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에디슨 이후 가장 뛰어난 발명가' 레이먼드 커즈와일 訪韓]
패션산업 안 망할까 질문에 "음반·책·영화를 생각해보라"
인터넷 성장·답하는 휴대전화 10년 전 미리 예측했던 그… 일부에선 "너무 낙관적" 비난
"과학의 긍정적 힘 믿는 한국, 몇 년 이내 최대 기회 올 것"
"사람을 모형 장난감처럼 입체적이고 조그맣게 찍어낼 수 있는 3D 프린터가 일본에 있다고 합니다. 이건 폭풍전야의 고요입니다. 값싸고 정교한 3D 프린터가 제조업(製造業)을 대체할 테니까요. 7년 뒤엔 옷도 3D 프린터로 인쇄가 가능해져서 완제품 옷이 무게당 몇 원밖에 안 할 겁니다."
미래학자 레이먼드 커즈와일(Kurzweil·65)이 2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3 미래창조과학 국제콘퍼런스'에 참석해 '미래창조전략―과학·기술·혁신'을 주제로 기조 강연을 했다. 커즈와일은 14세 때 음악용 소프트웨어를 만든 이후 광학글자인식시스템을 비롯해 최초로 상용화된 대용량 어휘 음성 인식 시스템 등을 발명한 컴퓨터 인공지능(AI) 분야의 선구자. 미 발명가 명예의전당에 등재돼 있으며, 최근 구글 엔지니어링 이사로 영입됐다.
- 21일 서울 코엑스에서 레이먼드 커즈와일은“주어진 시간의 20%를 자기가 하고 싶은 것에 투자해라. 자신의 열정을 발견하는 길은 스스로 해보는 것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김지호 객원기자
그는 "오늘 내가 끼고 나온 반지도 3D 프린터로 찍어낸 작품"이라며 "앞으로 플라스틱·금속·종이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옷, 동물, 신체 장기 등을 모두 3D로 인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기도(氣道)에 문제가 있는 환자에게 3D 프린터로 인쇄한 새 기도를 이식할 수 있는 시대도 머지않아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커즈와일은 자신이 평소 즐겨 쓰는, 기술은 발전할수록 그 발전에 가속도가 붙는다는 '수확 체증(遞增)의 법칙'을 다시 거론하며 "몇 년 이내에 최대의 기회가 한국에 열릴 것"이라고 했다. 그 이유는 "한국은 과학기술의 긍정적 힘을 믿는 국가"라는 것. "빠른 변화 속도에 잘 적응한다는 건 10년 전 상상만 했던 기술 혁신을 실현할 가능성을 남보다 더 많이 갖고 있다는 얘깁니다. 오늘날 아프리카 소년이 삼성 스마트폰을 이용해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15년 전 대통령들보다 많다는 점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죠."
어릴 때부터 공상과학 소설을 좋아했던 커즈와일은 5세 때 발명가가 되기로 결심, MIT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고 1976년 시각장애인을 위해 컴퓨터로 인쇄된 문자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계를 발명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시각장애인 가수 스티비 원더의 요청으로 어쿠스틱 악기의 음색을 재현하는 전자 악기를 발명하기도 했다. 지난 30년간 그가 했던 미래 예측들은 상당히 적중했다. 1980년대 후반에는 1990년대에 인터넷이 폭발 성장하고, 1990년대 후반에는 10년 안에 전화 사용자의 질문에 답하는 휴대전화를 볼 것이라 예견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를 "지칠 줄 모르는 천재"라 평했다.
일부 과학자는 그의 예측이 "너무 낙관적"이거나 "허무맹랑하다"고 비난한다. "10년만 참고 기다리면 맘껏 먹어도 살 안 찌는 약이 나온다" "50년 내에 불로장생(不老長生)을 가능케 할 기술이 나온다"는 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그는 "생물학은 정보기술과 무관한 듯 보이지만 수천년간 인간의 몸을 움직여온 소프트웨어(DNA)가 우리 몸에 내장돼 있다"며 "지금 같은 속도로 인간 유전자 지도를 완성해 나간다면 세포 크기만큼 작아진 컴퓨터를 인간의 뇌에 삽입해 클라우드 시스템과 연결하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장담했다.
김경은 기자 조선 : 2013.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