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바둑과 수학’ 강연장에서 김용환 박사가 조합게임이론을 적용한 바둑의 끝내기 해법을 설명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병두(左), 김찬우(右)
“1000달러짜리 패는 어디에 숨어 있나?”
18년 전 미국 수학자 엘윈 벌캄프(Elwyn Berlekamp·전 버클리대 교수·74)가 프로 바둑계에 던진 질문이다. 이 질문에 바둑계는 아직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13일 개막한 제27차 세계수학자대회가 21일 막을 내린다. 4년마다 열리는 세계 수학계의 잔치로 수학적 업적에 대한 평가와 토론, 새로운 문제의 발표 등이 이어졌다. 수학 대중화를 위한 행사도 많았다. 2010년 인도 대회에서는 체스 다면기(多面棋)를 열어 관심을 크게 끌었다. 다면기는 기사 한 명이 다수의 상대와 동시에 시합하는 방식이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이번에 바둑을 선택했다. 각종 강연과 다면기가 준비됐다. 대회 문화위원인 박부성(43·경남대) 교수는 “바둑은 지극히 수학적인 게임이다. 내가 둔 수에 상대가 어떤 수를 두고, 다시 그 수에 내가 어떤 수로 대응해야 할지를 논리적으로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둑에 수학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알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강연의 주제는 세 가지였다. 프로를 이길 컴퓨터는 언제 나올 것인가, 바둑의 끝내기에는 수학적인 해법이 있는가, 바둑 보급에 수학은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가 등이었다.
인공지능이 바둑을 정복할 수 있을지는 지난 수십 년간 최대 관심사였다. 하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tral Network) 같은 최신 기법으로도 바둑의 기묘한 세상을 넘어서지 못했다. 참고로 IBM 수퍼컴퓨터는 1997년 체스 세계챔피언을 꺾은 바 있다.
하지만 이병두(57·세한대) 교수는 “몬테카를로 트리 탐색(Monte-Carlo Tree Search) 기법이 유력한 대안으로 등장했다”며 “수십 년 이내에 프로를 이길 컴퓨터가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최규병(50) 9단은 “현재 프로가 넉 점 접기 힘든 실력까지 컴퓨터가 진화했다니 놀랍다. 발전이 상상 이상”이라고 말했다.
신산(神算)이라 불리는 이창호(39) 9단은 끝내기를 어느 정도 정확하게 할 수 있을까. 틀려도 오차는 1집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확한 끝내기는 프로들에게 악몽과 같다. 김용환(50·금융전문가) 박사는 “눈으로 볼 수 없는 미세한 차이를 수학은 찾아낼 수 있다”며 “조합게임이론(Combinatorial Game Theory: 쌍방에게 정보가 완벽하게 공개된 게임의 해법을 찾아내는 분야)이 해법”이라고 말했다. 바둑의 끝내기는 정보가 완벽히 공개된 세계다.
바둑의 확산에도 수학의 도움이 필요하다. 전문기사인 김찬우(42) 6단은 “현재 한국의 인터넷 바둑 사이트는 입문자들에게 좋은 활동 공간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간단히 말해 18급이 1급과 두면 스트레스를 받아 바둑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그는 “비슷한 또래끼리 두면 즐거움이 배가 된다”며 “입문자 공동체를 잘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수학으로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고 또 바둑 보급에 요긴하다”고 했다.
◆끝내기 난제 ‘1000달러 패’=1996년 벌캄프 교수와 김용환 박사는 상금 1000달러를 걸고 끝내기 문제를 세계 바둑계에 제시했다(기보 참조). 하지만 너무나 난해해 90수 넘는 수순을 정확하게 찾아낸 사람은 지난 18년 동안 아무도 없었다. 프로 9단들도 실패했다. 도전하고 싶은 분은 인터넷 검색 창에서 Where is the “Thousand-Dollar Ko”?를 입력하면 문제와 해법을 밝힌 논문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Ko’는 ‘패’를 뜻하는 일본어다). ‘기보’는 백이 먼저 두어 이기는 과정을 찾는 문제다. 정확한 수순을 찾아야만 백이 1집 이긴다. 바둑 룰은 한국식은 물론 중국식도 일본식도 가능하다. 알파벳 대문자는 처음에 두어야 할 자리를 예시한 것으로 첫 번째 수는 이 중에 하나다.
문용직 객원기자 [중앙일보] 입력 2014.08.20