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요즘 극장가 화제인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보기 전에 찾아보는 유튜브 영상이 있다. 바로 ‘엔드게임 보기 전, 마블 영화 총정리’라는 영상이다.
이 영상은 지금까지 나온 21편의 어벤져스 시리즈를 총망라해서 30분 이내로 압축해 놓은 요약본이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전 상황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봐야 할 영상으로 통한다.
최근 이 영상으로 ‘어벤져스’ 시리즈를 훑어본 대학생 김승민(25)씨는 “어벤져스 시리즈가 많아서 모두 보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며 “핵심을 설명해주는 축약 영상을 보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미처 몰랐던 내용까지 설명해줘 이해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요즘 유튜브에서 인기를 끄는 것이 축약 영상이다. 즉 영화나 드라마 등의 내용을 짧게 줄여 놓아서 전체를 보지 않아도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영상들이다. 그만큼 시간에 쫓겨 영화나 드라마 전체를 보기 힘든 사람들이 내용 파악을 위해 많이 본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짧은 영상에 익숙한 10대들에게도 인기다. 이들은 짧은 영상을 보는 것에 익숙해서 오히려 긴 시간을 들여 영화나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것을 힘들어 하기도 한다. 유튜브로 콘텐츠 축약 영상을 즐겨 보는 고교생 김도현(17)양은 “오래 보는 것보다 요약 정리된 영상을 보는 것에 익숙하고 편하다”며 “돈도 들지 않아 좋다”고 설명했다.
축약 영상을 즐기는 사람들은 차라리 축약 영상 수십 편을 2,3시간 감상할 수는 있어도 2시간 동안 영화 한 편 보는 일이 힘들다는 의견이다. 김승민씨는 “시간 절약을 위해 하루에 2~5편의 내용 요약 영상을 본다”며 웃었다.
이런 추세에 맞춰 이미 이름만 대면 알만한 영화나 드라마들의 경우 손쉽게 축약 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을 수 있다. TV 방영 당시 시청률 40%를 넘었던 유명 드라마 ‘천국의 계단’ 1화의 경우 10분짜리 축약본이 10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유명 미국드라마인 ‘왕좌의 게임’도 축약본이 널리 퍼져 있다. 특히 콘텐츠 리뷰를 전문으로 하는 유튜브 채널인 민호타우루스의 ‘7분만에 보는 왕좌의 게임 시즌1’ 이 유명하다.
내용 축약 뿐 아니라 작품 이해에 도움이 될만한 설명을 곁들인 영상들도 있다. ‘해리포터에 숨겨져 있던 복선’은 영화 내용을 축약하면서 제작자의 해석을 곁들여 인기다. 유튜브 콘텐츠 리뷰 채널 팝콘트리의 ‘인터스텔라: 영화 첫 장면에 숨겨진 소름 돋는 의미’도 15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공상과학(SF)영화 ‘인터스텔라’는 우주를 넘나드는 캐릭터들의 시간이 상대적으로 흘러가며 복잡해지는 전개로 유명하다. 첫 장면 속에 담긴 의미를 영화 전개와 함께 설명하는 이 영상은 많은 사람들이 봤다.
반면 축약 영상에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들도 많다. 제대로 된 감상을 해치며 저작권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박광춘 성균관대 영상학 교수는 “소설 요약본을 읽는 것과 소설책을 읽는 것은 다르다”며 “특히 축약 영상의 경우 영상을 만드는 사람과 시청자들이 저작권 위반 소지가 없는 지 명확하게 인식하고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영인 인턴기자 digital@hankookilbo.com 입력 2019.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