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비겁한 대통령, 만용 부리는 대통령

해암도 2021. 11. 11. 13:47

 [오늘과 내일/이진영]

 

인기 없는 개혁 미루고 폼 나는 일엔 호기

차기 대통령은 난제 외면 않는 ‘용기’ 절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1.11.9/뉴스1 © News1

 

문재인 대통령은 1일 유엔 기후총회 기조연설에서 “자연은 오래도록 우리를 기다려주었다. 이제 우리가 자연을 위해 행동하고 사랑해야 할 때”라며 “매우 도전적인”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천명했다. 세계 1·3·4위 배출국인 중국 인도 러시아가 못 줄이겠다며 꽁무니를 빼는데 우리가 앞장서겠다고 했으니 박수를 보내야 할까.

기후위기 대응은 시대적 당위지만 지구에 큰불이 났다고 모두가 똑같이 불구덩이에 뛰어들 수는 없다. 장비도 든든하고 기술도 있다면 뛰어드는 게 용감한 행동이다. 장비도 기술도 없으면 얼른 119에 신고하고 대피를 돕는 게 용기 있는 행동이다. 무턱대고 뛰어들다간 불도 못 끄고 다치기만 한다. 그건 용기가 아니라 만용이다.

문 대통령의 탄소중립 계획(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 40% 감축)은 만용이다. 정부가 감당할 수 있다고 제시한 최대치(32%)보다도 목표가 높다. 2030년이면 9년밖에 안 남았는데 동원한다는 기술은 전문가들도 “50년이 걸릴지, 100년이 걸릴지 모르겠다”고 한다. 정부가 소요 비용을 공개 않는 사이 여기저기서 천문학적인 추산치들이 나온다.

 

 

이진영 논설위원       동아일보     입력 2021-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