에 역행한다. 고령화 인구감소시대로 접어드는 현실을 감안하면 무작정 신도시 개발 정책은 문제가 있다”

빌딩 숲의 대명사인 미국 뉴욕의 맨해튼. 맨해튼 남쪽에서 월스트리트 방향을 바라본 모습이다. 맨해튼은 용적률 거래제 등을 통해 초고층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천의영 한국건축가협회장은 개뱔이익의 사회적 기여를 조건으로 고밀도 개발을 허용하자고 주장했다. /프레드 수(위키피디아)

 

-성남의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여러 논란이 있다.

“우리나라의 개발사업과 관련한 도시계획 심의가 너무 폐쇄적이다. 개발이익을 좌우할 수 있는 결정들이 밀실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래서 개발이익을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이해 결정 관계자와 조직에 대한 치열한 로비가 벌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대장동 개발과 관련된 심의를 지역 방송을 통해 100% 중계하고 공개적으로 의사결정과 거버넌스구조, 개발방안과 이익배분에 대한 논의와 심의가 이뤄졌다면 지금과 같은 논란은 아예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투명하게 공개하고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에 적절한 이익의 사회적 공유 합의, 임대주택, 녹지 확보 등 소위 그 지역에 합의된 공공기여를 하도록 투명하게 하면 무슨 문제가 생기겠는가. ”

 

-서울시가 최근 한강변의 아파트를 35층이하로 제한하는 규제를 철폐하기로 했다.

“박원순 전 시장이 도입한 35층룰은 근거가 없다. 파리 등 외국도시도 일부 지역에서는 건물 높이 규제가 있지만, 역사적 건물의 경관을 보호하는 등 합리적 근거가 있었다. 한강변에 이미 50층 건물이 존재하는데도 ‘2030서울플랜’에 35층 제한을 적용하는 내용을 포함하여 규제했다. 병풍같은 동일한 최고 높이의 공동주택스카이라인은 한강변 경관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어떤 도시 정책이 필요한가”

" 공무원이 도시건축을 결정하는 톱다운 방식에서 전문가, 지역민, 개발업체의 요구를 반영하는 상향식 플렉서블 어바니즘(flexible urbanism)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역별로 용적률이 획일적으로 정해져 있고 공무원이 규제적으로 도시계획을 결정한다. 이걸 제안형으로 바꿔야 한다. 지역주민, 개발업체, 기업,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위원회에 개발 방안을 제안하고 그것이 합리적이고 지역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통과시켜 주면 된다. 규제일변도, 관 중심에서 시민협의체의 상향식 거버넌스체계로 바꿔야 한다.”

 

-한국은 ‘아파트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아파트 중심의 주택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애드워드 글래이저 하버드대 교수는 ‘도시의 승리’라는 책에서 인도나 중국의 신규주택을 모두 단독주택으로 공급하면 엄청난 환경파괴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도 아파트 대신 단독주택만 공급했다면 서울과 대전 사이의 논과 밭이 단독주택으로 꽉 들어 찼을 것이다.

고층으로 짓는 아파트가 오히려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측면이 있다. 가까운 지역에서 주거, 직장, 쇼핑, 교육 등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압축도시가 다른 나라에서는 도시문제 해결방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아파트 외관이 너무 획일적인 것은 문제이다. 아파트 분양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설계와 시공을 최저 비용으로 하려다 보니 획일적인 건물들을 양산하고 있다. 마스터 플랜은 한명의 총괄기획가가 하고 각동 마다 설계자를 달리하는 등 건축가적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된다면 아파트도 훌륭한 건축물이 될 수 있다.”

 

“-광주에서 건축중인 아파트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건설현장에서 비용 절감을 최우선하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시공비를 중간에서 빼먹는 하도급 구조, 권한 없는 감리 체계 등으로 인해 안전보다는 비용 절감에 혈안이 된 것이 건축 공사현장이다. 이번 사고와 같은 일이 언제든지 다시 발생할 수 있다. 감리만이라도 책임권한을 갖고 공사중지명령권한을 행사하도록 하는 등 제도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공공건축물의 수준이 아직도 민간 건축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다.

“상당수 민간부분의 건축물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대기업 건축주들이 비용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질 좋은 건축물들을 만들고 있다. 오히려 공공 분야가 문제이다. 정부는 미술관을 짓는데도 표준단가표와 최소 비용에 집착한다. 단가 맞추기로 건축물을 지어서는 품질이 보장되지 않고 세계적인 건축물인 나올 수 없다. 예술가에게 작품을 의뢰하면서도 표준단가표로 인건비를 책정하는 식이다. 자재가격이 급등해도 제대로 공사비에 반영되지 않는 것도 문제이다.”

 

-새 대통령이 펼쳤으면 하는 정책은?

" 하나의 법체계로 국토 전체를 획일적인 방향으로 유도하기보다는 뉴욕 맨해튼과 같은 수직 초고층화, LA 비버리힐스와 같은 수평 저밀도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상업적, 경제적, 라이프 스타일의 욕구를 수용해야 한다. 도시건축 정책을 물량중심에서 질적전환이 가능하도록 정책방향을 바꾸어 국토 공간운용체계를 새롭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수도권 집중에 대한 지방에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선거철만 되면 지역의 숙원사업이라는 명분으로 선심성 정책들이 남발되고 있다. 중국의 베이징, 일본의 도쿄 중심의 거대도시에 대항하여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보다 체계적인 계획으로 대한민국 전체가 하나의 거대도시군 국가, 즉 원시티네이션(One City Nation)이 되도록 교통과 도시건축의 기반시설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축분야에 필요한 정책은

“2007년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이 제정되면서 건축은 국토부 산하의 업무로 조정됐다. 국토부가 문화경관과를 만들었지만 세부업무에는 건축문화예술업무가 빠져 있다. 문체부의 시각예술디자인과에서 건축을 일부 담당하지만, 건축관련 전문인력이 거의 부재하다. 건축예술과 관련된 업무는 정부부처의 업무에서 거의 지난 20여년 동안 빠져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축은 산업과 문화예술의 양면적 속성이 있다. 국토교통부 주도의 산업적 측면만이 아닌, 문화체육관광부 주도의 문화예술적 측면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 2월8일 이병훈의원이 입법 발의한 ‘건축예술 진흥법’이 조속히 통과돼 건축예술과 관련된 건축기획의 활성화를 통한 건축 전반의 혁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