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객 대부분 중·장년층…선불요금·폴더폰 관심많아
입소문 타고 문의 급증…6개 사업자 홈피 마비사태도
"기대 이상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네요. 알뜰폰 대박에 대한 기대감도 커가고 있습니다."
기존 이동통신사보다 30%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우체국 알뜰폰의 판매가 시작된 지 이틀째인 30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의 광화문우체국을 찾았다. 우체국 창구 한쪽에 마련된 알뜰폰 판매처에는 6명가량의 방문객들이 궁금한 점을 묻거나 가입양식을 작성하고 있었다. 현장의 우체국 직원은 "첫날인 지난주 금요일에는 오전부터 100명이 넘게 사람들이 몰렸다"면서 "젊은이들도 있었지만 주로 중ㆍ장년 고객이 많이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낡은 폴더폰을 들고 우체국을 방문한 한 60대 노인은 선불카드 요금제와 폴더폰에 관심을 보였다. 현장에서 구입만 하면 되는 것인지, 기본요금은 얼마이며 가입은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던 그는 "소포를 보낼 일이 있어 우체국을 들렀다가 왔다"면서 "월 요금이 3000원 정도라면 꽤 싼 듯하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판매를 시작한 알뜰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이날 접수된 신청 건수는 666건이었으며, 이 중 단말기까지 신규로 신청한 건수는 472건이었다. 6개 사업자의 전화와 홈페이지가 한때 마비될 정도로 문의가 폭주하기도 했다.
이번에 우체국을 통해 판매된 상품은 6개 알뜰폰 업체의 요금제 18종과 단말기 17종이다. 기존에 편의점 등을 통해 판매된 구형 스마트폰이나 폴더폰, 자급제 전용 단말기 외에도 LG G2나 삼성 갤럭시 노트 3 같은 최신 제품까지 망라됐다. LG유플러스 망 임대 사업자인 스페이스네트의 일반요금제 전용 '와이파이폴더폰(5만5000원)'은 준비한 물량이 오후 들어 매진되기도 했다.
담당 직원은 "20~30대 젊은 층은 최신 제품을, 어르신들은 저렴한 요금제의 폴더폰에 관심을 많이 보인다"면서 "특정 상품을 선호해 찾아온 이들보다는 아직 알뜰폰 자체가 고객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만큼 어떤 것인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우체국 직원들은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고객들의 문의에 지친 기색도 보였지만 할부금이 있는 상품의 조건이나 선불ㆍ후불 요금제 상품의 차이, 단말기 기기별 특성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했다. 앞서 일부에서는 준비가 부족해 우체국 직원들이 이동통신사 대리점 직원만큼 상세한 설명으로 고객 문의에 응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지만, 알뜰폰을 찾는 이들을 맞이하기에 큰 무리는 없어 보였다.
다만 이통사의 대형 대리점처럼 전시된 단말기를 직접 사용해 보는 것까지는 여건상 어려웠다. 광화문우체국의 경우 목업(모조품) 단말기를 비치했지만 서울 시내 다른 우체국에서는 그것조차 없어 이미지가 그려진 작은 판만 있었다. 또 연일 쏟아지는 전화와 문의에 직원들이 녹초가 된 곳도 있었다. 동대문우체국의 경우 휴대폰 접수 창구가 기존 업무 창구와 같이 배치돼 있었고, 직원은 계속 걸려오는 전화를 응대하느라 제대로 업무를 보지 못할 지경이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각 우체국마다 창구직은 물론 책임직까지 4~5명의 직원들이 달라붙어 고객 응대를 맡았지만 힘에 부쳤다"고 전했다. 알뜰폰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주로 40~60대 중ㆍ장년층이나 주부들인데다, 요금제나 단말기에 대해 잘 모르는 부분이 많다 보니 설명하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거듭 문의해 오는 이들도 상당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우체국 알뜰폰의 인기는 그동안 이통 3사의 약정가입 중심 상품에 어려움을 느꼈던 중ㆍ장년층의 잠재 수요가 상당했음을 뒷받침해준다. 우체국은 각지에 산재해 있어 접근성이 높은데다 중ㆍ장년 세대에게 익숙한 곳인 만큼, 알뜰폰 안착과 활성화에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판매가 이어지는 월요일부터 우체국 알뜰폰 개통 실적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첫날 워낙 사람이 몰려 가입이 원활하지 않았던 데다, 입소문을 타고 더 많은 이들이 문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영식 기자 grad@asiae.co.kr 2013-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