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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빵집의 반격이 거세지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체인점에 밀려났던 자영업 빵집들이 차별화된 맛과 재료로 소비자들을 다시 불러 모으기 시작했다. 특히 빵 마니아들이 빵집을 성지순례하듯 방문하는 ‘빵지순례(빵+성지순례)’가 인기를 끌면서 전국의 유명 빵집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대전 성심당, 전주 풍년제과, 군산 이성당 등 수십 년간 지방에서 인기를 끈 1세대 동네 빵집은 이미 수도권 백화점에 입점하며 ‘전국구 빵집’으로 성장했다. 요즘엔 웰빙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많아지면서 유기농 밀을 사용하거나 인공첨가제를 쓰지 않는 천연발효빵이 인기를 끌고 있다. 요즘 뜨고 있는 웰빙 빵집 3곳을 통해 2세대 동네 빵집의 매력과 경쟁력을 살펴봤다.
성심당 등 1세대는 ‘전국구’로 성장
2세대 빵집은 웰빙빵 앞세워 공략
반죽 생략해 글루텐 함량 줄이고
오후 3시면 다 팔려 문 닫는 곳도
건강빵으로 입소문 난 황금똥빵집
지난 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뒤편의 주택가로 들어서자 황금똥빵집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30년 넘게 자연생태 사진기자로 활동한 김연수(57) 이사와 해운회사에서 정년 퇴직한 이용희(56) 사장이 손잡고 올 초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곳이다. 대전고 동창생인 이들은 호흡이 척척 맞았다. 김 이사가 88g에 맞춰 반죽을 떼내면 이 사장은 동그랗게 빚는다. 30분간 저온에서 숙성한 뒤 오븐에 구우면 이곳의 대표 메뉴인 황금똥빵으로 변신한다.
빵과의 인연은 2년 전 김 이사가 구석기 시대 돌칼 분야의 권위자인 박규섭씨를 만나기 위해 미국 시애틀로 떠나면서 시작됐다. 반퇴를 앞두고 있던 김 이사는 뗀석기 돌칼 제작방법을 전수할 계획이었다. 이보다 먼저 김 이사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식사 때마다 나오는 통밀빵이었다. 김 이사는 “구수하고 담백한 밀의 맛도 좋았지만 며칠 지나자 흑갈색의 변이 황금빛의 굵은 변으로 바뀌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특히 당뇨·고혈압·고지혈증 등 온갖 성인병으로 고생했던 박씨가 통밀빵과 청국장 등 발효식품을 먹고 건강을 회복했다는 얘기를 듣고 통밀빵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졌다.
한국으로 돌아온 김 이사가 1년 가까이 연구 끝에 나온 게 지금의 황금똥빵이다. 통밀을 제외하곤 물과 소금, 효모만 들어간다. 김 이사는 “껍질을 정제한 하얀 밀가루와 달리 섬유질과 밀의 눈이 100% 살아 있는 통밀을 갈아 반죽하기 때문에 영양이 풍부하고 섬유질이 많아 장 운동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통밀도 가격이 두 배가량 비싼 국산만 고집한다. 외국산은 운송 과정이 길어 방부제를 넣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빵 종류는 두 가지뿐이다. 동그란 황금똥빵과 이보다 넓적하고 속이 비어 채소·과일 등을 채워 샌드위치처럼 먹을 수 있는 황금피타빵이다. 가격은 각각 1000원, 2000원이다.
단출한 메뉴임에도 이곳을 찾는 고객은 끊이지 않았다. 경기도 파주 운정동에 사는 최우영(57)씨는 “빵 맛이 고소하고 먹고 나도 속이 더부룩하지 않아 아침 대용으로 먹는다”고 말했다. 빵집 근처에서 회사를 운영하는 이준(48)씨 역시 “요즘 100% 통밀빵이 흔치 않아 지인들에게 선물로 주기 위해 자주 들른다”고 얘기했다.
황금똥빵은 건강빵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하루 평균 700~800개가 팔리고 있다. 택배 주문도 늘어 제주도 등 전국으로 배송한다. 황금똥빵집 주인들은 더욱 바빠졌다. 최근엔 동네 주민들의 끊임없는 요청에 주 5일 근무방침을 깨고 토요일에도 문을 열고 있다.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빵을 만드는 이들은 인터뷰 내내 “행복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김 이사는 “볼품없는 모양새인데도 고객들이 나서 주변에 소개해 주고 맛있다고 칭찬해 주니까 매일 일할 맛이 난다”고 말했다.
빵과의 인연은 2년 전 김 이사가 구석기 시대 돌칼 분야의 권위자인 박규섭씨를 만나기 위해 미국 시애틀로 떠나면서 시작됐다. 반퇴를 앞두고 있던 김 이사는 뗀석기 돌칼 제작방법을 전수할 계획이었다. 이보다 먼저 김 이사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식사 때마다 나오는 통밀빵이었다. 김 이사는 “구수하고 담백한 밀의 맛도 좋았지만 며칠 지나자 흑갈색의 변이 황금빛의 굵은 변으로 바뀌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특히 당뇨·고혈압·고지혈증 등 온갖 성인병으로 고생했던 박씨가 통밀빵과 청국장 등 발효식품을 먹고 건강을 회복했다는 얘기를 듣고 통밀빵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졌다.
한국으로 돌아온 김 이사가 1년 가까이 연구 끝에 나온 게 지금의 황금똥빵이다. 통밀을 제외하곤 물과 소금, 효모만 들어간다. 김 이사는 “껍질을 정제한 하얀 밀가루와 달리 섬유질과 밀의 눈이 100% 살아 있는 통밀을 갈아 반죽하기 때문에 영양이 풍부하고 섬유질이 많아 장 운동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통밀도 가격이 두 배가량 비싼 국산만 고집한다. 외국산은 운송 과정이 길어 방부제를 넣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빵 종류는 두 가지뿐이다. 동그란 황금똥빵과 이보다 넓적하고 속이 비어 채소·과일 등을 채워 샌드위치처럼 먹을 수 있는 황금피타빵이다. 가격은 각각 1000원, 2000원이다.
단출한 메뉴임에도 이곳을 찾는 고객은 끊이지 않았다. 경기도 파주 운정동에 사는 최우영(57)씨는 “빵 맛이 고소하고 먹고 나도 속이 더부룩하지 않아 아침 대용으로 먹는다”고 말했다. 빵집 근처에서 회사를 운영하는 이준(48)씨 역시 “요즘 100% 통밀빵이 흔치 않아 지인들에게 선물로 주기 위해 자주 들른다”고 얘기했다.
황금똥빵은 건강빵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하루 평균 700~800개가 팔리고 있다. 택배 주문도 늘어 제주도 등 전국으로 배송한다. 황금똥빵집 주인들은 더욱 바빠졌다. 최근엔 동네 주민들의 끊임없는 요청에 주 5일 근무방침을 깨고 토요일에도 문을 열고 있다.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빵을 만드는 이들은 인터뷰 내내 “행복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김 이사는 “볼품없는 모양새인데도 고객들이 나서 주변에 소개해 주고 맛있다고 칭찬해 주니까 매일 일할 맛이 난다”고 말했다.
기계반죽 대신 손으로 섞는 소울브레드
두 번째로 찾아간 곳은 서울 서초구 우암초등학교 인근 아파트 상가에 있는 소울브레드다. 23㎡(약 7평) 규모의 가게엔 대형 오븐과 빵 판매대가 간신히 들어서 있다. 반죽에 필요한 반죽기계와 이스트(인공효모)도 찾아볼 수 없다. 빵업계에선 보기 드물게 무반죽법으로 빵을 만드는 곳이다. 권순석(47) 소울브레드 셰프는 “일반적으로 밀가루에 물과 이스트를 섞은 뒤 반죽을 하면 글루텐이 형성돼 쫄깃해지고 이스트 효과로 빠르게 부풀어 오른다”며 “이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빵을 만드는 데 유리하지만 글루텐 때문에 배에 가스가 차고 소화가 안 되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무반죽법은 여기서 ‘치대는’ 반죽 과정을 제외했다. 기계반죽 없이 손으로 가볍게 섞어 준다. 또 이스트 대신 천연발효종(사워도·sourdough)을 쓰기 때문에 발효·숙성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25도에서 7~8시간 발효 과정을 거친 뒤 다시 하루 정도 저온에서 숙성해야만 오븐에 넣을 수 있다. 권 셰프는 “모든 과정이 느릿느릿하게 진행되지만 천연효모로 유익한 박테리아가 생기면서 풍미가 뛰어나고 유기산이 풍부한 건강한 빵을 만들 수 있다”고 들려줬다.
권 셰프에게 제빵은 힐링하는 시간이었다. 출판사를 운영하던 그가 취미로 시작한 게 홈 베이킹이었다. 역류성 식도염 등 평소 소화계통이 좋지 않았던 그는 소화가 잘되는 빵을 만드는 방법에 관심을 가졌다. 수백 번 반죽을 버려 가면서 찾아낸 게 사워도를 활용한 무반죽법이었다. 2015년 출판업계가 갈수록 어려워지자 사업을 접고 과감하게 빵집을 차릴 수 있었던 이유도 우리 몸에 이로운 빵을 만들면 고객이 먼저 알아봐 줄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권 셰프는 “자금도 부족했지만 최대한 상권이 발달하지 않은 곳에 빵집을 여는 게 목표였다”며 “외진 곳에서 있어도 사람들을 불러 와야 경쟁력 있는 빵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발한 이름의 빵도 많다. 캄파뉴에 직접 쑨 팥과 새알심을 가득 담은 ‘동지섣달팥캄파뉴’, 오징어먹물과 치즈를 넣은 ‘먹물롤치즈식빵’, 크랜베리와 블루베리를 넣은 ‘베리베리식빵’ 등 권 셰프가 끊임없이 개발하며 새롭게 만들어 낸 빵이다. 빵에 대한 그의 신념은 고객을 움직였다. 오후 3시가 넘어서면 빵이 대부분 팔린다. 주부 조성숙(55·대치동)씨는 “천연발효종을 사용해 오랜 시간 발효해 만든 빵이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며 “소화도 잘되고 맛도 있어 지인들과 자주 찾아온다”고 말했다.
무반죽법은 여기서 ‘치대는’ 반죽 과정을 제외했다. 기계반죽 없이 손으로 가볍게 섞어 준다. 또 이스트 대신 천연발효종(사워도·sourdough)을 쓰기 때문에 발효·숙성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25도에서 7~8시간 발효 과정을 거친 뒤 다시 하루 정도 저온에서 숙성해야만 오븐에 넣을 수 있다. 권 셰프는 “모든 과정이 느릿느릿하게 진행되지만 천연효모로 유익한 박테리아가 생기면서 풍미가 뛰어나고 유기산이 풍부한 건강한 빵을 만들 수 있다”고 들려줬다.
권 셰프에게 제빵은 힐링하는 시간이었다. 출판사를 운영하던 그가 취미로 시작한 게 홈 베이킹이었다. 역류성 식도염 등 평소 소화계통이 좋지 않았던 그는 소화가 잘되는 빵을 만드는 방법에 관심을 가졌다. 수백 번 반죽을 버려 가면서 찾아낸 게 사워도를 활용한 무반죽법이었다. 2015년 출판업계가 갈수록 어려워지자 사업을 접고 과감하게 빵집을 차릴 수 있었던 이유도 우리 몸에 이로운 빵을 만들면 고객이 먼저 알아봐 줄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권 셰프는 “자금도 부족했지만 최대한 상권이 발달하지 않은 곳에 빵집을 여는 게 목표였다”며 “외진 곳에서 있어도 사람들을 불러 와야 경쟁력 있는 빵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발한 이름의 빵도 많다. 캄파뉴에 직접 쑨 팥과 새알심을 가득 담은 ‘동지섣달팥캄파뉴’, 오징어먹물과 치즈를 넣은 ‘먹물롤치즈식빵’, 크랜베리와 블루베리를 넣은 ‘베리베리식빵’ 등 권 셰프가 끊임없이 개발하며 새롭게 만들어 낸 빵이다. 빵에 대한 그의 신념은 고객을 움직였다. 오후 3시가 넘어서면 빵이 대부분 팔린다. 주부 조성숙(55·대치동)씨는 “천연발효종을 사용해 오랜 시간 발효해 만든 빵이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며 “소화도 잘되고 맛도 있어 지인들과 자주 찾아온다”고 말했다.
2주 걸려 빵 1개 만드는 오월의 종
천연발효종을 이용한 웰빙빵으로 가장 성공한 곳은 정웅(49) 대표가 운영하는 오월의 종이다. 지난달 23일 오후 5시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 인근 오월의 종 단풍나무점(2호점)을 찾았다. 건물 계단엔 이미 ‘솔드 아웃(품절)’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입구 맞은편 벽엔 은은한 조명을 받는 액자 속에 낙엽 모양의 커다란 빵이 전시돼 있었다. 정 대표는 “아침에 갓 구운 르방 내추럴 빵”이라며 “매일 아침마다 가장 예쁘게 구워진 빵을 골라 이곳에 전시하면서 오늘 하루도 장사가 잘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198㎡(약 60평) 규모의 빵집 내부는 마치 고급스러운 서재 같다. 원목으로 만든 책장들이 벽을 에워싸고 그 앞엔 매장을 가로지르는 기다란 원목 선반이 놓여 있다. 책 대신 제빵도구와 빵이 이곳을 가득 채우고 있다. 치즈빵 등 극소수 조리빵을 제외하곤 우유나 버터 없이 밀가루에 소금과 물, 천연발효종을 넣어 만든 식사빵이 대부분이다. 무화과 호밀빵, 크랜베리 통밀빵, 캄파뉴, 바게트 등 식사빵 종류만 40여 개에 이른다. 정 대표는 “한 끼가 될 정도의 포만감, 다음 날 와서도 똑같은 맛을 느낄 수 있는 식사빵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비싼 재료가 없다는 점도 특징이다. 밀가루도 동네 마트에서 사 온다. 단 이스트만은 천연발효종을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정 대표는 “천연발효종을 배양한 뒤 반죽에 넣고 다시 숙성·발효하는 과정을 거치면 빵 하나를 만드는 데 적어도 2주가 걸린다”며 “이처럼 반죽에 체온이 더해지고 발효돼 변화되는 과정을 보는 게 빵 만드는 즐거움”이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딱딱하고 밋밋한 발효빵이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정 대표가 2004년 일산에 처음 빵집을 열었을 때는 경찰에 신고되기도 했다. 천연발효종을 쓴 호밀빵은 특유의 시큼한 맛이 나는데 이걸 상한 것으로 오해한 것이다. 결국 그는 보증금만 날리고 3년 만에 문을 닫았다. 빚만 1억원을 지게 됐지만 빵가게를 그만둘 생각은 없었다.
정 대표는 어렵게 돈을 빌려 오월의 종 1호점 자리에 다시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도 3년 가까이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2010년 초 웰빙바람이 불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지금도 처음으로 빵이 모두 팔린 날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매일 빵을 내다 버리는 게 일과였는데 이후엔 오후 2~3시만 되면 아침에 만든 빵이 동났다. 2014년엔 한남동과 영등포동에 각각 지점을 냈고 20여 명의 셰프가 빵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매장 수를 늘리는 게 정 대표의 목표는 아니다. 빵집이 유명해지다 보니 임대료 문제 등으로 건물주와 갈등을 겪고 있어서다. 그는 “열심히 돈 벌어 조그만 건물이라도 사서 쫓겨날 걱정 없는 동네 빵집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중앙선데이] 입력 2017.04.02
198㎡(약 60평) 규모의 빵집 내부는 마치 고급스러운 서재 같다. 원목으로 만든 책장들이 벽을 에워싸고 그 앞엔 매장을 가로지르는 기다란 원목 선반이 놓여 있다. 책 대신 제빵도구와 빵이 이곳을 가득 채우고 있다. 치즈빵 등 극소수 조리빵을 제외하곤 우유나 버터 없이 밀가루에 소금과 물, 천연발효종을 넣어 만든 식사빵이 대부분이다. 무화과 호밀빵, 크랜베리 통밀빵, 캄파뉴, 바게트 등 식사빵 종류만 40여 개에 이른다. 정 대표는 “한 끼가 될 정도의 포만감, 다음 날 와서도 똑같은 맛을 느낄 수 있는 식사빵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비싼 재료가 없다는 점도 특징이다. 밀가루도 동네 마트에서 사 온다. 단 이스트만은 천연발효종을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정 대표는 “천연발효종을 배양한 뒤 반죽에 넣고 다시 숙성·발효하는 과정을 거치면 빵 하나를 만드는 데 적어도 2주가 걸린다”며 “이처럼 반죽에 체온이 더해지고 발효돼 변화되는 과정을 보는 게 빵 만드는 즐거움”이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딱딱하고 밋밋한 발효빵이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정 대표가 2004년 일산에 처음 빵집을 열었을 때는 경찰에 신고되기도 했다. 천연발효종을 쓴 호밀빵은 특유의 시큼한 맛이 나는데 이걸 상한 것으로 오해한 것이다. 결국 그는 보증금만 날리고 3년 만에 문을 닫았다. 빚만 1억원을 지게 됐지만 빵가게를 그만둘 생각은 없었다.
정 대표는 어렵게 돈을 빌려 오월의 종 1호점 자리에 다시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도 3년 가까이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2010년 초 웰빙바람이 불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지금도 처음으로 빵이 모두 팔린 날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매일 빵을 내다 버리는 게 일과였는데 이후엔 오후 2~3시만 되면 아침에 만든 빵이 동났다. 2014년엔 한남동과 영등포동에 각각 지점을 냈고 20여 명의 셰프가 빵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매장 수를 늘리는 게 정 대표의 목표는 아니다. 빵집이 유명해지다 보니 임대료 문제 등으로 건물주와 갈등을 겪고 있어서다. 그는 “열심히 돈 벌어 조그만 건물이라도 사서 쫓겨날 걱정 없는 동네 빵집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중앙선데이] 입력 2017.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