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비뇨기과) 홍성후(47·사진) 교수는 전립선암과 신장암 환자를 전문적으로 돌봐주는 의사다. 현재 콩팥기능을 보존해주는 ‘부분 신(장암)절제술’을 연간 100여건씩, 전립선암 절제수술을 연간 150여건씩 시행하고 있다. 대부분 복강경이나 로봇수술이다.
홍 교수는 동료 의사들로부터 국내 최고 수준의 손재주를 타고난 ‘칼잡이’ 소리를 듣고 있다. 특히 좁은 골반 안에서 수술을 해야 해 더 까다로운 전립선암과 신장암 치료 분야 명의로 평가받고 있다. 타고난 손재주를 더욱 빛내려 밤낮없이 연마하는 노력을 보탠 덕분이다.
그가 로봇수술을 익히려 로봇팔로 손톱만한 종이를 잘라 쌀알 크기의 종이학을 접었다는 일화는 비뇨의학과 의사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홍 교수는 몇 년 전부터는 대정맥까지 퍼진 신장암도 복강경 수술로 제거할 정도로 손기술이 뛰어나다.
홍 교수는 21일 “성공적인 수술을 위해 늘 고민하고 노력해야 하는 것은 비뇨생식기암 전문 의사로서 당연한 책무라고 생각한다. 더 나은 진료와 치료를 위해 늘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에게 전립선암과 신장암은 어떤 암이며 어떻게 해야 극복할 수 있는지 물어봤다.
‘고령사회의 그늘’ 전립선암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발생률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암이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전립선암은 현재 국내 남성에게 다섯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남성 인구 10만명당 조발생률이 40.1명으로 조사돼 있다. 조발생률이란 해당 관찰기간 동안 특정 인구집단에서 발생한 신규 암환자 수를 가리킨다. 2015년 한 해 동안 새로 발견된 전립선암 환자 수는 1만212명이었다.
전립선암은 일명 ‘선진국병’으로 불리는 암종이다. 홍 교수는 “생활양식이 서구화되고 고령사회로 접어드는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전립선암 환자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전립선암의 발병에는 노화 생활환경 가족력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관여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는 나이다. 다른 암이 그렇듯 전립선암도 50세 이후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해 61∼79세에 정점을 이룬다.
전립선암은 다른 암종에 비해 유전적 경향이 짙은 암이기도 하다. 가족력이 있는 집안은 그렇지 않은 집안에 비해 전립선암 발생 위험도가 약 8배 높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전립선암 환자의 약 9%에서 가족력이 발견된다는 보고도 있다.
홍 교수는 “아버지나 형제들 중 전립선암 환자가 있는 남성은 조기발견을 위해 40대부터 매년 1회 이상 전립선암 검진을 받도록 해야 한다”며 “진행 단계에서 뒤늦게 발견할 경우 5년 생존율이 약 38.6%로 뚝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어떤 암보다 조기발견이 중요한 이유다.
전립선암은 좁은 골반 속에 있고 발기 신경과 요실금을 조절하는 괄약근으로 둘러싸여 있어 수술 시 발기신경과 괄약근을 보존하는 게 중요하다. 암 절제 후 재건수술을 통해 방광과 요도에 남은 전립선을 다시 섬세하게 이어줘야 하는 어려움도 따른다.
전립선암이 전신에 퍼진 경우에는 호르몬 치료를 해야 하는데 평균 2년 후쯤 약발이 떨어지는 게 문제다. 이때는 항암화학치료가 필요하다.
신장암은 콩팥기능 보존이 중요
흔히 콩팥이라고 말하는 신장에 생기는 암이다. 콩팥은 전면이 복막으로 덮여 있고 뱃속의 여러 장기(췌장, 십이지장, 대장, 간, 비장, 위장 등)들과 인접해 있어 암 발생 시 전이가 이뤄지기 쉽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발견된 신장암 환자 수는 4555명(남성 3134명, 여성 1421명)으로 전체 암의 2.8%를 차지했다. 인구 10만명당 조발생률은 8.9명이다. 연령대별로는 60대가 26.4%를 차지해 가장 많고 50대(24.0%) 70대(18.5%)가 뒤를 이었다.
신장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우리 몸의 피를 걸러서 노폐물을 제거하고 소변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소변은 요관이라는 긴 관을 통해 방광으로 이동한 다음 요도를 통해 몸 밖으로 배설된다. 신장에 암이 생기면 이 같은 배뇨 및 여과해독 기능이 부실해진다.
전체 환자의 40%가 옆구리 통증을 호소하고 약 60%에서 혈뇨가 비치며 약 45%에서 복부 종괴(혹 덩어리)가 만져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 교수는 “하지만 이런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을 때쯤엔 병이 상당히 깊어져 치료가 어려울 때가 많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신장암의 조기진단에 도움이 되는 검사는 복부 초음파와 CT 검사다. 실제 건강검진 중 복부초음파 검사를 통해 신장암이 초기에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노화가 본격 시작되는 40대 이후엔 정기적으로 복부초음파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홍 교수는 “특히 장기간 투석 치료를 받고 있는 신장질환자는 신장암 발생위험이 일반인보다 높으므로 정기 복부초음파 검사를 습관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콩팥에 혹이 발생한 적이 있거나 신장이식 후 면역억제제를 사용 중인 환자도 암 발생 위험이 큰 만큼 주의해야 한다.
신장암의 치료는 암의 진행 정도와 환자의 연령, 전신 상태, 동반 질환의 유무 등에 따라 결정된다. 단 어느 경우든 다른 암종과 달리 방사선치료나 항암화학요법의 효과가 거의 없기 때문에 수술로 제거하는 게 최선이다. 수술 우선 원칙은 이미 전이가 시작된 진행단계에서도 변함이 없다.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은 초기 신장암은 종양이 있는 한쪽 신장을 들어내는 ‘근치적 신적출술’이나 신장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암 조직만 절제하는 ‘부분 신절제술’을 시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건강검진에서 조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늘고 있어 근치적 신적출술보다 부분 신절제술이 많아지는 추세다. 부분 신절제술은 혈관 덩어리인 신장의 일부를 잘라내야 하기 때문에 암 절제 후 출혈이나 소변이 밖으로 새지 않도록 남은 신장을 꼼꼼히 여며주는 등 세심한 처치가 필요한 수술이다.
수술조차 힘들 때는 연구단계인 면역요법이나 표적치료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표적치료란 생체 내에서 암의 성장과 진행에 관여하는 신생혈관 형성, 세포증식 등의 특정 단계를 막아줌으로써 암의 진행을 억제하는 방법이다.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홍성후 교수(왼쪽)가 로봇팔과 복강경을 이용해 콩팥 기능을 최대한 보존해주는 부분 신장암 절제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