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72큐비트(qubit) 칩을 개발했다고 밝히자 양자컴퓨터의 상용화가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큐비트는 디지털 컴퓨터의 '비트(bit)'에 해당하는 양자컴퓨터의 연산 단위를 말한다. 컴퓨터 업계에서는 양자컴퓨터가 50큐비트 이상 돼야 기존 디지털 컴퓨터 성능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본다. 구글이 그 한계점을 뛰어넘었다는 것이다.
구글이 발표한 제품은 물론 컴퓨터에 들어가는 부품이기 때문에 전체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당초 예상보다 양자컴퓨터 관련 기술의 개발 속도가 빨라 양자컴퓨터 상용화가 멀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경쟁 기업들도 양자컴퓨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텔은 올해 세계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인 CES에서 49큐비트 칩 '탱클 레이크'를 발표했다. IBM은 지난해 12월 20큐비트 칩을 내놓았다. 세계 최고의 IT(정보기술) 기업들이 차세대 컴퓨터로 떠오른 양자컴퓨터 개발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수퍼컴보다 1억배 빠른 양자컴퓨터
양자컴퓨터는 상용화될 경우 현존 최고 성능의 수퍼컴퓨터보다 무려 1억 배 빠른 성능을 구현할 수 있어 '꿈의 컴퓨터'로 불린다. 양자컴퓨터는 뛰어난 연산 속도 덕분에 단순히 암호를 푸는 작업뿐 아니라 새로운 물질의 합성과 신약 개발 등 좀 더 광범위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엔 양자컴퓨터를 빅데이터 분석이나 인공지능의 딥러닝 알고리즘에 응용하려는 연구도 시작됐다.
양자컴퓨터는 왜 연산 속도가 기존 컴퓨터보다 빠른 것일까. 미국 빅데이터 전문 연구소인 API의 창립자 버나드 마는 양자컴퓨터의 기본 정보 단위인 큐비트의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정보 처리 공간을 구(球)로 묘사했다. 현재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비트는 0과 1 중 하나로 정보를 표현한다. 디지털 컴퓨터에서 0과 1은 구의 양쪽 끝에만 존재하지만, 큐비트는 구 위 아무 곳이나 임의의 한 점에 존재할 수 있다. 즉 0과 1 두 가지가 중첩돼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이다. 바로 양자의 중첩성 원리이다. 이로 인해 큐비트가 늘수록 양자 컴퓨터의 연산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큐비트 2개는 동시에 4개(2의 제곱) 상태를, 큐비트 4개는 동시에 16개(2의 4제곱) 상태를 나타낼 수 있다.
전문가들이 양자컴퓨터가 디지털 컴퓨터를 앞지르는 기준을 50큐비트로 제시한 것도 큐비트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현재 수퍼컴퓨터는 수십에서 수백 페타바이트(PB·1PB는 104만8576기가바이트) 이상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이 정도 속도는 50큐비트를 비트로 환산한 2의 50제곱과 비슷한 규모다. 다시 말해 50큐비트보다 높은 연산 속도를 가진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면 현존하는 어떤 수퍼컴퓨터보다 빠른 성능을 갖게 되는 것이다.
현재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상용화된 양자컴퓨터의 성능은 5큐비트 정도다. IBM은 5큐비트 성능의 양자컴퓨터를 클라우드 서비스 형태로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누구나 공개 사이트에 접속해 알고리즘이나 프로그램을 두 기업의 양자컴퓨터에서 시험할 수 있다. IBM이 지난해 공개한 '퀀텀 익스피리언스'에는 4만 명 이상이 접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극저온의 초전도 환경 구축이 핵심
이론적으로는 양자컴퓨터에서 칩을 효율적으로 설계하면 무한대로 큐비트 수를 늘릴 수 있다. 하지만 큐비트의 규모를 키우려면 특별한 환경이 필요하다. 양자컴퓨터는 정보를 처리할 때 0과1이 동시에 존재하는 양자 중첩이 중요한데 이런 상태를 유지하려면 절대 온도 0도(섭씨 영하 273도)에 가까운 극저온에서 작동하는 초전도 회로나 진공에 원자들을 가둬야 한다. 초전도는 저항 없이 전류를 흘릴 수 있는 상태이다. 양자 중첩의 원리는 미시 세계에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 외부 환경과는 다른 조건을 필요로 한다. 외부 에너지(열)가 작용할 경우 양자 중첩이 깨질 수 있다.
현재 구글·IBM 등 각 기업도 무작정 큐비트를 늘리기보다 안정적으로 양자 중첩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큐비트 규모가 커질수록 양자 중첩을 유지하는 게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극저온 환경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 회로로 양자컴퓨터용 프로세서를 제작한다.
정연욱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사는 "큐비트를 양자 컴퓨터에서 작동하도록 제어하려면 많은 장비와 첨단 기술이 필요하다"며 "전 세계 많은 IT 기업과 연구소들이 관련 기술을 갖춘 스타트업과 손을 잡고 양자컴퓨터 고유의 작동 환경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트'와 '큐비트'
▲비트(bit)
디지털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연산 단위. 0과 1 중 하나로 정보를 표현한다. 비트 하나당 정보 하나만 처리할 수 있다.
▲큐비트(qubit)
양자컴퓨터의 연산 단위. 0과 1 두 가지 상태를 동시에 가질 수 있어 연산 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예를 들어 2큐비트는 00·01·10·11을 동시에 나타낼 수 있다. 50큐비트는 동시에 2의 50제곱(약 1조) 개 이상의 값을 나타낼 수 있다.
구글이 발표한 제품은 물론 컴퓨터에 들어가는 부품이기 때문에 전체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당초 예상보다 양자컴퓨터 관련 기술의 개발 속도가 빨라 양자컴퓨터 상용화가 멀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경쟁 기업들도 양자컴퓨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텔은 올해 세계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인 CES에서 49큐비트 칩 '탱클 레이크'를 발표했다. IBM은 지난해 12월 20큐비트 칩을 내놓았다. 세계 최고의 IT(정보기술) 기업들이 차세대 컴퓨터로 떠오른 양자컴퓨터 개발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수퍼컴보다 1억배 빠른 양자컴퓨터
양자컴퓨터는 상용화될 경우 현존 최고 성능의 수퍼컴퓨터보다 무려 1억 배 빠른 성능을 구현할 수 있어 '꿈의 컴퓨터'로 불린다. 양자컴퓨터는 뛰어난 연산 속도 덕분에 단순히 암호를 푸는 작업뿐 아니라 새로운 물질의 합성과 신약 개발 등 좀 더 광범위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엔 양자컴퓨터를 빅데이터 분석이나 인공지능의 딥러닝 알고리즘에 응용하려는 연구도 시작됐다.
- ▲ 세계 최고의 IT(정보기술) 기업들이 차세대 컴퓨터로 각광받는 양자컴퓨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양자컴퓨터의 연산 단위가 예상보다 빨리 늘어나면서 수퍼컴퓨터를 뛰어넘을 날이 멀지 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IBM의 양자컴퓨터, 구글이 최근 개발에 성공한 72큐비트 칩, 인텔이 올해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 발표한 49큐비트 칩의 모습. /IBM·구글·인텔
전문가들이 양자컴퓨터가 디지털 컴퓨터를 앞지르는 기준을 50큐비트로 제시한 것도 큐비트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현재 수퍼컴퓨터는 수십에서 수백 페타바이트(PB·1PB는 104만8576기가바이트) 이상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이 정도 속도는 50큐비트를 비트로 환산한 2의 50제곱과 비슷한 규모다. 다시 말해 50큐비트보다 높은 연산 속도를 가진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면 현존하는 어떤 수퍼컴퓨터보다 빠른 성능을 갖게 되는 것이다.
현재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상용화된 양자컴퓨터의 성능은 5큐비트 정도다. IBM은 5큐비트 성능의 양자컴퓨터를 클라우드 서비스 형태로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누구나 공개 사이트에 접속해 알고리즘이나 프로그램을 두 기업의 양자컴퓨터에서 시험할 수 있다. IBM이 지난해 공개한 '퀀텀 익스피리언스'에는 4만 명 이상이 접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극저온의 초전도 환경 구축이 핵심
이론적으로는 양자컴퓨터에서 칩을 효율적으로 설계하면 무한대로 큐비트 수를 늘릴 수 있다. 하지만 큐비트의 규모를 키우려면 특별한 환경이 필요하다. 양자컴퓨터는 정보를 처리할 때 0과1이 동시에 존재하는 양자 중첩이 중요한데 이런 상태를 유지하려면 절대 온도 0도(섭씨 영하 273도)에 가까운 극저온에서 작동하는 초전도 회로나 진공에 원자들을 가둬야 한다. 초전도는 저항 없이 전류를 흘릴 수 있는 상태이다. 양자 중첩의 원리는 미시 세계에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 외부 환경과는 다른 조건을 필요로 한다. 외부 에너지(열)가 작용할 경우 양자 중첩이 깨질 수 있다.
현재 구글·IBM 등 각 기업도 무작정 큐비트를 늘리기보다 안정적으로 양자 중첩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큐비트 규모가 커질수록 양자 중첩을 유지하는 게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극저온 환경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 회로로 양자컴퓨터용 프로세서를 제작한다.
정연욱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사는 "큐비트를 양자 컴퓨터에서 작동하도록 제어하려면 많은 장비와 첨단 기술이 필요하다"며 "전 세계 많은 IT 기업과 연구소들이 관련 기술을 갖춘 스타트업과 손을 잡고 양자컴퓨터 고유의 작동 환경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트'와 '큐비트'
▲비트(bit)
디지털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연산 단위. 0과 1 중 하나로 정보를 표현한다. 비트 하나당 정보 하나만 처리할 수 있다.
▲큐비트(qubit)
양자컴퓨터의 연산 단위. 0과 1 두 가지 상태를 동시에 가질 수 있어 연산 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예를 들어 2큐비트는 00·01·10·11을 동시에 나타낼 수 있다. 50큐비트는 동시에 2의 50제곱(약 1조) 개 이상의 값을 나타낼 수 있다.
조선일보 최인준 기자 입력 : 2018.03.22
'IT, 컴퓨터' 카테고리의 다른 글
美달러 맞설 중국 '新병기' (0) | 2018.04.02 |
---|---|
잦은 온라인 ‘비밀번호 변경’, 보안에 도움 안 된다고? (0) | 2018.03.31 |
스마트폰… 쌍둥이처럼 닮아가네 (0) | 2018.03.05 |
스마트폰 지고 AR글라스 뜬다 (0) | 2017.09.19 |
장례식서 독경하는 日 승려로봇 (0) | 2017.08.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