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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뇨기암은 느리고 순한 착한 암이 아니라 고약한 암”

해암도 2018. 6. 19. 07:00

박성열 한양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인터뷰         

아시아인이 걸리는 전립선암

서양인보다 악성도 더 높아

조기 발견 땐 거의 완치되지만

비뇨기암 대부분 고령서 발견

신체ㆍ정신적 약한 노인일수록

환자 맞춤형 치료 하는 게 중요


한국은 ‘고령사회’다. 통계적으로도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국민의 14%일 때 고령사회로 규정하는데 올해 이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2025년경에는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20% 이상일 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급속한 고령화로 비뇨기종양 등 고령암도 덩달아 늘고 있다. 남성 비뇨기암의 경우 10대 암 가운데 3개(전립선암, 방광암, 콩팥암)나 될 정도다. 특히 전립선암은 최근 20년간 20배 이상 늘어나 암발생률에서는 현재 7위이지만 20년 이내에 1위에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비뇨기종양 치료의 ‘젊은 선두주자’인 박성열 한양대병원 박성열 비뇨의학과 교수(비뇨기종양센터장)에게 이 문제를 들어봤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로 걸리는 비뇨기암은 절대로 느리고 순한 ‘착한 암’이 아니라 악성도가 높은 ‘고약한 암’이어서 절대 안심해선 안 된다”고 했다.

-고령암은 순하고 진행도 늦다고 하는 말이 있다. 비뇨기암도 그런가.

“고령 환자가 걸리는 암이 순하다는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아마 고령에 우연히 초기에 암이 진단되더라도 다른 병, 예컨대 심장병이나 뇌혈관질환 등으로 돌아가시는 경우가 있어 암으로 돌아가시지는 않는다는 말이 잘못 전해진 탓으로 생각한다. 

 

전립선암, 방광암, 콩팥암 등 비뇨기종양 가운데 전립선암은 비교적 순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전립선암이 모두 순하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 등 아시아인이 걸리는 전립선암은 서양인보다 악성도가 더 높다. 암 대부분은 나이 들수록 늘어난다. 비뇨기암은 특히 더 증가하기 때문에 대부분 고령에서 발견된다. 

 

다른 암처럼 비뇨기암도 조기 발견하면 거의 완치할 수 있다. 하루라도 빨리 진단해 치료하는 게 좋다. 고령 환자가 자신의 나이를 생각해 진단ㆍ치료를 망설이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는 적지 않아 안타깝다. 확실한 것은 오늘이 내일보다는 환자가 하루 더 젊은 날이라는 사실이다.”

-고령 환자는 암을 치료하면 더 나빠진다는 얘기가 있는데.

“아직까지 암 치료는 수술과 항암ㆍ방사선 치료가 중심이다. 고령 환자 특징상 신체ㆍ정신적으로 많이 쇠약해진 상태에서 이런 치료에 부담을 느끼는 게 당연하다. 실제로 환자 개개인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치료하다간 상태가 오히려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의료진이 치료하려 해도 환자나 보호자가 먼저 치료를 포기하려고 하기도 한다.


환자 개개인 상태에 맞는 최적의 맞춤형 치료법을 제공해 환자의 건강을 되찾게 하는 게 우리의 의무이자 보람이다. 의료진에 대한 신뢰를 쌓고 환자와 보호자가 치료에 대한 확신과 의지를 갖도록 가능한 한 설명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인다. 환자 맞춤형 치료법을 찾아 환자와 보호자가 치료법을 충분히 이해하고 확신할 수 있도록 설명한 뒤 환자와 의료진이 한 팀이 돼 치료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로봇수술이 비뇨기종양, 특히 전립선암 치료에 가장 효과적이라는데.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비뇨기종양도 수술이 가장 중요한 치료법이다. 로봇수술이 도입되면서 기존 수술법으로는 치료할 수 없는 암도 수술할 수 있게 된 것이 사실이다. 전보다 고령 환자가 수술을 더 많이 할 수 있게 돼 아흔 살을 넘겨도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게 됐다.


로봇수술은 개복수술보다 섬세하고 정확하게 수술하며 회복기간도 획기적으로 짧아져 비뇨기종양수술에서 로봇수술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모든 환자에게 수술이 유리한 것은 아니다. 같은 병이라도 동일한 치료를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 개개인의 상태와 암의 특징과 병기(病期)에 따라 특화된 치료를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환자ㆍ보호자와 충분히 대화하고 설명해 적절한 치료법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고령환자가 수술하기 어려운 고위험군이고 동반질환을 않고 있을 때 당사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택하기 위해서다.”

-수술 후 방사선 치료를 시행하면 다양한 합병증이 있다는데.

“방사선 치료는 마취ㆍ절개ㆍ출혈없이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대부분이 고령 환자인 전립선암 치료에 많이 이용돼 왔다. 또, 수술 후 잔존암이 있거나 수술 부위가 재발했을 때에도 추가로 방사선 치료를 했다. 기존 전립선암의 방사선 치료는 전립선 주변의 방광과 직장에 영향을 줘 혈뇨ㆍ혈변ㆍ배뇨곤란 등의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 기계공학 발달로 방사선 장비가 눈부시게 발전했고, 필요한 부위에만 효율적으로 방사선을 쬐면서 치료시간을 단축했다.


한양대병원에 도입된 ‘노발리스 티엑스(Novalis TX)’는 조사(照射) 범위가 2.5㎜로 기존 방사선 암치료기인 토모테라피(6.25㎜)와 사이버나이프(4㎜) 등과 비교해 조사 범위가 작기 때문에 암세포만 정밀히 공격할 수 있어 정상 조직에는 거의 피해를 주지 않는다. 또한 실시간으로 암을 추적하기에 주변 피해를 줄일 수 있고, 2분 정도의 짧은 치료 시간으로 환자의 불편함을 줄인다.”

-비뇨기종양수술이 초대형병원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데.

“한양대병원 비뇨기종양센터에 시행하는 비뇨기종양 수술 건수는 월 40~50건으로 초대형병원보다는 숫자가 적다. 하지만, 환자 맞춤형 치료로 환자 만족도와 편의성을 높여 해를 거듭할수록 수술환자가 늘고 있다. 수술법을 정하고 이에 대해 설명과 동의서를 작성할 때도 집도의가 직접, 환자와 보호자에게 수술법과 합병증, 수술 후 치료계획을 자세히 설명하는 걸 원칙으로 삼는다. 이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와 불안요인을 없애고 환자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또한, 전국적으로 비뇨의학과 전공의가 부족한 현실에서 언제나 즉각적이고 적절한 환자 진료가 가능하도록 24시간 비뇨의학과 전문의가 병원에 교대로 상주하면서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고령의 비뇨기종양 환자에게는 편안한 진료환경에서 다학제적으로 꼼꼼히 환자를 살펴주는 가족같이 대하는 병원이 필요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박성열 한양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비뇨기암은 주로 느리고 순한 ‘거북이암’을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은 서양인보다 악성도가 더 높은 ‘고약한 암’에 걸리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한양대병원 제공

                                                                                

박성열 한양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한양대병원 제공


<전립선암 5대 예방수칙>

1. 1주일에 5회 이상 신선한 과일ㆍ채소 섭취하기

2. 1주일 중 5일은 30분 이상 땀 날 정도로 걷거나 운동하기

3. 지방 함량이 높은 육류 섭취를 줄이고 적정체중 유지하기

4. 50세 이상 남성은 연 1회 전립선암 검진하기

5. 가족력이 있으면 40대부터 연 1회 전립선암 검진하기


한국일보          등록 : 2018.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