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만성췌장염 명의' 순천향대부천병원 소화기내과 문종호 교수
순천향대부천병원 문종호 교수/사진=순천향대부천병원
췌장은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을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을 화학적으로 분해·소화하는 ‘변환기’다. 강력한 소화효소들을 분비하고, 위산이 십이지장으로 넘어올 때 중화시키며, 당을 관리하는 인슐린 호르몬을 분비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맡는 췌장은 배에서 가장 깊숙한 곳에 있다. 그래서 병이 있어도 발견이 어렵고, 치료도 힘들다. 췌장에 문제가 생겨 만성적으로 염증이 나타나면 만성췌장염이 발생할 수 있다. 만성췌장염은 치명적인 췌장암으로 악화될 수도 있다. 만성췌장염에 대해 순천향대부천병원 소화기내과 문종호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Q.만성췌장염은 어떤 질병인가요.
-만성췌장염은 여러 원인에 의해 췌장조직이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손상된 염증성질환입니다. 급성췌장염이 재발에 재발을 거듭해 결국은 만성췌장염으로 진행할 수 있고, 처음부터 만성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가장 무서운 건 만성췌장염이 췌장암의 씨앗이라는 거죠. 따라서 만성췌장염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Q.췌장염은 어떤 과정으로 만성화되나요.
길쭉하고 통통하게 생긴 췌장은 머리, 몸통, 꼬리 세 부분으로 돼 있습니다. 가운데에 2~3mm 정도로 아주 가는 대롱 같은 ‘췌관’이 십이지장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이 췌관이 종양, 담석 등에 의해 막히면서 염증이 생기는 게 만성췌장염의 대표 원인입니다. 췌장염이 있어 췌장섬유화가 진행되면 췌장은 점점 쪼그라들며 딱딱해지는데요. 이때 췌관은 점점 커지거나 협착하면서 속이 빈 강정 같은 상태가 됩니다.
Q.만성췌장염을 일으키는 원인은 무엇인가요?
-만성췌장염 70% 정도는 장기간, 잦은 음주가 원인입니다. 술이 대사되면서 나오는 독성 물질이 췌장에 손상을 주거나, 급성췌장염이 반복적으로 재발하면서 췌장조직 괴사가 일어납니다. 음주로 인해 췌장액 안에 단백질양이 많아지면 점성이 높아져 끈끈해지는데요. 이때 생긴 덩어리들이 췌관을 막아 췌장의 세포 손상과 섬유화가 나타납니다.
일반적으로 섭취한 술의 총량보다는 매일 평균적으로 얼마나 마시는가가 췌장염의 발생에 더 중요하다고 알려졌습니다. 다른 알코올성 질환과 마찬가지로 알코올성 췌장염도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더 빈번히 발생하고, 40세 전후로 시작합니다.
다음으로는 흡연이 있습니다. 흡연은 췌장염이 생길 수 있는 방어체계를 풀어버리는 불쏘시개 역할을 합니다. 만병의 원인으로 알려진 술과 담배를 함께하면 만성췌장염 위험이 배가 되므로 반드시 둘은 멀리하는 게 좋습니다.
순천향대부천병원 문종호 교수/사진=순천향대부천병원
Q.특별한 발병 원인이 없는 경우도 있다는데요.
-맞습니다. 만성췌장염의 20~30% 정도는 뚜렷한 원인이 없는 ‘특발성 만성췌장염’입니다. 특이하게 아무 이유 없이 15~30세 정도의 젊은 사람이나 60~70세 정도 노년층에서 발생하는데요. 젊은층에서는 심한 복통이 나타나지만, 고령층에서는 복통이 잘 나타나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드물게 ‘자가 면역성 췌장염’과 유전돼 나타나는 ‘유전성 췌장염’, 인도, 아프리카 같은 열대에서 ‘열대성 췌장염’도 있습니다.
Q.만성췌장염은 통증 외에 특별한 증상이 없나요.
-초기에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병이 진행되면서 간헐적으로 반복되는 복통, 체중감소, 소화불량, 설사, 당뇨 등의 증세가 생깁니다. 복통은 명치나 복부 왼쪽 윗부분에서 시작되며, 등 뒤쪽으로 통증이 뻗치는 방사통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통증은 누우면 더 심해지고 앉아서 몸을 앞으로 굽히고 무릎을 배 쪽으로 당기면 덜해지는 특징이 있는데요. 자세에 따라 췌관이 좁아지는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복통은 복부 깊은 곳에서 반복적이며 지속적으로 느껴지며, 위장약을 먹어도 개선되지 않습니다.
Q.치료하지 않고 내버려두면 어떻게 되나요.
-병을 내버려두면 통증이 극심해져 일상이 불가능해지는데요. 이때 통증을 막기 위해 진통제를 먹다 진통제에 중독될 수도 있습니다. 또 소화효소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영양흡수장애, 만성소화불량, 기름기가 있는 설사가 반복됩니다. 특히 이유 없이 체중이 준다면 만성췌장염을 꼭 의심하는 게 좋습니다. 병이 진행되면 췌장의 내분비 기능까지도 손상을 받아 당뇨병이 나타납니다. 이외에도 섬유화가 진행돼 췌장이 딱딱해지면서 간의 하수관인 담관까지 막아 황달이 발생할 수도 있고, ‘가성낭종’ 같은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Q.만성췌장염은 어떻게 진단하는지.
-췌장염은 진단 자체가 어렵습니다. 일단 몸속 깊은 곳에 있고, 병변 자체도 작으며, 영상검사만으로는 구별이 힘들기 때문입니다. 만일 복통이 계속 이어지거나, 체중 감소, 설사 등이 있으면 만성췌장염을 의심해야 합니다. 특히 오랫동안 술을 즐겨왔는데, 이러한 증상이 생기면 만성췌장염 가능성이 큽니다.
급성췌장염과는 달리, 만성췌장염 진단에 피검사로는 발견이 힘들고, 복부 CT 또는 MRI와 같은 정밀영상 진단이 중요합니다. 위내시경, 대장내시경처럼 직접 보는 게 제일 확실한데요. 내시경 초음파검사, 내시경적 역행성 췌담관 조영술(ERCP) 등 내시경을 이용한 정밀 진단을 병행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정밀 검사들은 만성췌장염 진단뿐 아니라 경과 관찰에도 중요하고, 췌장암 감별을 위해서도 중요합니다.
순천향대부천병원 문종호 교수/사진=순천향대부천병원
Q.치료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요.
-만성췌장염 환자에서 가장 중요한 치료는 통증을 줄이고 영양 흡수 장애를 치료하는 것입니다. 내과적 치료로 강력한 소화효소제제나 진통제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노자임(Norzyme), 크레온(Creon) 같은 강력한 소화효소제제들이 있어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통증이 너무 심할 경우에는 마약성 진통제를 간헐적으로 사용해 볼 수 있지만 약물중독이 될 수 있습니다.
췌관협착이 생긴 경우에는 ‘ERCP’라는 특수내시경검사를 이용해 췌관 배액관(스텐트)을 삽입하면 통증을 크게 줄여줍니다. 췌관담석이 있다면 스파이글라스(Spyglass) 같은 췌관 담관 내시경을 이용해 레이저로 돌을 조각조각 깬 다음에 제거할 수 있습니다. 때에 따라서는 요로결석을 제거하듯이 체외충격파쇄석술 (ESWL)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치료에도 반응이 없다면 외과적으로 췌장절제술이나 배액술 등을 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성췌장염 환자는 영양상태가 나쁘고, 당뇨병 등 다른 만성질환도 동반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비수술적인 치료를 최대한 진행합니다. 수술적 치료는 마지막으로 고려하는 게 좋습니다.
Q.스텐트를 삽입한다는데, 어떤 방법인가요.
췌관협착으로 심한 복통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ERCP’라는 특수내시경으로 췌관 내로 배액관을 삽입해 협착 정도를 개선합니다. 지금까지 만성췌장염환자에서 동반된 췌관 협착을 치료하기 위한 췌관 전용 배액관이 없어 담관협착을 위해 개발한 담관배액관을 췌관에도 이용했는데요.
하지만 플라스틱 배액관은 직경이 가늘어 잘 막히고 3-4개 이상을 좁은 췌관에 넣어 시술도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렸습니다. 금속배액관 중 막이 있는 피막형 금속배액관은 양성 담관 협착이나 양성 췌관 협착에도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와 있는 담관용 피막형 금속배액관을 췌관 협착에 써 본 결과 스텐트가 미끄러져 빠져버리거나 ‘스텐트 이물반응(foreign body reaction)’으로 오히려 췌관이 손상되는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또한 피막이 췌관을 막아서 췌장염증과 췌장성 패혈증 발생 가능성 등에 문제가 있었죠.
순천향대부천병원 문종호 교수/사진=순천향대부천병원
Q.부작용을 개선한 췌관 스텐트를 개발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의료기기 전문회사 ‘스텐다드 싸이텍’과 함께 새로운 췌관용 피막형 금속 배액관을 개발했습니다. 스텐트 디자인을 다르게 해서 스텐트 빠짐이나 스텐트로 인한 이물 반응을 최소화습니다. 또 스텐트 끝에 끈을 매달아서 최소한의 스텐트를 이용해 협착 부위만 개해 췌관 막힘 현상도 최소화했습니다.
새로운 스텐트의 우수성을 입증한 연구 논문은 소화기내시경 세계 최고 저널 미국 소화기내시경학회지 4월호에 게재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된 의료기기가 세계로 수출된다는 의미도 있죠.
Q.만성췌장염 예방수칙으로는 무엇이 있는지.
만성췌장염의 가장 흔한 원인이 음주라는 점을 생각할 때 과도한 음주를 삼가는 것은 만성췌장염의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합니다. 물론 금연도 큰 도움이 됩니다.
식단도 중요한데, 고단백고지방 식이를 피하고 균형 잡힌 식습관과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늘이나 양파, 생강, 녹차와 같은 식품에는 항염증 작용이 있어 꾸준히 먹으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술을 마시지 않는데 젊은 나이에 만성췌장염이 생겼다면, 유전적 췌장염 등을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만성췌장염은 평생 질환이고, 당뇨병 등 합병증을 유발하는 질환입니다. 특히 무서운 췌장암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지속적인 상담,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꾸준히 관리해야 합니다. 모든 질병이 그렇듯 만성췌장염도 정확한 진단과 조기대처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순천향대부천병원 문종호 교수/사진=순천향대부천병원
-문종호 교수는?
순천향대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순천향대부천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소화기병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국내외 췌장담도 분야 최고 전문가로 주요 진료 분야는 췌장·담도·담낭 질환의 조기 진단 및 치료 내시경이다. 발견이 어려운 췌장담도 질환을 위해 내시경을 이용한 다양한 진단과 치료 방법들을 연구하여 다수의 SCI 논문들을 발표했으며, 이러한 공로를 미국 및 일본 소화기내시경학회로부터 정식 인정받은 소화기내시경 분야 권위자다. 국내외 굴지의 의료기기 회사들과 췌장·담도 전용 내시경 개발, 금속스텐트 개발, 새로운 시술 개발에 관여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소화기내시경 관련 국제학회나 심포지엄에 정기적으로 초청되어 외국 의사들과 환자들을 대상으로 강연과 내시경 시술을 직접 선보이고 있다.
헬스조선 유대형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0.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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