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해암도 2016. 9. 15. 12:45

추석

추석은 해질녘 마을 뒷동산
산새들 둥지 찾아 날아들듯이
집 떠난 형제들을 불러들이고
저마다 햇과일 선물꾸러미
고향으로, 고향으로 불러들이고

반가움에 손 맞잡고 얼싸안으며
꽃처럼 피어나는 지난 얘기에
밤 깊은 줄 모르고

날 새는 줄 모르고

추석은 눈만 들어도 배가 부른 날
하늘만 우러러도, 바람만 들이켜도
넘치도록 가득히 차오르는 날

금빛 들녘 가득히 넘치는 바다
우후후 버는 석류, 휘늘어진 감 가지
주렁주렁 햇덩이 익어가는데
풍년가 피릴릴리....
농악 소리에
날 저문 줄 모르고
밤 오는 줄 모르고


―이성관(1946~ )


[가슴으로 읽는 동시] 추석
추석처럼 흥겨운 명절이 어디 또 있으랴. 아이들은 대목 장날에 사온 추석 빔을 입어보며 추석을 기다렸다. 추석 전날 밤 가족들이 다 모여 송편을 빚으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달이 기울고 날이 밝았다. 그해 가장 잘된 햅쌀로 밥을 짓고 갓 따온 밤과 대추로 차린 차례상. 차례를 지내고 나서 알밤도 줍고 개암도 따며 가던 성묘길은 얼마나 즐거웠던가.

나무마다 익은 '햇덩이', 밤에는 한가위 둥근 '달덩이', 그리고 농악 소리에 맞춰 한가위 둥근 달처럼 한데 어우러지던 강강술래. '눈만 들어도 배가 부른 날'이 바로 추석 명절이다.

                                                          조선일보   이준관 아동문학가      입력 : 2016.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