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컴퓨터

스마트폰 지고 AR글라스 뜬다

해암도 2017. 9. 19. 04:47

4CSV포터상 시상식마이클 포터 교수 기조강연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는 18일 오전 인천대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은 후 가진 기념 강연에서 센서를 장착한 스마트 테니스 라켓을 예로 들며 스마트 커넥티드 제품 다음의 게임 체인저는 증강현실(AR)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지금 데이터와 인간이 융합하는 4차 디지털 혁명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스마트폰이 변화를 주도했지만 4차 혁명의 시대에는 증강현실(AR) 기술과 스마트 글라스 등이 시장을 선도할 것입니다. 

경영전략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마이클 포터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18정보기술(IT)의 발전으로 데이터가 폭증하면서 현실과 가상 세계를 연결해주는 휴먼 인터페이스 기술이 급부상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포터 교수는 동아일보와 채널A, 산업정책연구원(IPS)이 공동 주최한 4CSV 포터상시상식 참석 등을 위해 인천대를 방문했다. 포터 교수는 시상식에 앞서 열린 기조 강연에서 스마트 커넥티드 제품(Smart connected product·센서, 무선 네트워크 기능이 포함된 제품)이 늘어나면서 과거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데이터가 쏟아지고 있다데이터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4차 디지털 혁명 시대에 기업의 새로운 전략 방향을 제시한 포터 교수의 강연 내용을 요약한다.

포터 교수는 과거 세 차례의 IT 혁신이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분석했다. 1960년대 최초의 IT 혁신으로 업무 처리의 자동화가 이뤄진 데 이어 1990년대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비약적인 생산성 증가가 이뤄졌다. 이어 2000년대부터 최근까지 세 번째 디지털 혁신이 진행되면서 스마트 커넥티드 제품이 빠른 속도로 보급되고 있다. 포터 교수는 과거 세 차례의 혁신과는 차원이 다른 4의 디지털 혁명이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제4의 디지털 혁명 핵심에는 데이터와 인간의 융합이 자리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포터 교수는 3차 디지털 혁명에서는 스마트폰 같은 디바이스와 디지털 데이터가 분리돼 있어 데이터들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4차 디지털 혁명부터는 디바이스와 데이터 분석 기술이 결합해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데이터와 현실을 연결하는 기술을 가진 기업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며 그 중심에 AR가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차량용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통해 4차 디지털 혁명이 가져올 미래의 변화상을 설명했다. 포터 교수에 따르면 우리는 차량용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더라도 종종 길을 잘 찾지 못할 때도 있는데, 이는 2차원(2D) 영상으로 데이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상과 현실 세계를 결합하는 AR 기술이 적용된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활용하면 자동차 앞 유리에 운전자가 가야 하는 방향이 직접 표시되기 때문에 기존 내비게이션의 불편함은 완전히 사라진다. 

포터 교수는 또 현재는 크고 무거운 헤드셋을 써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AR 기술의 발전 속도가 더딘 편이지만 스마트 AR 글라스가 상용화되면 4차 디지털 혁명은 더욱 빠른 속도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터 교수는 최근 디지털 혁명의 파고 속에서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 번에 걸친 디지털 혁명은 인간의 생산성을 향상시켰고, 오히려 새로운 종류의 일자리도 창출했다앞으로도 이런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AR는 숙련 노동자와 비숙련 노동자 간 임금 격차 해소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터 교수는 비숙련 노동자들도 AR가 제공하는 정보 덕분에 단기간에 숙련도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AR는 임금 격차를 줄여 사회적 불평등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11, 12월 합본호에 자신이 직접 작성한 AR 논문이 실릴 예정이라며 실제 AR의 유용성을 독자들이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도 함께 제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터 교수는 이날 인천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후 4CSV 포터상시상식에 참석해 공유가치창출(CSV) 활동에서 탁월한 업적을 낸 기업 및 기관에 직접 상을 수여했다. CSV는 기업이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문제까지 함께 해결하자는 개념으로 포터 교수가 처음으로 제안했다.

포터 교수는 CJ그룹이 실버택배 사업을 통해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택배 효율성을 높인 공로를 인정받아 미국 경제잡지 포천이 선정한 세계를 바꾼 기업(Change the World)에 한국 기업 중 최초로 선정된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CSV 포터상 덕분에 한국 사회에 CSV의 중요성이 널리 알려졌는데, 이런 추세가 이어져 4년 후쯤에는 한국 회사가 세계를 바꾼 기업 1위에 오르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18일 인천대 교수회관에서 열린 4CSV 포터상시상식에 참석한 수상 기업 및 기관 관계자들이 공유가치창출(CSV) 개념을 창안한 세계적 경영 석학인 마이클 포터 미국 하버드대 교수와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앞줄 왼쪽부터 김형진 더케이예다함 대표이사, 권혁신 육군학생군사학교장, 박근태 CJ대한통운 대표,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 윤원석 KOTRA 정보통상협력 본부장, 서범수 경찰대학장, 이광수 인천국제공항공사 부사장, 류양권 한국이콜랩 대표. 뒷줄 왼쪽부터 김정훈 필츠코리아 대표, 김보준 롯데면세점 마케팅부문장, 안상욱 바텍이우홀딩스 대표, 양율모 KT 상무, 배경덕 슈나이더 일렉트릭 파이낸스팀장, 김귀동 서초구 주민생활국장. 인천=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이날 시상식에는 CJ대한통운, KT, KOTRA 등을 포함한 13개 기업 및 기관들이 CSV 포터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인천=장재웅 jwoong04@donga.com·배미정·이미영 기자   입력 2017-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