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과열된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경고가 나왔다. 가상화폐 이더리움을 만든 공동 창업자의 입에서다.
이더리움 공동 창업자인 찰스 호스킨슨(사진)은 19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가상화폐공개(ICO)로 이더리움 가격이 치솟으니 좋은 일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째깍거리는 시한폭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열기를 식혀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호스킨슨은 2013년 이더리움 창업팀에 합류해 가상화폐 개발을 주도했다. 지금은 기술 리서치 회사 IOHK를 경영하고 있다.
ICO(Initial Coin Offering)는 새 가상화폐를 만든 기업이 자사의 암호화 기술 등을 투자자에게 공개해 투자금을 모으는 방법이다. 주식시장에서 기업이 자금을 모으는 기업 공개(IPO·Initial Public Offering)와 비슷하다고 해서 ICO로 부른다.
호스킨슨은 “기존 블록체인 기술로 감당할 수 있는데도 기업들이 가상화폐를 지나치게 많이 발행하고 있다”며 “사람들이 빠르고 손쉽게 돈을 버는 데 눈이 멀었다”고 말했다. 조사업체 오토노머스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들어 ICO로 조달된 자금은 13억 달러(약 1조4600억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조달된 금액의 6배가 넘는다. 블록체인 기술 업체들이 벤처투자자로부터 모은 투자금보다 더 많다.

호스킨슨은 앞으로 가상화폐 시장에 닥칠 최대 리스크로 당국의 규제를 꼽았다. 지금까지 지켜보기만 하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가상화폐도 주식처럼 감독하겠다”며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ICO 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스타트업 기업들은 전통적인 주식시장 같은 안전장치를 생략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호스킨슨은 “주식 시장에서 기업을 상장할 때와 같은 엄격한 기준을 지키지 않는 가상화폐 ICO는 향후 투자자들의 소송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법정에서 “투자 당시 위험을 충분히 알지 못했다”는 주장을 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상화폐 시장의 자금조달 기능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호스킨슨은 “ICO 버블이 꺼지면 가상화폐는 지금보다 규제된 환경 속에서 계속해서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통로로서 기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중앙일보] 입력 2017.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