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비뇨기과 전문의 이형래 교수 "암 4기에 절망해 산으로 가려했던 노인을 살린 건…"

해암도 2015. 9. 15. 07:12

70대 중반이지만 건강한 삶을 살던 한 노인이 허리가 갑자기 아파왔다. 정형외과 척추센터에 입원해 검사를 받았더니 단순히 뼈가 약해진 문제가 아니었다. 전립선암이 뼈로 많이 전이가 된 것이다. 4기에 이른 암이 허리의 신경을 누르고 있었다.


나이도 많았던 노인은 거의 삶을 포기하려 했다. 그는 의사에게 ”산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사는 환자를 포기하지 않았다. 노인을 설득해 호르몬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시작했다. 치료 1년 2개월만에 뼈에 있던 암세포가 엑스레이상에서 거의 사라졌다. 사실상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강동경희대병원 비뇨기과 과장인 이형래 교수가 들려준 기적적 치료 사례다. 이 교수는 14일 중앙일보 인터넷방송 ‘명의가 본 기적’에 출연해 전립선암의 치료 사례와 예방법 등을 이야기했다.

이 노인에게 이런 기적이 나타난 이유는 뭘까. 이 교수는 두 가지를 들었다. 긍정적인 마인드와 음식 섭취였다. 노인은 암이 4기에 이르러 절망할 수 있는 순간에도 마인드 컨트롤이 훌륭했다. 의사의 지시에 따라 먹는 것을 바꾸려고 노력했다.

만약 그가 산에 올라갔다면? 이 교수는 “사람 일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곧 돌아가셨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암 치료에 미치는 엄청난 영향을 알기에 이 교수는 환자와의 관계 형성에 큰 노력을 기울인다. 환자와 의사 간의 신뢰관계가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 길이다. 이 교수는 “환자에게 나쁜 소식을 전달하는 방법, 환자가 충격을 덜 받고 의욕을 상실하지 않게 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환자의 눈높이 맞추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예컨대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지인들에게 들은 내용을 환자가 가져오면 이를 적극적으로 답해준다. 딱딱한 데이터만 갖고 환자와 이야기하는 것보다 환자의 가족처럼 대하는 것이 치료에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전립선암은 순한 암으로 알려져 있다. 5년 생존률도 95%로 굉장히 높다. 하지만 치명적인 문제가 있는데, 자각증상이 없다는 점이다. 아픈 곳이 느껴지지 않으니 말기에 병원을 찾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이 교수는 건강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 중 특히 가족력이 있는 사람들은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형제나 아버지가 병력이 있으면 발병률이 3배다. 두 분 이상이면 6배다.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한 명이 전립선암이면 다른 사람의 발병률은 8배다.”

전립선은 정액이 지나가는 길이다. 하지만 떼어내도 별 문제가 없다고 한다. 성생활에도 큰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이 교수는 “발기를 유발하는 신경이 전립선의 3시, 9시 방향으로 지나간다. 과거 수술기술이 좋지 않을 때는 그 부분을 떼어내서 발기에 문제가 생겼는데, 요즘은 기술이 많이 발달해서 그쪽 신경을 충분히 살려둘 수 있다”고 말했다.

암을 예방하는 생활습관은 세가지를 강조했다. 첫째는 부지런히 건강검진을 받는 것. 두번째는 음식 섭취다. 그가 추천한 식품은 베타카로틴이 많이 든 식품과 당근ㆍ토마토ㆍ견과류 등이다. 차의 카테킨 성분도 암 예방에 좋다고 한다. 또한 기름진 고열량 음식을 줄이고 체중 관리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마지막은 긍정적으로 즐겁게 웃으면 사는 것이라고 했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원인이다. 즐겁게 사는 것이 만병을 이겨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정리 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 홍준영 인턴기자
촬영 김세희ㆍ김상호ㆍ이정석

                                          [중앙일보] 입력 2015.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