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면화면·듀얼렌즈·홍채인식 등 신제품마다 서로 엇비슷]
- 화면의 한계
6인치 넘으면 주머니 넣기 힘들고 한 손에 쥐고 쓰기도 쉽지 않아
폴더블 나올 때까지 변화 어려워
- 배터리의 한계
용량 커질수록 발화가능성 커져… 용량 줄이면 수명도 줄어들어
안전성 확보한 차세대 배터리 절실
- 성능 대신 마케팅
판매가 할인·고가 사은품 등 서비스 위주로 경쟁하는 경향
최근 10여 년간 IT(정보기술) 산업의 변화를 주도해왔던 스마트폰 분야에서 혁신이 사라지고 있다. 그동안 대표 스마트폰 업체들인 삼성전자·애플·LG전자는 대(大)화면 제품, 카메라 성능 극대화, 지문·홍채·안면 인식 같은 신기능을 경쟁적으로 개발하며 스마트폰 산업의 변화를 이끌어왔다.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스마트폰 업체들이 선보인 제품에는 눈에 띄는 신기능이나 디자인을 찾아보기 어렵고 경쟁 제품들이 갈수록 닮아가고 있다. 최근 공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S9 시리즈, 애플의 아이폰X(텐), LG전자의 V30S 씽큐, 노키아의 노키아8 시로코는 ▲화면 면적 극대화 ▲곡면(曲面) 화면 탑재 ▲듀얼 렌즈(렌즈 2개) 카메라 ▲지문·안면 인식 등 비슷비슷한 기능을 공통적으로 탑재하고 있다. 영국 BBC는 "올해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 공개된 스마트폰들은 점점 더 비슷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스마트폰의 두 가지 한계
스마트폰의 혁신이 급속도로 사라지는 이유로는 디스플레이와 배터리의 기술적 한계가 꼽힌다. 디스플레이를 보면 모든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화면 극대화를 위해 안간힘을 쏟지만 스마트폰의 화면 크기는 최대 6인치라는 것이 중론이다. 6인치 이상 스마트폰은 주머니에 넣을 수도 없고, 한 손에 쥐고 쓰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화면 크기의 한계는 화질의 개선도 막았다. 대부분 스마트폰 업체들은 화면에 QHD(4중 고화질) 디스플레이를 장착하고 있다. 6인치 정도의 소형 디스플레이에서는 QHD보다 더 화질을 개선해봤자 사용자들은 차이를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디스플레이 측면에서 나타난 변화는 삼성전자가 지난 2014년 갤럭시노트4를 통해 처음 선보인 곡면 디스플레이와 작년 아이폰X이 탑재한 노치(notch) 디자인 정도다. 노치 디자인은 스마트폰 상단 양쪽이 뿔처럼 툭 튀어나온 화면으로 소비자들로부터 'M자형 탈모' 디자인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하지만 LG전자와 중국 화웨이는 올해 상반기 공개 예정인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아이폰X과 같은 노치 디자인까지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스마트폰 업체 관계자는 "예전 제품과 달라진 게 뭐가 있느냐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혹평받았던 노치 디자인이라도 따라 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화면 크기를 2∼3배 이상 늘릴 수 있는 폴더블(foldable·접었다 폈다 하는), 롤러블(rollable·둘둘 말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상용화돼야 스마트폰의 변신이 시작될 것으로 본다. 화면 크기를 현재 6인치에서 18인치까지 키우면 화질도 대폭 개선할 수 있을뿐더러 PC로 해야 했던 복잡한 작업들도 스마트폰으로 해결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 PC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는 내부에서 수년 전부터 스마트폰용 폴더블·롤러블 디스플레이를 개발 중이고, 스마트폰 업체들도 시제품을 만들어 테스트하고 있다.
삼성전자 고동진 스마트폰 담당 사장은 "폴더블 스마트폰은 고객의 수요가 충분하다고 판단됐을 때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의 용량은 더 큰 한계점으로 남아 있다. 배터리는 스마트폰을 작동시키는 원동력이다. 성능이 개선되고, 화면 크기가 커질수록 소비 전력은 올라간다. 이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용량을 키워야 하지만, 현재 주로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용량이 커질수록 불안정해질 우려가 크다. 크기가 한정된 배터리 케이스 안에 용량을 키울수록 분리막을 얇게 만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분리막이 얇아질 경우 배터리 음극·양극의 리튬, 탄소 물질이 만나 발화할 가능성이 커진다. 2016년 발생한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의 발화 사고가 대표적인 예다.
그렇다고 안전성을 위해 배터리 용량을 줄이면 수명과 효율성 문제가 발생한다. 배터리를 충·방전할 때마다 수명이 조금씩 줄어들어 1, 2년 뒤에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이다. 작년 애플 아이폰에서 발생한 배터리 문제가 바로 이런 부분 때문에 발생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만큼 효율적이면서, 안전성을 확보한 차세대 배터리가 나오지 않는 한 스마트폰 배터리 용량은 최대 3500㎃h 정도에서 머무를 것으로 본다.
◇성능보다는 마케팅으로 승부 보려는 스마트폰 업계
이런 기술적 한계로 인해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최근 들어 마케팅을 한층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갤럭시S9을 선보이면서 '트레이드 인'이라는 판매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구형 갤럭시 스마트폰이나 경쟁사 제품을 쓰는 고객들이 갤럭시S9을 새로 구매할 때 중고 스마트폰 가격에다 최대 10만원을 더 할인해주는 서비스다. 이를 통해 보조금을 받는 것과 비슷한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애플도 지난 2015년부터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서비스하고 있다. 매월 일정 금액을 내면 매년 최신 아이폰으로 바꿔준다.
고객들에게 주는 사은품도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삼성은 갤럭시S9 시리즈의 사전 예약 고객들에게 AKG의 고급 헤드폰부터 스마트폰을 PC처럼 쓸 수 있도록 해주는 제품인 덱스 패드까지 무료로 제공한다. LG전자 역시 V30S 씽큐를 사전 예약하는 고객들에게 미용 기기인 프라엘 듀얼 모션 클렌저나 블루투스 헤드셋 중 하나를 제공한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2, 3년 전만 하더라도 업계 최초,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이 스마트폰 업계에서 가장 중요했다"면서 "기술적 한계에 부딪히면서 이제는 기술 분야의 최초 경쟁보다는 서비스 위주로 경쟁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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