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는 그토록 힘이 세고 용맹해도 고양이처럼 멀리 뻗어가지 못했다. 고양이는 북극권에서 하와이군도까지 차지했으며 뉴욕을 점령하고 오스트레일리아 대륙 전체를 급습하여 접수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지구상에서 가장 값비싸고 경비가 삼엄한 영역까지 차지했다. 인간의 마음이라는 요새를 손에 넣은 것이다.” ―애비게일 터커, ‘거실의 사자’
김명철 수의사
나는 이 질문을 수년 전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 왔다. 왜 하필 ‘고양이’만을 진료하는 병원을 운영하는 ‘고양이 수의사’인가. 나의 답변은 항상 같았다. “귀엽기 때문이다. 그것도 무척이나.”
또한 이 작고 요망한 밀당의 고수들은 자기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의 관심을 원한다. 그러나 관심을 받으면 이내 “관심 따위 필요 없어!” 하고 앙칼지게 자리를 떠나기 일쑤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흔히 그려지는 나쁜 남자(또는 나쁜 여자)가 따로 없다. 그러나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매력에 끌린다. 나쁜 남자나 나쁜 여자인 줄 알면서도 휴대전화를 붙들고 연락을 기다리는 모습처럼 우리 마음을 송두리째 흔드는 것이다.
이 작은 짐승은 인간의 마음을 요새로 삼아 세계를 정복할 기세다. 당신이 고양이에 대해 큰 관심이 없거나 오히려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괜찮다. 나는 장담할 수 있다. 당신도 어느 순간 고양이를 사랑하게 될 거라고.
김명철 수의사 수의사입력 2018-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