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암은 우리나라 남성에게 다섯 번째로 많은 암이다. 2011년 4만1411명이던 전립선암 환자는 2015년 6만1695명으로 49%나 늘었다. 전립선암 환자의 57%는 암이 전립선에만 있는 국한암(조기암) 상태로 발견되는데 조기암 진단율은 위암에 이어 2위다. 5년 생존율은 국한암 100%, 국소암(암이 주변 장기와 림프샘에 전이된 상태) 96%다. 전체 전립선암의 5년 생존율도 92.5%나 된다(국가암정보센터). 서울대병원 비뇨기과 곽철 교수에게 전립선암 궁금점을 물었다.
―특정 암이 5년 새 49%나 증가한 것은 암이 아니라 암 진단이 늘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일부에선 급하지도 않은 암을 너무 빨리 발견해서 환자를 양산한다는 비판도 있다.
"종합검진프로그램에 전립선특이항원(PSA) 검사가 포함되면서 조기암 환자가 폭증하고 있다. 그러나 불필요하게 암을 일찍 찾아낸다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 지금도 다른 장기로 전이된 환자의 5년 생존율은 39%에 불과하다. 환자 전체의 5년 생존율이 20년 전보다 37%나 증가한 것은 PSA 검사를 통한 조기암 발견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 밖에 서구식 식생활과 인구의 고령화도 전립선암 증가의 원인이 된다."
―PSA 검사의 효용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많다. 전립선염이나 비대증 등이 있는 경우도 PSA 수치가 높아져 불필요하게 조직검사를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 질병예방특별위원회(USPSTF)는 2012년 "건강한 남성은 정기적인 PSA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선언했다.
"PSA 검사가 암의 조기발견에 기여해 생존율을 높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 국민에게 권고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PSA 검사를 하면 조기 전립선암이 많이 발견되지만, 암이 워낙 천천히 진행되므로 결과적으로 생존율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연구결과들이 미국과 유럽에서 많이 보고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SA 검사가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들이 현재로썬 더 많다. 따라서 PSA 검사의 장단점을 숙지한 뒤 희망자만 받는 것이 합리적이라 하겠다. 참고로 USPSTF는 일반 의사의 모임으로 비뇨기 암 전문가들 견해와는 다르다."
―주변을 둘러보면 PSA 검사를 안 받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도시 직장인들은 PSA 검사를 많이 받지만 시골에 살거나 자영업자는 잘 안 받는다. 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40대는 약 25%, 50대 이상은 약 33% 받는 것 같다."
―한국인의 전립선암은 미국과 달리 악성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전립선암을 위험도에 따라 분류해 보면 암을 발견할 필요조차 없는 극저위험군, 암이 매우 천천히 자라는 저위험군, 암이 적당히 진행하는 중등도 위험군,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빠르게 자라는 고위험군으로 나뉜다. 올해 UC샌디에고대병원 자료에 따르면 극저위험군과 저위험군이 58.5%인데 비해 서울대병원은 24%다. 반대로 악성도가 매우 높은 암은 미국 대형병원이 3~11%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14~ 24%다. 한국인의 전립선암이 독하다는 얘기는 이런 통계 때문인데 인종적 특성 때문일 수도 있고, PSA 검사 수진율이 미국보다 낮기 때문일 수도 있다. PSA 검사가 더 확산되면 우리나라도 어느 정도는 미국처럼 변할 것으로 본다."
―만약 PSA 수치가 낮으면 안심해도 되나?
"대개는 괜찮지만 수치가 낮아도 암이 있는 경우가 있다. 수치의 절댓값에 상관없이 1년에 수치가 1정도씩 늘어난다면 조직검사가 필요하다."
―위암이나 대장암처럼 전립선암도 암 전 단계 병변이 있나?
"전립선상피내종양과 비전형선종양증식증이 전립선암으로 발전한다. 조직검사에서 양성으로 진단됐더라도 고등급 전립선상피내종양이 발견되면 PSA 수치와 관계없이, 3~6개월 내에 반드시 추가 조직검사를 받는것이 좋다."
―외국에선 저위험군 환자에게 치료를 하지 않고 정기적으로 PSA 검사, 조직검사, 직장수지검사 등을 하면서 관찰만 하는 '적극적 관찰요법'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저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한 사람과 적극적 관찰요법을 한 사람의 생존율이 큰 차이가 없어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서 확산되고 있다. 미국UC샌디에고병원의 경우 2014년 전체 환자의 15%가, 저위험군 환자만 놓고 보면 58.5%가 적극적 관찰요법을 받았다. 우리나라는 이제 막 도입되는 분위기다. 현재 대구 동산의료원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이 요법을 시행 중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악성도 높은 암이 많아 조심스레 이 요법을 시행해야 한다고 본다. 현재 대한비뇨기종양학회에서 적극적 관찰요법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려 애쓰고 있다."
―암이 워낙 늦게 진행되므로 과거엔 아예 아무 치료도 하지 않는 치료지침도 있었다고 들었다.
"지금도 기대수명이 10년 미만인 경우, 적극적 치료 대신 통증 관리 등만 시행하는 '고식적 치료'가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서도 심장병이나 파킨슨병 등 다른 병이 있는 고령의 일부 환자에게는 이렇게 한다."
―암 수술 환자는 요실금과 발기부전 등 합병증 걱정이 많다.
"사실이다. 전립선이 워낙 깊숙한 곳에 있어 예전엔 수술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그러나 로봇수술의 도입으로 수술하기도 쉬워졌고 합병증 발생률도 낮아졌다. 환자들은 발기부전 합병증을 특히 우려하는데 기존 수술은 30~50% 성기능이 회복되지만 로봇수술을 하면 60~70%는 회복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요실금 발생률은 둘 사이에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최근 전립선에 방사성동위원소를 심어 암을 파괴하는 '브라키세러피'가 인기다.
"수술 없이 간단하게 암을 파괴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좋아한다. 최근 국내서도 임상 논문이 발표됐는데 수술에 비해 암 재발률은 큰 차이 없었고, 요실금과 발기부전 합병증 발생률은 크게 낮았다. 그러나 종양의 크기가 크거나 고위험군 환자에겐 브라키세러피를 하면서 호르몬 치료나 외부 방사선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는 점이 문제다. 또 이번 연구는 3년간 관찰한 것인데 시간이 더 지나면 재발률이 수술보다 더 높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냉동요법이나 하이푸(HIFU)치료 등 암이 있는 전립선 부위만 파괴하는 '국소치료(focal therapy)'도 전립선암 치료의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으나 아직은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전립선암 수술 직후부터 비아그라 같은 발기부전 치료제를 3~6개월 복용하면발기력이 돌아오나?
"연구결과들이 상충하고 있지만 산발적 복용보다 지속적이고 주기적인 복용이 좀 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특히 수술 전 성기능이 좋고, 다른 병이 없었던 환자에겐 음경 재활의 효과가 두드러진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과거 예비군 훈련을 할 때 정관수술을 많이 받았는데 정관수술이 전립선암 발병률을 높이나?
"상반된 연구결과들이 혼재해서, 연구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전립선비대증 약이 전립선암 예방에 효과가 있나?
"확실치 않다. 전립선비대증 약을 복용하면 암 발병률이 어느 정도 줄어든다. 문제는 이런 사람에겐 악성도 높은 암이 많이 발생하는데 어떤 학자는 약 때문에 악성도가 높아졌다고 주장하고, 어떤 학자는 그것이 약 때문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비대증 환자가 약 복용을 꺼릴 필요가 없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한다."
―잦은 육류 섭취가 전립선암 발병 원인이 되나?
"미국으로 이민 간 일본인은 본토 일본인보다 전립선암에 잘 걸린다는 연구결과가 1991년 발표된 뒤 전립선암과 식습관에 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됐다. 육류, 고지방 식품, 우유 및 유제품 등의 고칼슘 음식, 포화지방, 탄수화물, 염분이 많은 음식 등을 절제하는 것이 좋다. 반대로 두부 및 콩 가공품, 토마토, 녹차 등이 전립선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곽철 교수는
항암요법이 듣지 않고, 완치가 불가능한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의 치료법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거제저항성 전립선암 세포를 키우는 원인 인자를 찾아 차단·제거함으로써 암세포 증식을 막는 방법을 찾고 있다. 해외에 시판 중이지만 우리나라에 사용 허가가 나지 않은 진행성 전립선암 신약이 국내 환자들에게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는 임상 연구를 하고 있다. 전립선학회에서 발간하는 전립선암 관련 서적을 발행한 바 있으며, 현재 서울대병원 비뇨기전립선암센터장 및 로봇수술센터장·대한비뇨기과학회 기획이사·대한비뇨기종양학회 학술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정리=김하윤 헬스조선 기자 입력 : 2016.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