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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닥터 <7>전립샘암

해암도 2018. 6. 2. 08:38

로봇수술 대세… “50세 이상 남성, 매년 PSA 검사를”

김청수 서울아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가 로봇을 이용해 전립샘암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전립샘암은 모든 암 중에서 로봇 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꼽힌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전립샘(전립선)은 정액의 일부 성분을 만들고 분비하는 남성 생식 기관이다. 방광의 바로 밑에 있다. 중년 남성에게서 자주 발생하는 암이다. 서구식 생활이 보편화하면서 국내에서도 2000년대 초까지 매년 10% 안팎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2010년부터 기세가 꺾이면서 증가율은 완만해졌다.  

전립샘암은 비교적 순한 암이다. 암이 전립샘에 국한됐을 경우 5년 생존율은 100%에 이른다. 인접한 장기로만 전이됐을 때도 5년 생존율은 97.4%로 상당히 높다. 먼 곳의 장기로 전이됐을 경우 5년 생존율은 44.2%다.  

암의 진행 속도도 느리다. 혈액 검사를 통해 전립샘특이항원(PSA) 수치를 확인하면 된다. 병원마다 기준 수치가 약간씩 다르지만 대체로 3∼5ng/mL(1ng은 10억 분의 1g)을 넘어서면 암을 의심한다. 이 경우 조직 검사나 다른 검사를 시행한다. 미국에서는 이 검사를 통해 암 판정을 받아도 곧바로 수술하지 않는다. 전립샘암의 진행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검사하고 관찰하면서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적극적 관찰법’을 많이 쓴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이런 방법이 종종 시도된다. 베스트닥터들은 50세 이상의 남성이라면 매년 PSA 검사를 하길 권한다.》




전립샘암 베스트닥터는 수도권 6명, 비(非)수도권 1명 등 총 7명이다. 수도권에서 경쟁이 치열해 4명이 공동 3위를 기록했다.

베스트닥터의 치료법이 대체로 비슷하다. 전통적인 개복 수술보다는 복강경이나 로봇 수술을 많이 한다. 전립샘이 워낙 몸 깊숙이 위치하고 있어 정밀한 로봇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다. 대부분 환자의 80% 이상을 로봇으로 수술하고 있었다. 일부 베스트닥터는 모든 환자를 로봇으로 수술한다. 로봇 수술은 개복 수술보다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 이상의 치료비가 들어간다. 이 때문에 저소득층 환자에게는 ‘그림의 떡’으로 여겨지고 있다. 대부분의 베스트닥터들은 로봇 수술의 건강보험 적용을 희망했다.

전립샘암 베스트닥터들의 공통점이 또 있다. 대체로 신장암, 방광암 등 다른 비뇨기계 암 치료에서도 명성을 떨치고 있다는 점이다.  



○ 로봇 수술 건수 세계 2위 베테랑
 
 
최영득 연세암병원 비뇨기과 교수(57)는 2005년 8월 처음으로 전립샘암 로봇 수술을 시행했다. 시행착오도 있었다. 수술 후 환자의 소변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 원인을 살펴보니 절개하는 기기에 문제가 있었다. 로봇 제작사에 정교한 가위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그 덕분에 로봇의 ‘구조적’ 결함을 개선하는 계기가 됐다.

최 교수는 2012년 5월에 로봇 수술 1000건을 넘어섰다. 이어 지난해 7월에는 3000건을 돌파했다. 국내는 물론이고 아시아에서 최초 기록이었다. 전 세계적으로는 2위에 해당한다. 수술 시간도 30여 분으로 줄였다.


국제적으로 유명해지면서 사우디아라비아의 부호가 미국의 세계적인 병원을 마다하고 최 교수를 찾아오기도 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이후 최 교수를 찾는 해외 환자가 더 늘었다.  

○ 난치성 전립샘암 치료의 대가 

일반적으로 전립샘암이 전이가 되면 남성호르몬을 억제하는 호르몬 치료를 한다.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암 세포 내성이 생기면서 치료 효과가 없다. 이를 의학적으로 ‘거세저항성’이라 한다. 이 거세저항성 전립샘암은 대표적 난치성 암이다.

김청수 서울아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61)는 난치성 전립샘암 치료의 대가다. 2014년에는 미국이 주도한 글로벌연구에 참여해 남성호르몬 억제제를 투여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전이성 전립샘암 환자의 사망률을 80% 정도 낮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결과는 의학계 최고 저널인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게재돼 국제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김 교수는 내과적 지식을 갖춘 외과 의사로 평가받는다. 말기 환자도 내과로 보내지 않고 끝까지 책임진다. 최근에는 3세대 항암제인 면역항암제에 대한 임상시험에 참여하고 있다. 김 교수는 대한전립선학회의 회장, 아시아태평양전립선학회의 초대 회장을 맡기도 했다.  

○ 전립샘암 성장인자 발견에 주력
 

거세저항성 전립샘암은 ‘전립샘암이 순한 암이다’라는 속설을 무색케 한다. 환자마다 다르지만 최악의 경우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사망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수많은 의학자들이 이 난치성 전립샘암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곽철 서울대병원 비뇨기과 교수(53)도 그중 한 명이다.

김청수 교수는 전이성 전립샘암 환자에게 새로 개발된 남성호르몬 억제제를 투여하는 방법을 썼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일반적으로 항암제와 2차 호르몬제를 혼합해 투여함으로써 환자의 수명을 늘리고 있다. 이미 성과를 보고는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법이 필요한 상황. 곽 교수는 거세저항성 전립샘암 세포를 성장시키는 인자를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 인자를 찾아내 차단하거나 제거하면 암 세포의 증식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곽 교수는 해외에서는 시판됐지만 국내에 사용 허가가 나지 않은 신약에 대한 임상 연구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 로봇 수술 후 발기 능력 회복 입증 

안한종 서울아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61)는 환자의 삶의 질을 고려하면서도 원칙적인 치료를 하는 의사로 잘 알려져 있다. 대한비뇨기종양학회 회장을 지냈다.

안 교수 또한 로봇 수술의 대가다. 현재까지 누적으로 2500회가량 로봇 수술을 시행했다. 안 교수는 로봇 수술이 개복 수술보다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는 점을 실증하기도 했다.

안 교수는 2007∼2010년 전립샘암 수술을 받은 763명(로봇 수술 528명, 개복수술 235명)을 2년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로봇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평균 발기 능력 회복 속도가 2.52배, 배뇨조절 기능 회복 속도가 2.68배 빠른 것을 확인했다. 이는 로봇 수술의 후유증이 개복 수술보다 적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사실상의 첫 연구였다. 이 연구 내용은 당시 유럽비뇨기과학회지에 발표됐다.

○ 스마트 원격 의료 대가 

이지열 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교수(54)는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고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통해 전립샘암을 진단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일반적으로 PSA 수치가 높으면 조직검사를 시행하는데, 이 검사는 꽤나 고통스럽다. 이 교수는 MRI 진단법을 통해 암 여부를 가려냄으로써 환자의 50% 정도가 조직검사를 받지 않아도 되게 됐다.
 
이 교수는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암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정보화진흥원의 프로젝트를 3년간 진행하기도 했으며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이 시스템을 활용해 한국에서 수술 받고 본국으로 돌아간 해외 환자의 사후 관리를 위한 스마트 원격협진시스템도 만들었다.

이 교수는 대외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현재 대한전립선학회와 아시아태평양비뇨기종양학회의 회장을 맡고 있다. 2011년에는 아시아태평양전립선학회를 설립하고 6년간 사무총장을 지내기도 했다.


“유전자 변이땐 질병 악화” 세계 첫 규명

유일한 40대 변석수 교수

변석수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49·사진)는 7명의 베스트닥터 중 유일하게 40대다. 연구 활동이 활발해 여러 학회로부터 기초 분야와 임상 분야의 학술상을 두루 받았다.

2015년에는 수술하기 전후의 전립샘 조직을 각각 분석해 특정 유전자에 변이가 일어나면 암이 악화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일반적으로 전립샘암은 진행 속도가 더딘 편이라 관찰하다 수술 시기를 결정하는 ‘적극적 관찰’을 많이 채택한다. 하지만 암을 악화시키는 특정 유전자가 있다면 적극적 관찰이 아니라 바로 수술해야 한다. 이 유전자를 관찰하고 환자의 상태에 맞춘 전립샘암 치료의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이른바 맞춤의학이 가능해졌다. 2016년 유럽비뇨기암학회에서 동양인으로는 최초로 가장 우수한 논문에 선정하는 베스트6에 선정돼 발표자로 연단에 서기도 했다. 당시 변 교수 연구팀은 10년에 걸쳐 한국인의 전립샘 유전체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고 이를 근거로 전립샘암을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는 데 기여했다.


PSA수치 증감에 영향 미치는 요인 밝혀

非수도권 권동득 교수

권동득 화순전남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54·사진)는 전립샘암 복강경 수술의 대가다. 수도권에서는 대부분의 베스트닥터들이 로봇 수술을 하지만 권 교수는 환자의 60%를 복강경으로 수술한다. 나머지 40%는 로봇 수술을 한다. 권 교수가 복강경 수술을 주로 하는 까닭은 소득 수준이 낮은 환자의 경제 사정을 고려해서다.

전립샘암의 진단에 활용하는 PSA 수치는 여러 상황의 영향을 받는다. 이를테면 부부 관계를 가진 후에 PSA 수치는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권 교수는 1989년 PSA 수치의 증감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처음으로 규명했다. 권 교수의 이 논문은 당시 대한비뇨기과학회지에 실려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화순전남대병원은 2004년 문을 열었다. 바로 직전까지 미국 유학 중이던 권 교수는 국내로 복귀하면서 이 병원 비뇨의학과를 맡은 ‘창립 멤버’다. 권 교수는 요즘 서울 나들이가 잦다.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정보를 얻고, 베스트닥터들과의 교류를 늘리기 위해서란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입력 2018-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