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명장이 담근 봄김치는 어떤 맛일까? 김치 명장이자 프리미엄 김치의 원조인 한성김치 김순자 대표가 담근 봄김치는 샐러드처럼 아삭한 맛과 잘 익은 김치에서만 느낄 수 있는 발효의 깊은 맛을 함께 음미할 수 있다.
- 보르도물김치
태어날 때부터 특이체질이었던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육류나 생선을 먹을 수 없었다고 한다.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곤 밥과 김치, 나물류가 고작이었다. 그러다보니 김치 맛이 좋은 해에는 살이 오르고 그렇지 못한 해에는 꼬챙이처럼 마르곤 했다. 형제가 많았지만 유독 몸이 약한 그녀에게 애정이 깊었던 할머니와 어머니는 그녀를 위해 맛있는 김치를 담그고자 매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1년 내내 자신의 주식인 김치를 담그는 김장 날은 그녀에게 축제였다. 이것저것 참견하는 것은 물론이고 어머니의 어깨너머로 김치 만드는 것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김치제조법을 익히고 김치에 대한 미각을 발달시키며 누구보다도 김치를 사랑하게 되었다. 관심과 정성 때문이었는지 그녀가 담근 김치는 하나같이 맛있다고 칭찬 일색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호텔 식당에 식사하러 갔다가 ‘김치 맛이 나쁘다며 항의가 들어왔다’는 조리사들의 얘기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그 순간 누구나 맛있어하는 것은 물론이고 표준화된 김치를 개발해 식당에 공급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 시절, 김치는 집에서 담가 먹을 줄만 알았지 사서 먹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때였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직원 한 명과 함께 ‘한성김치’라는 이름을 내걸고 김치사업을 시작했다. 기세 좋게 김치 사업을 시작했지만 김치라는 음식이 워낙 지방색이 강한 터라 조금만 싱겁거나 짜도 맛있다는 소리를 듣기 어려웠다. 끊임없이 김치를 담가 맛을 보고, 사람들에게 시식해보게 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자연재해로 일어난 배추 파동 때문에 김치를 담그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그로부터 28년, 한성김치는 직원 5백여 명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호텔, 관공서, 식당, 학교, 병원 등에 납품하며 백화점, 할인점, 홈쇼핑 등을 통해 일반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도 한다. 중간 마진 없는 직거래 방식으로, 좋은 김치를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는 프리미엄 김치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보르도물김치
“선명한 빛깔의 자색 무는 레드 와인을 연상시켜 ‘보르도 무’라고도 불립니다. 쌉싸래한 향이 독특한데다 물김치를 담가놓으면 색도 예뻐 손님상에 올리기 좋은 김칫거리지요. 톡 쏘는 국물 맛이 일품인데, 대파의 뿌리를 버리지 말고 잘 말려서 모아두었다가 김치 국물을 만들 때 넣으면 국물 맛을 더욱 살려줍니다. 잘 숙성된 보르도물김치는 유산균이 풍부해서 변비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어요.”
*2㎏ 분량
기본재료 자색 무 1개
부재료 쪽파 5줄기
절임 천일염 1큰술
국물 생수 6컵, 마늘즙 2큰술, 생강즙 1작은술, 배즙 1큰술, 소금 큰술
만드는 법
1 자색 무는 작고 단단하며 흠집이 없는 것을 골라 껍질째 깨끗하게 씻는다.
2 자색 무의 물기를 제거한 다음 2.5㎝x2.5㎝, 두께 0.5㎝ 크기로 나박하게 썰고 천일염을 골고루 뿌린 뒤 10분 정도 살짝 절였다가 맑은 물에 한 번 헹구고 건져서 물기를 뺀다.
3 별도의 그릇에 분량의 생수와 마늘즙, 생강즙, 배즙을 넣고 소금을 넣어 간을 맞춰둔다.
4 절여둔 자색 무를 통에 넣고 쪽파를 썰어넣은 다음 ③을 부어 밀봉한다. 상온에서 한나절 보관한 다음 냉장고에 넣고 2~3일 익힌 후에 먹는다.
“백년김치는 1800년대 말에 편찬된 음식 관련 고서 <시의전서是宜全書>에 등장하는 김치입니다. 새우젓과 황석어젓으로 간을 맞추고 낙지, 소라, 생새우, 잣, 밤, 청각 등의 고급 재료를 넣어 담근 김치지요. 건고추와 홍고추를 돌확에 갈아 고운 빛을 내고 배로 단맛을 낸 것이 특징입니다. 조선시대 중부지방 사대부가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김치로, 해물이 넉넉하게 들어가 감칠맛이 살아 있고 자극적이지 않으며 순한 맛을 냅니다. 집에 손님이 오실 때면 백년김치를 상에 내곤 하는데 맛을 보고 나면 이게 무슨 김치냐고 깜짝 놀라는 분도 많아요. 전복이며 낙지, 소라 등이 씹히면 도대체 무엇이 들어간 김치냐고들 물어보시지요. 해물이 들어갔지만 맛이 시원하고 담백해 모두들 좋아하는 고급김치입니다. 보통의 김치에 다소 부족할 수 있는 단백질까지 더해졌으니 김치 하나만으로도 완전식품이 될 수 있죠. 백년김치는 익혀 먹지 않아도 맛있고, 익혀 먹으면 익혀 먹는 대로 해물에서 나오는 진한 국물 맛이 일품이랍니다.”
*5㎏ 분량
기본재료 배추 5㎏(2포기), 무 500g
절임 천일염 3컵, 물 15컵
부재료 생새우·낙지·소라·전복 50g씩, 쪽파·갓 5줄기씩, 대파 1뿌리, 청각 2조각, 밤 1개
양념 고춧가루 1컵, 황태육수 컵, 찹쌀풀 컵, 건고추·홍고추 10개씩, 다진 마늘 컵, 배즙 3큰술, 다진 생강·꿀 2큰술씩, 새웃가루·통깨·잣 1큰술씩, 대추 2개, 죽염·실고추 약간씩
젓갈 새우젓 컵, 멸치액젓 3큰술, 멸치젓 2큰술, 조기젓국 1큰술
1 배추를 절인다. 중간 크기의 배추를 골라 밑동을 자르고 반으로 가른 후 시든 잎을 떼어낸다. 반으로 쪼갠 배추를 절임 소금물에 적신 후 남은 소금은 줄기 부분에 켜켜이 뿌린다.
2 배추를 큰 통에 차곡차곡 담고 소금물을 부어 꼭 눌러둔다. 5~6시간 후 배추의 아래위를 바꾸고 5~6시간 다시 절인다. 절여둔 배추를 흐르는 물에 헹군 다음 건져서 물기를 뺀다.
3 재료를 손질한다. 무는 채 썰고, 미나리와 쪽파, 갓, 대파는 3㎝ 길이로 썬다. 대추는 돌려깎아 채 썬다.
4 생새우, 낙지, 소라, 전복을 연한 소금물에 씻은 후 맑은 물에 헹궈 물기를 뺀다. 새우는 갈아두고 낙지와 소라는 2㎝ 길이로 썰어둔다.
5 양념을 만든다. 건고추는 깨끗이 씻어서 잠깐 물에 불렸다가 곱게 갈고, 홍고추도 꼭지와 씨를 없앤 다음 곱게 간다. 갈아둔 고추에 찹쌀풀을 넣고 섞어 고운 색이 나도록 불린다.
6 김치소를 버무린다. 무채에 고춧가루와 갈아둔 고추를 넣고 섞어 고춧물을 들인 다음 젓갈, 다진 마늘, 다진 생강, 배즙, 새웃가루, 꿀을 순서대로 넣어 버무린다. 준비한 해물을 넣고 버무리다가 죽염, 실고추, 통깨, 잣, 썬 대추를 넣고 버무려 마무리한다.
7 김치소를 넣는다. 절인 배추를 뒤집어놓고 잎의 뒷면부터 김치소를 바르듯이 넣는다.
8 통에 담아 익힌다. 완성된 김치는 속대가 위로 오도록 차곡차곡 통에 담고 손으로 꼭꼭 누른다. 배추 겉잎 절인 것을 남겨두었다가 맨 위에 덮어 공기가 통하지 않게 한 후 상온에서 하룻밤 두었다가 냉장고에 넣어 익힌다.
백년김치 더 맛있게 먹는 법
김치 사이사이에 오이지를 어슷하게 썰어 넣는다. 오이지의 짠맛이 김치를 맛있게 익혀주며 김치에 박은 오이지는 짠맛이 덜해지고 식감이 아삭해져 역시 별미다.
김순자 대표는 무려 20가지 이상의 김치특허를 받은 김치 발명왕이다. “30년 가까이 김치를 담그고 생각하며 지내다보니 자연스럽게 많은 아이디어가 생기더라고요. 몸에 좋다는 동충하초를 달여서 아들에게 먹였는데 맛이 비리고 쓰다며 잘 먹지 않았어요. 그때 생각해낸 것이 동충하초김치였죠. 김치에 동충하초 달인 농축액을 넣어보았더니 김치가 오랫동안 시지도 않고 아삭아삭한 맛을 유지하더라고요. 동충하초김치처럼 생활 속의 아이디어를 반복적으로 실험해 생쑥김치, 망고스틴포기김치, 브로콜리김치, 미니롤보쌈김치, 미역김치, 황제김치 등 20여 가지가 넘는 김치의 특허를 따냈지요.”
김 대표는 색과 향이 고운 김치, 맵지 않고 달콤한 김치를 다양하게 개발해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김치를 만들어내는 일에 열심이다. 호박, 브로콜리, 백년초, 사과, 자색 무, 더덕 등 그녀가 사용하는 재료에는 한계가 없다. 전통적인 식자재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미처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재료들이 그녀의 손을 거쳐 독특한 김치로 새롭게 탄생한다.
“국내에서 자색 무, 일명 보르도 무를 생산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수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해 생산된 자색 무를 모두 사들였어요. 그리고 석박지, 깍두기, 나박김치 등 다양한 방법으로 김치를 담가본 결과 동치미로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색도 곱고 맛도 좋아 업체 시식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지요. 하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과 단가가 비싸다보니 쉽게 판매되지 않더군요. 사람들이 가끔은 저에게 무모할 정도로 실험정신이 강하다고 해요. 하지만 실패를 두려워하면 새로운 개념의 김치를 발명하기 힘들겠죠.”
김 대표의 꿈은 세계 어디서나 우리 김치를 맛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김치전문학교’를 세워 국내 학생들뿐만 아니라 외국 유명 조리사들이 한국으로 김치를 배우러 올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김치를 보다 체계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학교가 생긴다면 김치의 세계화도 빨라질 것 같아요. 그 첫걸음을 위해 김치테마파크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활성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김 대표는 한식 열풍에 힘입어 김치를 관광상품화하고 세계화하고자 지난해 경기도 부천에 김치테마파크를 설립했다. 김치테마파크는 맛과 건강 모든 면에서 우수한 김치를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도 직접 만들어볼 수 있어 재미있고 의미 있는 한국문화 체험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브로콜리김치
“김치라고 하면 보통 배추에 고춧가루가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김치는 주가 되는 자기 재료와 부재료인 여러 가지 채소와 젓갈을 넣고 버무려서 저장한 뒤 숙성, 발효시켜서 유산균이 나온 것을 뜻합니다. 브로콜리김치는 2007제네바국제발명전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독창성을 높이 평가받은 김치 중 하나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브로콜리를 익혀 먹거나 데쳐서 요리에 이용하지요. 그 과정에서 브로콜리 안에 들어 있는 풍부한 비타민 등의 영양성분이 파괴되기도 합니다.
브로콜리를 김치로 담그면 영양분이 파괴되지 않을뿐더러, 제대로 숙성된 브로콜리김치는 마치 날치 알을 먹듯 톡톡 터지는 식감이 있는 별미랍니다. 춘곤증으로 고생하는 봄날 미각을 깨우기에 더없이 좋은 김치지요.
*600g 분량
기본재료 브로콜리 1송이(큰 것)
절임 천일염 1큰술, 물 2컵
부재료 깐 밤 2톨, 노랑·빨강 파프리카 개씩, 피망 개, 배 개
국물 생수 1컵, 마늘즙·배즙 큰술씩, 생강즙·소금 약간씩
만드는 법
1 브로콜리는 한입 크기로 썰어 소금물에 1시간 정도 절였다가 맑은 물에 씻어 건져 물기를 뺀다.
2 밤, 파프리카, 피망, 배 등은 브로콜리 정도의 크기로 편으로 썰어둔다.
3 분량의 생수에 마늘즙, 생강즙, 배즙을 넣고 소금을 넣어 간을 맞춰 국물을 만든다.
4 통에 ⓛ, ②, ③을 차례대로 넣고 1~2일 익힌 후 먹는다.
/ 여성조선 (http://woman.chosun.com/)
취재 강부연 기자 | 사진 강현욱 | 촬영 협조 김순자 명인 김치테마파크(070-4251-1212 : 2013.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