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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뜬다는 ‘가상화폐’, ‘채굴용 PC’가 뭔가요

해암도 2017. 6. 24. 11:08

요즘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가 세계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말 그대로 실체없이 온라인상에서만 만들어지고 유통되는 가상화폐는 오직 수요와 공급으로만 가치가 결정되는 데다, 모든 거래 과정이 기록에 남고 보안성도 높아 기존의 현물 화폐를 대체할 미래의 '대안 화폐'로 주목받고 있다.

해커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하는 등 일부 부작용도 있지만, 최근에는 가치가 수십 배에서 수백 배까지 급증하면서 새로운 투자(?)의 대상으로 급부상했다.

가상화폐가 새로운 돈벌이 수단으로 떠오르면서 '채굴'이란 사소 생소한 단어와, '채굴용 PC' 또는 '채굴용 시스템'이란 말도 자주 들을 수 있다. '채굴'이 뭔지, 왜 사람들이 '채굴용 PC'에 관심을 두는지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도통 알 수 없는 말이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의 가상화폐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채굴’과 ‘채굴용 PC’와 같은 생소한 단어를 자주 접할 수 있게 됐다. / 게티이미지 제공


◆ '채굴'이 뭔가요?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는 별도의 발행기관이 없다. 정해진 알고리즘에 따라 일정 주기마다 자동으로 정해진 양의 가상화폐가 지속해서 생성된다.

가상화폐의 종류에 따라 구체적인 작동 구조는 모두 다르지만, 특정 알고리즘을 통해 만들어지는 복잡한 수학적, 암호화적인 문제를 풀면 새로 생성된 가상화폐의 소유권이 넘어가는 기본 구조는 비슷하다.

이러한 과정이 마치 금광에서 광부들이 일확천금을 노리고 금을 캐는 과정과 비슷하다 해서 '채굴(mining)'이라 부른다. '채굴용 PC' 또는 '채굴용 시스템'은 그러한 과정을 자동으로 수행해 가상화폐를 벌어들이는 컴퓨터의 일종이다.

◆ '채굴용 PC'의 성능이 좋으면 가상화폐도 많이 벌 수 있다?

채굴용 PC나 시스템이 빠르고 좋을수록 가상화폐를 더 많이 벌 수 있지 않을까는 생각도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대다수 가상화폐는 소수의 독점을 막기 위해 단순히 '성능'만으로는 벌 수 없도록 설계됐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상화폐를 벌려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채굴 시도가 늘어날수록 풀어야 하는 문제도 더욱 어렵고 복잡해진다. 그로 인해 가상화폐의 생성 주기와 생산량은 항상 일정하게 유지된다.

주어지는 문제를 풀었다 하더라도 100%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문제를 풀수록 가상화폐를 벌 수 있는 '확률'만 높아진다. 즉 같은 문제를 얼마나 더 빨리 푸는 '속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같은 시간에 더 많은 문제를 풀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채굴용PC’는 가상화폐의 ‘채굴’에 최적화된 특수 목적의 PC를 말한다. 메인보드 전문 제조사 바이오스타(Biostar)가 선보인 채굴 시스템용 메인보드(오른쪽)와 이로 구성한 채굴용 시스템의 모습. / 최용석 기자


◆ 좋은 '채굴용 PC'의 조건은 뭔가요?

일반적인 PC라면 CPU의 성능이 매우 중요하지만, 채굴용 PC에서 CPU는 그저 운영체제만 구동할 수 있으면 된다. 주로 '셀러론'이나 '펜티엄' 등 저가 보급형 CPU를 많이 사용한다.

실질적인 '계산'은 CPU가 아니라 '그래픽카드'가 담당한다. 고품질 영상이나 화려한 3D 게임 화면을 그려내는데 사용되는 그래픽카드가 '계산'용으로 사용되는 이유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연산만큼은 CPU보다 오히려 더 빠르고 효율이 높기 때문이다.

채굴용 PC는 그래픽카드 여러 개를 동시에 장착해 단위 시간당 계산 능력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즉 단순 성능보다 '얼마나 더 많은 그래픽카드를 동시에 장착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처음에는 일반 메인보드를 사용해 동시에 장착할 수 있는 그래픽카드의 수는 4개에서 6개가 한계였다. 최근에는 '채굴 전용 보드'가 나오면서 동시에 8개의 그래픽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제품까지 나왔다.

그래픽카드의 성능도 일정 수준만 넘으면 된다. AMD 그래픽카드 기준으로 '라데온 RX 570과 'RX 580' 제품 이상, 엔비디아 그래픽카드 기준으로는 지포스 GTX 1060 제품 이상이 기준이다.

◆ 채굴용 PC만 있으면 누구나 '채굴'을 할 수 있나요?

채굴용 PC와 문제를 푸는 소프트웨어만 있다면 누구나 가상화폐 채굴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 공간만 넉넉하다면 집에서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론상 가능할 뿐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래픽카드는 PC에서 가장 전기를 많이 쓰는 부품이다. 그래픽카드를 4개에서 8개까지 장착한 채굴용 PC는 그야말로 '전기 먹는 하마'다. 채굴용 PC를 집에서 사용하면 누진세로 인해 벌어들이는 가상화폐의 가치보다 전기요금이 더 많이 든다. 결국, 일반 가정집에서 개인이 채굴하는 것은 채산성이 맞지 않기 때문에 안 하느니만 못하다.

오늘날 대부분의 '채굴 작업'은 적어도 10여 대 이상의 채굴용 PC를 동시에 갖추고, 요금이 매우 저렴한 산업용 전기를 쓸 수 있는 곳에서만 시도된다. 개인보다는 기업 단위로 '채굴'이 이뤄지고 있는 것도 그러한 이유다.

최근 PC 시장에 '그래픽카드 대란'이 발생한 것도 기업 단위의 '채굴 전문 업자'들이 한 번에 수백 개에서 수천 개 단위의 그래픽카드를 대량으로 쓸어 담으면서 시장에 그래픽카드 물량이 씨가 말랐기 때문이다. 정작 그래픽카드가 필요한 일반 소비자들이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다.

저작권 (c) IT조선    최용석 기자   입력 : 2017.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