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영화제 그랑프리 문창용 감독]
티베트 불교 師弟 이야기 '앙뚜'
인도 해발 3500m 마을 라다크서 환생 '린포체' 동자승의 삶 그려
"심사위원, 관람 후 울며 악수 건네"
영화 '앙뚜'는 '린포체'(환생한 티베트 불교 고승을 부르는 존칭)로 인증받은 라다크의 동자승과 그 스승인 노(老) 승려의 동행기. 문 감독은 8년간 열댓 번 라다크에 갔고, 한 번 가면 두세 달 머물렀다. 촬영 분량 총 800시간. 그렇게 만든 영화가 지난 18일 베를린국제영화제의 아동·청소년영화 국제경쟁 '제너레이션' 섹션에서 K플러스(전체 관람가) 부문 그랑프리를 받았다.
시작은 2009년 7월, 문 감독이 방송 다큐 취재를 위해 해발 3500m 오지인 라다크 삭티 마을에 갔을 때였다. 당시 다섯 살이던 동자승 앙뚜, 그 스승인 승려 우르갼을 거기서 처음 만났다. '티베트 불교'는 북인도·티베트·몽골 등지에 널리 퍼진 대승불교의 일파를 통칭하는 말. 라다크는 중국 점령 전 티베트와 왕래가 자유롭던 곳이다. 문 감독은 "티베트 불교의 사제 간은 무척 엄격한데, 두 사람은 마치 부모와 아들인 듯 따뜻하고 스스럼없어 단박에 끌려들었다"고 했다.
앙뚜는 이듬해 여섯 살 때 갑자기 먼 티베트 마을과 사원을 정확히 기억해내기 시작했고, 지역 불교협회로부터 린포체로 공식 인증도 받았다. 티베트 고승의 환생이니 전생에 살던 티베트의 사원으로 돌아가야 할 운명. 하지만 중국이 점령한 티베트는 갈 수 없는 땅이 된 지 오래다. 앙뚜는 린포체가 둘일 수 없다는 이유로 삭티의 사원에서 쫓겨났다. '마을에 린포체가 태어나 영광'이라며 머리 조아리던 마을 사람들도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축복이 불행으로 뒤바뀌는 얄궂은 운명이었다. 영화는 이후 앙뚜와 스승의 시련과 행복, 티베트를 향해 떠나려는 노력의 시간을 따라간다.
문 감독의 작업도 시련과 행복이 엇갈렸다. "두 사람 불행이 외지 사람인 내 탓인 것 같아 괴로울 때도 많았지요. 취하도록 술을 마시고 너럭바위 위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보다 울기도 여러 번 했어요." 문 감독은 "행복한 순간도 많았다. 어린 린포체는 고산병에 시달리는 한국 제작진과 아침마다 축구를 했고, 자기 팀이 이긴 뒤에야 촬영을 허락해준 천상 개구쟁이였다"며 웃었다.
시상식 뒤 한 심사위원은 "영화를 본
뒤 관객이 볼까 봐 화장실로 달려가 실컷 울었다"며 그에게 악수를 청했다. "종교와 국적을 떠나, 내게도 이런 동행이 있는지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살면서 내 뜻과 상관없는 좌절과 시련도 겪지만, 혼자뿐인 것 같은 그 순간에도 주변에는 함께해 줄 사람이 꼭 있다는 것, 그런 희망이 우리 관객에게도 전해지길 바랍니다."
영화는 오는 9월 개봉 예정.
조선일보 이태훈 기자 입력 : 2017.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