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웹툰의 전성시대.’ 2003년 포털 사이트 다음의 ‘만화 속 세상’이 문을 연 지 10여 년. 웹툰은 2007년 첫 원작 드라마 ‘키드갱’(OCN) 이래 수많은 작품이 영화와 드라마 등으로 만들어지며 한국 문화콘텐츠의 가장 강력한 허브의 하나로 성장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전체 웹툰 방문자 수가 월평균 1000만 명을 넘어섰을 정도로 우리네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한국인은 어떤 웹툰을 즐겨 볼까. 동아일보가 조사업체 ‘엠브레인’과 최근 시민 1050명에게 모바일 설문을 벌인 결과, 현재 연재 중인 작품은 윤태호 작가의 ‘미생’이 1위(22.2%)에 올랐다. 대표적 개그만화인 조석 작가의 ‘마음의 소리’(21.0%)도 많은 지지를 받았다. 완결 작품은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18.7%)를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
직장인의 애환을 담은 ‘미생’이 연재작 전체 1위에 올랐지만, 남녀 선택은 다소 엇갈렸다. 여성은 ‘미생’(21.9%) ‘마음의 소리’(19.2%) 순이었지만 남성 표는 근소하게 ‘마음의 소리’(22.9%)가 ‘미생’(22.5%)을 앞섰다. 3, 4위는 남성 팬이 월등히 많은 판타지 ‘신의 탑’(SIU)과 ‘노블레스’(손제호, 이광수)가 차지했으며, 여성의 절대적 지지(여성 10.1%, 남성 1.8%)가 눈에 띄는 로맨스만화 ‘좋아하면 울리는’(천계영)이 5위에 올랐다.
6∼10위도 남녀 취향이 확실했다. 6위 ‘생활의 참견’(김양수)과 8위 ‘어쿠스틱 라이프’(난다), 9위 ‘오무라이스 잼잼’(조경규)은 여성들의 선택이 몰렸던 작품. 반면 7위 ‘가우스전자’(곽백수)나 10위 ‘덴마’(양영순)는 남성 팬이 많았다. 좋아하는 장르를 묻는 문항에서 여성은 ‘로맨스’(28.8%)와 ‘일상’(23.6%)을 가장 많이 꼽았고, 남성은 ‘코믹·개그’(29.1%)와 ‘판타지’(17.2%)를 선호한 경향이 그대로 반영됐다.
완성작에선 연령별 선호도가 눈에 띄었다. 죽음 이후의 삶을 감동적으로 담은 전체 1위 ‘신과 함께’는 10대(21.2%)와 20대(28.3%)의 지지가 컸다. 평범한 사람들의 순수한 사랑을 그린 전체 2위 ‘순정만화’(강풀)는 30∼50대 이상에서 1위였다. 2000년대 초반 작품인지라 10대에서는 7위(3.4%)로 순위가 낮았다.
북한 특수부대를 소재로 다룬 ‘은밀하게 위대하게’(최종훈)와 고교생의 패션 도전기를 소재로 삼은 ‘패션왕’(기안84)이 각각 3, 4위에 오른 가운데, 5위를 차지한 ‘역전! 야매요리’의 연령별 편차가 컸다. 다른 세대는 하위권이었으나 10대에선 ‘신과 함께’와 함께 공동 1위였다. 6위 ‘이끼’(윤태호)와 8위 ‘송곳’(4.6%)은 30대 이상 지지가 높았고, 7위 ‘삼봉이발소’(하일권)와 9위 ‘다이어터’(네온비, 캐러멀), 10위 ‘입시명문사립 정글고등학교’(김규삼)는 10대와 20대가 선호했다.
○ “무료 콘텐츠 많지만 소재나 주제 폭이 좁아”
이렇게 웹툰을 즐기는 이유는 뭘까. 싱겁게도 ‘무료 콘텐츠가 많아서’(30.4%)가 1위를 차지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한국에서 출판만화가 ‘멸종’한 이유도 웹툰의 파상적인 무료 공세 탓이 컸다”며 “공짜로 볼 만화가 널렸는데 누가 책을 사 보겠냐”고 설명했다. ‘소재가 다양해서’(25.0%), ‘우리 정서에 잘 맞아서’(20.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허나 아이러니하게도 응답자들은 ‘소재나 주제의 폭이 좁다’(33.0%)를 한국 웹툰의 가장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장점 2위였던 목록이 단점 1위로 선택되는 모순이 벌어진 셈이다. 연령별로 주의 깊게 살펴보면, “소재가 다양하다”는 의견은 세대가 높아질수록 많았고, “소재가 한정됐다”는 의견은 10, 20대가 더 많았다.
현재 연재하고 있는 웹툰을 장르별로 분석해 보면 확실히 ‘편식 현상’이 드러난다. 동아일보가 포털 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의 웹툰 367편을 살펴본 결과, ‘판타지’(28.9%)와 ‘개그’(15.0%), ‘로맨스’(13.1%) 세 장르가 반 이상을 차지했다. ‘스릴러’(10.0%)와 ‘일상’(9.0%)까지 포함하면 5개 장르가 76%였다. 김숙 한국콘텐츠진흥원 연구원은 “최근 중장년층도 웹툰을 즐기면서 저변이 확대됐지만 아직 작품 소재는 편중된 경향이 크다”며 “특히 최근엔 치열한 경쟁 탓에 선정성, 폭력성이 강한 작품이 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이지훈 기자 입력 2016-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