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父母가 말씀하시거든

해암도 2013. 9. 27. 11:22

 

  

   얼마 전 구순에 가까운 아버지에게 휴대전화를 사 드렸다.

 

예전부터 사드린다고 했지만 "그게 무슨 필요가 있냐?", "전화 걸 데도, 올 데도 없는데…"라며 손을 내젓던 분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휴대전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하셨다. 그 이유는 고향의 지인이 밭일하러 나갔다가 심장마비를 일으켰는데, 지니고 있던 휴대전화 벨이 마침 울려서 지나가던 사람에게 발견됐다는 것이다. 그게 남의 일 같지 않더라고 했다.


아버지와 함께 휴대전화 대리점에 갔다. 요금제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 당신은 역시 같은 말, 그러니까 전화 걸 데도 올 데고 없다면서 가장 싼 정액요금제를 택하셨다.

그런데…. 아버지는 하루에도 몇 번씩 내게 전화를 걸었고, 나뿐 아니라 다른 식구들, 친구들에게도 전화를 거셨다. 중요한 용건도 아니었다, 밥 먹었냐, 밤늦게 다니지 마라, 집에 언제 들어오느냐, 차 조심해라, 밥 먹으러 안 내려오느냐 등등…. 친구들에게도 당신 휴대전화 생겼다고 일일이 다 전화를 했다. 아버지 휴대전화의 현재까지 사용액을 보니 사흘 만에 그 가장 싸다고 한 요금을 다 써버리고 말았다.

아버지는 휴대전화 사용법도 꼬치꼬치 캐물으셨다. 단축번호 저장 방법 같은 구체적 내용이었다. 오랜만에 아이들처럼 호기심이 되살아난 표정이었다.

이번에도 또 깨달았다. 부모님의 말씀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걸. "그런 거 필요 없다, 아무 쓸데없다" 같은 말은 내 경험상 진심이 아니다. 그들이 정직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원하는 것을 말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난아 번역가·터키문학박사 : 2013.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