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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뻔한 사람 살려낸 천년산삼

해암도 2018. 11. 3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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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삼으로 꼽히는 칠구 두루붙이, 육구 만달, 천년 각구 이야기

 “산삼을 어떻게 구별하죠?”라고 묻는다면 답은 뻔하다. “인삼을 보라”는 것. 경우에 따라서 1,000배가 넘는 가격 차이가 나지만, 산삼을 인공적으로 재배한 것이 인삼이므로 생김새는 똑같다. 뿌리 모양은 다르지만 땅 밖에 나와 있는 줄기와 잎, 열매는 똑같이 생겼다.


줄기가 곧게 뻗었으며, 갈라져 나온 줄기는 대칭형이고, 5개의 잎이 줄기마다 달려 있다. 심마니들이 쓰는 고유어를 알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잎이 5개가 달려 있는 모양을 ‘오행五行’이라 하고, 오행 가지가 2개면 ‘각구角球’, 3개면 삼구이고 순서대로 사구, 오구, 육구로 나뉜다.


구의 숫자가 많을수록 값이 비싸다. 즉 각구보다 육구가 더 오래된 것이다. 산삼도 일반적으로 잎이 달린 가지가 많을수록 더 오래된 삼으로 여긴다. 한국심마니협회 박만구 회장은 “산삼이 성장하는 데 인삼보다 10배의 시간이 더 걸린다”고 한다. 인삼 오행 줄기가 하나씩 늘어나는 데 보통 1년씩 걸리는 반면 산삼은 10년씩 걸린다는 것이다. 오행이면 10년, 각구이면 20년, 삼구면 30년, 육구 산삼은 60년이라는 얘기다.


보통은 육구가 최대지만 칠구도 간혹 볼 수 있다고 한다. 대칭이 된 오행 가지가 하나 더 붙은 것을 ‘두루붙이(두루부치)’라고 한다. 두루 잘 붙는다는 의미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측되며, 칠구에 오행 하나가 더 붙은 모양의 삼을 ‘칠구 두루붙이’라고 한다. 가지가 많으면 더 오래되고 비싼 산삼으로 대접 받지만, 100% 맞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심마니들 사이에 ‘천년 각구’라는 말이 있다. 천년 수령의 각구란 뜻이다.


보통 산삼의 수명을 100년으로 보는데, 주근이 수명이 다 되어 죽으면, 뇌두에 형성되어 있던 턱수 뿌리가 원뿌리가 되는 것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천 년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미尾란 본 뿌리에서 뻗어 나온 실뿌리를 말한다. 식물학자들은 보통 “초본류인 여러해살이풀이 수 백 년을 산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얘기하지만 심마니들은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 일례로 산삼이 어느 해에는 줄기를 땅 밖으로 내지 않고 잠을 자기도 한다고 말한다. 외부 환경이 나쁘거나 뿌리의 상태에 따라 최소 1년 혹은 수년간 잎을 틔우지 않고 땅 속에서 잠을 잔다는 것이다.


산삼도 수명이 있어 오래되면 본 뿌리가 썩어 없어진다. 수명이 다해 사라진다. 그러나 실뿌리가 다시 본 뿌리가 되는 방식으로 생을 연장하게 된다고 한다. 본 뿌리가 된 실뿌리에서 각구가 나온 것이 ‘천년 각구’란 얘기다.

온 종일 산을 누벼 캔 산삼을 들어보이는 박만구 협회장. 개인 사유지인 산을 허가를 받아 입산하여 채취했다.
산삼과 혼돈하기 쉬운 천남성. 옛날 사약의 재료로도 쓰인 독초이자 약으로도 쓰이는 식물이다.
장뇌삼과 산삼(오른쪽). 장뇌삼은 인삼의 뿌리, 즉 사람 모양에 가깝고 뇌두가 짧다. 산삼은 뇌두가 길고 전형적인 인삼 뿌리와는 모양이 다르다.

인삼, 산양삼, 산삼의 차이는?

삼은 크게 인삼, 산양삼, 장뇌삼, 산삼으로 나뉜다. 산양삼은 근래에 들어 생긴 말로 장뇌삼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순화하기 위해 만든 말이라고 얘기하는 심마니들이 많다. 산에 산삼 씨앗을 뿌려 농약을 뿌리지 않고 자연 그대로 키운 삼이니, 산양삼 혹은 산양산삼은 틀린 말이 아니다. 다만 산에 심은 씨앗이 산삼이 아닌 인삼에 가까운 종자일 경우 10년 이상 살지 못하고 약효도 산삼에 비할 바 못 된다. 산양삼이라 하더라도 어떤 씨앗을 뿌렸고 몇 년을 키워 수확했느냐에 따라 약성이 갈린다.


산삼에도 보이지 않는 등급이 있다. 인삼밭 옆의 야산에 뿌리 내린 것도 산삼이지만, 약성이 신통치 않다. 새가 인삼 열매를 먹고 똥을 싼 것이 발아했을 가능성이 큰데, 종자 자체는 인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삼밭 옆에 있는 산에서 발견한 산삼은 자랑하지 말고 조용히 혼자 먹으란 말도 있다. 그러나 산에 떨어진 인삼 씨앗도 대를 거듭해 산에서 살아남으면, 수명이 늘어나며 산삼으로 변한다. 다만 긴 세월이 필요하다.  


요즘은 새싹삼이라고 하여 몇 백 뿌리의 삼을 싸게 팔기도 한다. 심마니들은 “인삼을 콩나물과 같은 방식으로 6개월간 키운 것이 대부분”이라며 “상추 같은 쌈채소 개념으로 보면 된다”고 말한다.


심마니들의 공통적인 얘기는, 강원도 크고 깊은 산에서 캔 산삼이 약성이 좋다고 말한다. 주변에 인삼밭이 없으므로 종자 자체가 산삼일 확률이 크고, 야생의 산에서 살아남기 위해 엄청난 양분을 오랜 세월 흡수해 온 지상 에너지의 결정체라는 것이다.


삼이 엄청난 양분을 흡수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산삼보다 훨씬 약성이 약한 인삼만 하더라도 8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한국인삼공사는 6년근 홍삼을 만들기 위해 6년 동안 산삼을 키우는 시간 외에 2년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땅의 양분을 워낙 많이 흡수하는 인삼을 심으려면 먼저 2년 동안 예정지를 비옥하게 만들어야 한다. 인삼만 하더라도 아무 밭에서나 자랄 수 있는 식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 번 인삼을 수확하는 데 8년이 걸리고, 그 밭에 인삼을 다시 심으려면 최소 10년은 지나야 한다고 한다.


인삼이 이럴진대 산삼은 더 하다. 강원도 양구에서 산양삼을 키우는 최경찬 부회장은 “가장 중요한 것이 땅”이라 말한다. 산양삼을 심어 한 번 수확하면 삼이 땅의 양분을 모두 흡수한 탓에 다시 심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산양삼은 보통 개인 땅을 임대하거나 국유림이나 군유림을 임대해 허가를 받고 키운다. 산양삼과 인삼도 이럴진대 산삼의 양분 흡수력은 이를 훨씬 넘어선다고 한다. 그래서 정말 좋은 산삼이 있는 주변에는 풀이 없다고 한다. 산삼이 양분을 모두 끌어가는 통에 다른 식물이 자랄 수 없다는 것이다.  


일반인이 산삼 찾는 방법

산삼을 캐려면 일단 산삼을 잘 알아야 한다. 인삼 실물이나 사진을 통해 그 모습을 눈에 익히는 것이 우선이다. 박만구 회장은 “산삼은 1년에 세 번 잘 보인다”고 한다.

강원도 기준 4월 말부터 5월 초에는 다른 풀이 키가 크기 전에 산삼이 먼저 대를 세운다고 한다. 7월에는 열매가 빨갛게 익어 눈에 잘 띈다. 심마니들은 산삼 열매를 ‘달’이라고 한다. 오행 여섯 가지에 열매가 가득 맺은 산삼을 ‘육구 만달’이라 부른다. 달은 보통 하나가 맺히지만, 오래된 삼은 열매가 여럿 달려 ‘만달’이라는 표현을 쓴다. 10월에는 잎이 은행잎처럼 노랗게 물들어 잘 보인다고 한다.


일반인들은 산삼을 앞에 두고도 발로 밟을 정도로 구분이 쉽지 않지만, 심마니들은 멀리서 봐도 광채가 날 때가 있다고 한다. 장마철 장대비가 쏟아져도 산삼을 구해 달라는 손님이 있으면 산에 들어가는데, 보통 풀은 비를 맞고 쓰러지지만 산삼만은 줄기를 꼿꼿이 세우고 있어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보통 동북쪽 사면에 많다고 알려져 있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좋은 산삼이 동북쪽 사면이 아닌 곳에서도 나기 때문이다. 보통 8부 능선과 5부 능선 사이에 많고, 너무 습기가 많거나 너무 건조해도 서식하지 않는다. 적당히 습하면서 적당히 그늘지고 적당히 통풍이 잘 되어야 한다. 이 ‘적당히’를 수치화할 수 없기에 심마니들은 ‘감으로 찾는다’고 말한다.

산삼이 과연 불로초인가

산삼은 과연 진시황이 찾던 불로초인가? 산삼의 효능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는 없다. 다만 병이 나았다든지, 면역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든지 하는 사례가 있다. 박만구 회장은 “산삼의 효능은 산삼이 귀한 영약으로 인정 받아온 수 천 년 세월과 문헌들이 증명하며, 비싼 값을 내고 구매해 온 단골들에 의해 증명된다”고 한다.


산삼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중국 6세기경 양나라 도홍경이 지은 <명의별록>이다. 이후에도 삼국시대와 고려·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산삼을 조공으로 보내왔다는 기록이 중국 문헌에 남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사기>에 신라 소성왕 1년 길이가 9척이나 되는 산삼을 당나라에 진상했다는 내용이 있다. 고려 때 <향약구급방>에서 산삼을 우리나라 고유의 약재로 기록했으며, 이후에도 꾸준히 산삼에 대한 내용이 언급되고 있다.


유럽에서 처음 산삼을 언급한 것은 1692년 쓰인 <동북달단기>에서다. 중국에 파견된 프랑스 신부 자톡스는 직접 산삼을 먹고 그 효능을 몸으로 확인했다고 기록했으며, 산삼의 효능과 생김새를 그려 프랑스 본국에 보냈다. 이렇듯 역사 속에서 산삼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영약으로 표현하고 있다.


남양주의 배용수 심마니는 “산삼 덕분에 뇌출혈로 심장이 멎을 정도로 중증이었던 딸과 파킨슨병으로 쓰러진 조카가 완치됐으며, 백혈병 환자들 여럿이 완치되었는데 완치된 백혈병 말기 환자가 이후 산삼 맹신론자가 되어 단골이 되었다”고 한다. 또 “혈액암 환자가 완치된 경우도 있으며, 산삼이 특히 혈액 유통에 좋은 것 같다”고 설명한다.


보통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산삼을 먹으면 안 좋다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산삼을 먹은 직후 혈액 순환이 활발하게 되면서 몸에 열이 나는 일시적인 현상을 오해하는 것이라고 한다.


얼굴이 일그러지며 마비가 오는 구안와사 환자도 산삼을 먹고 3일 만에 나아 의사가 깜짝 놀란 사례가 있다고 한다. 특히 암에 좋고, 면역력 향상에 좋다고 한다. 말기 암 환자를 살릴 정도로 기적적인 치료가 되었던 사례도 있다고 한다. 신비의 영약이지만, 약성을 극대화하려면 최소한의 건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심마니들은 산삼을 먹은 후 호전 증상으로 피부색이 변하거나 가렵고 평소 안 좋았던 부위에 통증이 오거나, 주체할 수 없이 잠이 쏟아지는 것을 꼽는다. 배용수 심마니는 “산삼에는 기운이 있다”며 “산삼 박스만 열어도 기가 확 느껴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산삼의 효능이 객관적으로 입증된 바는 없다. 산삼을 둘러싼 무수한 설들이 그 효능을 부풀리거나, 혹은 반대로 미신적인 이미지를 씌워 축소시키고 있다. 무조건적인 폄하나 맹신이 아닌, 정부 차원의 객관적인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월간산    글 월간산 신준범 기자   사진 양수열 기자           조선일보     입력 : 2018.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