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자동차 보험을 갱신하면서 나도 모르게 ‘악!’ 하고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최근 1년간 사고를 낸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오히려 보험료는 30만원 가까이 올랐기 때문이다. 당장 다른 보험사로 갈아타야겠다고 결심하고, 총 4곳에서 새 견적을 받아보았다. 하지만 뜻밖의 반응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2년 전 잔사고가 있었던 운전자라며 모조리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한두 푼도 아니고 수십만 원을 내고 oo보험사의 고객이 되겠다고요. 근데 정말 안 받아준다는 건가요?” 저자세가 되어 애걸까지 해봤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그나마 현재 가입 중인 보험사는 문전박대하지 않았다고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재가입 의사를 밝혔다. 그랬더니 보험사 직원의 답변이 걸작이다. “올해부터 모든 보험사의 인수 기준이 강화됐어요. 고객님은 (우리 말고는) 다른 보험사에 가입할 수 없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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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정부가 자동차 보험료를 자율화하면서 운전자들이 제대로 대접받기가 어려워졌다. 정부가 금융규제 완화차원에서 추진한 보험료 자율화로 인해 보험사들이 일체의 가격 결정권을 갖게 된 것이다.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야 한다던가. 가격 자율화를 빌미로 보험사들은 일제히 가격을 최대 10% 올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정부 통제 때문에 손해를 감수했던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말이다.
또 자동차 보험은 의무보험 성격이 강해서 아주 악질이 아니라면 손님을 골라 받을 수 없었는데, 이런 분위기도 확 바뀌었다. 사고 횟수가 많은(통상 직전 3년간 2회 이상) 운전자들을 노골적으로 꺼리기 시작한 것이다. 사고 규모가 크든 작든, 사고 책임이 내게 있든 없든 상관없다.
운전자들은 물적사고 할증기준 이내의 가벼운 사고였으니 갱신 보험료는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것도 사실과 다르다. 일단 사고 다발자(多發者)로 찍혀 블랙리스트에 올라가면, 대다수 보험사들이 가입 자체를 받아주지 않는다. 설사 받아준다고 해도 비싼 보험료를 내야 하거나 혹은 의무 가입해야 하는 책임보험 수준에서만 가능하다. 다행인 것은 금융당국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제도를 개선한다고는 하는데, 언제 어떻게 바뀔지는 두고 볼 일이다.
어쨌든 현 제도하에서는 아주 거액이 드는 사고가 아니라면 가급적 자비로 해결하는 것이 방법이다. ‘문콕(차문을 열면서 옆 차에 흠집을 내는 사고)’ 같은 가벼운 사고라도 보험 처리 횟수가 늘어나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평균적으로 30만원 이하 금액은 보험 처리를 하지 마라고 조언한다. 또 피치 못하게 사고가 나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면, 다른 대안을 찾지 말고(시간 낭비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 현재 가입 중인 보험사에서 순순히 갱신하는 것이 낫다. 돈이 안 된다면서 기존 가입자를 쫓아내진 못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