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미국 US 뉴스에 따르면, 세계 2차대전 당시 미국 해군과 연방표준기술원은 전투기의 폭탄 투하의 효율성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당시 폭탄에는 GPS나 유도장치가 없어, 일단 지상에 떨어지면 탄착 지점은 바람의 결정에 맡겨야 했다.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하려면 지상에 최대한 낮게 날아야 했지만, 전투기가 격추될 가능성이 컸다. 반대로 고공(高空) 투하를 하면 이런 희생은 줄일 수 있었지만, 한두 개가 명중하기를 바라고 여러 개의 폭탄을 떨어 뜨려야 했고 민간인 피해도 컸다.

당시 ‘국립표준국’으로 불렸던 연방표준기술원에서는 1000파운드 무게의 폭탄을 실을 수 있는 글라이더를 개발했다. 그러나 여전히 조종사의 희생을 줄이고 타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유도체계가 필요했다.
그때 ‘행동심리학의 아버지’로 불리던 벌허스 프레더릭 스키너 박사가 떠올린 것은 비둘기였다. 그는 “새들이 무리를 지어 나는 모습을 보고, 비둘기를 좋은 시력과 기동성을 갖춘 ‘부품’으로 착안하게 했다”고 말했다.

스키너 박사는 이 글라이더에 장착된 폭탄을 투하하는 장치에 비둘기가 부리로 누를 수 있게 훈련했다. 글라이더 내부에는 부리로 누를 수 있게, 전도성(電導性) 스크린을 장착했다.
글라이더 전면(前面)의 렌즈를 통해 이 스크린에 적 군함 등이 나타나면, 비둘기는 전극이 부착된 부리 끝으로 스크린을 쪼았고, 이 전기신호는 비둘기 날개의 자동제어 장치로 연결돼 폭탄이 떨어지는 구조였다.

글라이더에 장착된 비둘기는 몸과 날개는 묶였지만, 머리와 목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그리고 스크린에 전투 지역의 적(敵) 군함이나 잠수함과 같이 어려운 목표가 나타났을 때에 이를 부리로 쪼면, 비둘기가 가장 좋아하는 먹이를 줬다.
또 비둘기들이 글라이더의 소음과 진동에 익숙할 수 있게 먹이를 매달아 놓고 특별 훈련까지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비둘기들은 스크린에 움직이는 물체를 인지해 부리로 쪼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미 해군은 마지막 순간에 고가(高價)의 폭탄을 비둘기에게 ‘맡긴다’는 사실에 회의적이었고, 비둘기가 실제 군사 작전에 투입되지는 않았다고. 한 역사학자는 “해군이 공학상의 문제를 동물심리학적으로 해결하는 접근 방 식을 수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시 이 실험을 주도한 스키너는 “이런 작전에서는 물리학자·공학자보다 비둘기가 더 쉽게 훈련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비둘기 부리의 스크린 쪼기’ 연구는 구리와 인듐 산화 전도막, 그리고 전류가 흐르는 격자무늬의 미세 전선으로 이뤄진 현재의 터치 스크린 기술로 발전했다고, US 뉴스는 보도했다.
조선일보 안수진 인턴 입력 : 2017.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